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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그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외치다

“지영 씨, 제가 뭐 잘못했나요? 왜 갑자기 말투가 차가워졌어요?”

엄기준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고 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저녁 11시가 다 되었다. 거리에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확 줄어들어 썰렁해 보였다. 배인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전화를 받으려는데 엄기준이 갑자기 내 팔을 힘껏 부여잡았다. 아까 부드러웠던 모습은 사라지고 분노만 남아 있었다.

“따라와요!”

“이거 놔요!”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엄기준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몰랐다. 그의 악력은 대단했고 나는 그 손에 끌려 그의 차로 향했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서 돕지 않았다. 나도 이런 돌발 상황은 처음이라 머리가 복잡했고 통화 중인 핸드폰에 대고 크게 여러 번 소리쳤다.

“살려줘요!”

엄기준이 나를 아무렇게나 차 안에 욱여넣었고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앗아갔다.

“꼼짝 말고 있어요!”

운전석에는 허겸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를 힐끔 돌아보더니 음침하게 웃었다.

“허지영 씨, 놀랍죠?”

“허겸? 뭐 하는 거야?”

나는 애써 진정하려 했다.

“당신 때문에 직장도 잃고 민정이와도 헤어져서 나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이렇게 혼내 주지도 않으면 화가 안 풀릴 거 같아요. 이제 무서운 거 없어요. 오늘 열 배로 다시 갚아 줄게요!”

허겸이 담배를 휙 버리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라도 차는 한 부두에 도착했다. 허겸과 엄기준은 나를 컨테이너에 데려갔다. 잘 서지도 못했는데 따귀가 날아왔다. 너무 아파 눈앞이 까매졌다.

엄기준이 의자를 하나 가져왔고 허겸은 그 의자에 나를 앉히고는 끈으로 꽁꽁 묶었다. 그러면서도 상스러운 욕을 멈추지 않았다.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허겸이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첫 번째 선택, 10억을 보상으로 주는 거. 두 번째 선택, 둘한테 몹쓸 짓 당하고 바다에 버려지는 거.”

허겸이 이렇게 독한 사람인지 왜 전에는 몰랐을까?

“허겸, 민정이랑 그렇게 오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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