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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아수라장

노성민이 시작 버튼을 눌렀고 은색 침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멈춘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었고 계속 노성민 옆에 앉아 있었다. 젊어 보였고 강은지가 데려온 사람 같았다.

“제가 지목할게요!”

그녀가 흥분하며 손을 들었고 우리를 한 바퀴 둘러보며 누구를 지목할지 고민했다.

최종 지목된 사람은 박준이었다. 처음으로 지목된 그는 도전을 선택했다.

“모르는 남자한테 가서 작업 걸어요. 그러면서 당신 입술 너무 섹시한데 라고 해요.”

요구를 들은 박준이 심장마비가 온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다. 상남자인 그에게 이 요구는 죽으라는 말과도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 여자를 보며 또박또박 내뱉었다.

“술 마실게요!”

그러고는 술 한 병을 원샷 했다.

이번엔 박준이 시작 버튼을 눌렀고 이우범에서 멈췄다.

이우범은 하얀 스웨터를 입고 있었고 표정이 덤덤했다.

“진실.”

박준이 괴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범아, 아직도 총각인 거 확실해?”

이 문제는 우리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이우범은 이 무리 중에 흔치 않은 예외였다. 종래로 여자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고 스님처럼 아무런 욕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건 다 겉 포장일 뿐이다.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숨기기 나름이다.

배인호도 흥미롭다는 듯 이우범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우범이 술을 선택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우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의 대답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몇몇 여자들의 눈이 순간 빛나는 게 보였다.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시선은 그에게 꽂혀 있었고 지금이라도 저 절벽에 핀 꽃과도 같은 남자를 차지하려고 하는 듯 보였다.

사람을 잘못 보진 않은 것 같다. 순정남이 맞았다.

게임은 다시 시작되었고 천천히 내 앞에서 멈추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이우범을 보며 말했다.

“진실 선택할게요.”

“배인호 말고 다른 남자한테 흥미를 느껴본 적 있어요?”

이우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룸이 순간 정적이 흘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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