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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이우범이 이상하다

서란 얘기만 하면 배인호의 성욕은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

“서란이 암만 쿨하다 해도, 걔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감정 앞에서 쿨한 여자는 없어요.”

나는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

“설마 걔가 슬퍼하는 걸 보고 싶어서 이래요? 만약 우리 둘이 관계를 맺었다는 걸 서란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이성을 찾고 내가 한 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그는 마치 방금 내가 한 말이 전부 헛소리였던 것 마냥 다시 나한테 키스를 했다.

이런 감정 도덕도 따지지 않는 인간한테 감정적인 도리로 설득하려 했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언제까지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나는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배인호는 아직도 쌩쌩했고, 나는 졸린 상태로 말했다.

“저 이제 좀 자게 해줘요. 저 퇴원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내 몸에서 움직이던 그의 큰 손은 멈춰 섰고, 그는 뒤에서 나를 껴안은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지기 전, 배인호가 입술로 내 어깨에 키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격렬한 운동을 한 결과 다음 날 머리가 너무 아팠고, 배인호는 이미 방에 없었다.

공기 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남아 있었고, 나는 더욱 머리를 움켜잡았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재검사를 위해 이 기사님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신기하게도 이우범이 또 내 담당 선생님이었다.

“혈압 재게 소매 걷어 올리세요.”

그는 나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냉담하게 말했다.

나는 머뭇거리다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하지만 목도리도 그와 동시에 같이 떨어졌고, 나는 급격히 목도리를 다시 목에 둘렀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은 변해 있었고, 두 눈은 내 목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젯밤 배인호가 남긴 각종 흔적으로 가득했다.

나는 몸에 달라붙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상위에 팔을 얹으며 어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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