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란 얘기만 하면 배인호의 성욕은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서란이 암만 쿨하다 해도, 걔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감정 앞에서 쿨한 여자는 없어요.”나는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설마 걔가 슬퍼하는 걸 보고 싶어서 이래요? 만약 우리 둘이 관계를 맺었다는 걸 서란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그는 이성을 찾고 내가 한 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그는 마치 방금 내가 한 말이 전부 헛소리였던 것 마냥 다시 나한테 키스를 했다.이런 감정 도덕도 따지지 않는 인간한테 감정적인 도리로 설득하려 했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언제까지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나는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배인호는 아직도 쌩쌩했고, 나는 졸린 상태로 말했다. “저 이제 좀 자게 해줘요. 저 퇴원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내 몸에서 움직이던 그의 큰 손은 멈춰 섰고, 그는 뒤에서 나를 껴안은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지기 전, 배인호가 입술로 내 어깨에 키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격렬한 운동을 한 결과 다음 날 머리가 너무 아팠고, 배인호는 이미 방에 없었다.공기 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남아 있었고, 나는 더욱 머리를 움켜잡았다.'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재검사를 위해 이 기사님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신기하게도 이우범이 또 내 담당 선생님이었다.“혈압 재게 소매 걷어 올리세요.”그는 나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냉담하게 말했다.나는 머뭇거리다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하지만 목도리도 그와 동시에 같이 떨어졌고, 나는 급격히 목도리를 다시 목에 둘렀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은 변해 있었고, 두 눈은 내 목을 응시하고 있었다.거기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젯밤 배인호가 남긴 각종 흔적으로 가득했다.나는 몸에 달라붙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상위에 팔을 얹으며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푹 자고 일어났고, 깨어났을 때도 여전히 배인호 품속이었다.그는 아직 자고 있었고, 나는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옷은 의자에 걸쳐있었고, 냄새를 맡아보니 술 냄새가 진동했다. 역시 어제저녁에 많이 마셨나 보다.이때 내 핸드폰 진동 알림이 울렸고, 또 아빠의 전화였다.나는 거실로 나가서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지영아, 인호랑 언제 올 거니? 네 엄마가 음식도 다 사다 놨고, 오늘 직접 요리한대!”아빠는 아주 많이 들떠 보였고, 사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아빠, 오늘 나랑 인호 씨 아마 못 갈 거 같아요...”아빠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사위를 기다려 본 적이 없었고, 나는 차마 이어서 말할 수 없었다.오늘 배인호는 세화 쪽에 가봐야 한다고 했고, 가끔 가서 현장도 살펴보곤 했다.내 말을 듣고 난 아빠는 역시나 불쾌해하셨다.“왜 못 온다는 거야? 너 인호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아니면 인호가 오고 싶지 않대?”우리가 결혼한 첫해에, 우리 집에서는 집에 종종 밥 먹으러 오라고 했었고 배인호는 항상 거절해 왔다. 그는 우리 엄마, 아빠 생일이나 대명절 때만 예의상으로 방문하는 정도였다.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엄마·아빠도 그의 뜻을 알아채고 다시는 우리를 부르지 않았으며, 배인호에 대한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다.나는 그가 회사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뺏어 갔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배인호가 어느새 잠에서 깬 상태로 내 핸드폰을 뺏어 들고는 우리 아빠한테 말하는 것이었다.“아버님, 저희 이따 갈 수 있습니다.”그의 이 한마디에 아빠는 만족해하며 전화를 끊었다.배인호는 핸드폰을 다시 나한테 건네주었고, 내가 멍하니 그를 보고 있자,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뭘 봐?”“오늘 세화 쪽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나는 얼른 핸드폰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오후에 가도 괜찮아.”배인호는 네이비 컬러의 라운드넥 스웨터를 입었고, 넓은 어깨 때문에 스웨터가 아주 잘 어울렸
나는 서란이 배인호가 아닌 다른 남자를 데리고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상대는 서란의 남자친구는 아니고, 그녀를 현재 쫓아다니는 남자였다.서란은 그와 함께 자리에 앉았고, 윤선은 그들에게 물을 따라 줬다. 서중석은 반대편에 앉아 유심히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나는 그 옆에 앉아있었고, 혼란으로 가득 찼다.한참 후 서란이 나를 향해 말했다.“지영 언니, 저 언니한테 할 말 있어요.”“그래.”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와 함께 침실로 향했다.서란은 문을 닫으며 망설임 없이 말했다.“언니, 제가 집에 데리고 온 사람이 배인호 사장님이 아니라서 언니가 놀라신 거 같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장님한테 마음은 흔들렸어도, 상간녀가 되는 건 저 스스로 용서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배인호 사장님한테 분명하게 말했고, 진수 씨랑 만나보려고요. 이 얘기 하려고 언니 부른 거예요.”진수 씨는 바로밖에 있는 저 남자이다.“그 사람이 동의했어?”나는 서란이 배인호한테 맞서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되어 괜히 미심쩍었다. 배인호가 동의하지 않는 한 그녀는 다른 남자와 좋은 결과를 바랄 수가 없으니 말이다.“동의하든 안 하든 그건 그 사람 일이죠.”서란은 마치 결심이라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어떤 부분이 찝찝한지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단 서란이 집에 데려온 남자는 배인호가 아니었다.나는 침실에서 나온 후 더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아, 저녁을 먹고 가라는 제안도 거절했다. 윤선은 지은 약을 나한테 가져다주면서 주의 사항과 복용 횟수를 알려 주었다. 서란은 옆에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엄마, 저건 뭐예요?”윤선은 얼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괜히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넌 어린애가 별걸 다 알려고 하니?”“내가 이모님한테 부탁한 약이야.”나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서란한테 말했다.“나랑 인호 씨한테 애가 안 들어서서 내가 예전에 윤 이모님한테 약 좀 부탁드린 적 있거든. 효과가 괜찮긴 한데 그래도 노력해야지.”서란이 이젠 배인호를 완전히 거부
마라탕 먹으며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기선우의 재치 있는 말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그리고 서울시에서 가장 큰 공원인 누리공원으로 갔다. 공원에는 큰 인공 호수가 있었고 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해서 아름답고 겨울에는 얼음층으로 덮여 있었다. 얼음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는데 그 앞에 멈춰서 관광객들이 빵을 으깨서 버리면 쪼아 먹었다.기선우도 빵 두 개를 사서 나에게 하나를 주었다. "누나, 새들한테 먹이로 줘보세요.""알았어." 빵을 뜯어 손으로 으깨서 호수에 던졌더니, 곧바로 새 몇 마리가 와서 쪼아먹는 모습이 아주 생기 넘쳐 보였다.빵을 먹인 후 둘이 다시 공원을 산책했다. 나는 평소에 산책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날씨가 상당히 추웠지만 너무 행복했다.마침내 우리는 가금산 산기슭에 이르렀다. 돌계단은 비교적 깨끗했다. 산 위의 눈은 산을 오르러 온 사람들에 의해 짓밟혀 거의 녹아 있었다.산을 오르는 길에 기선우는 갑자기 나에게 서란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남자를 부모님에게 소개해 주려고 집에 데리고 갔는데, 누나 남편은 아니라고 들었어요."이 말이 참 아이러니했다. 나는 잠시 멈춰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배인호가 나중에 서란을 찾으러 왔었고, 나는 그때 우연히 서란네 집에 있었어.""서란의 집에 있었다고요??" 기선우는 깜짝 놀랐다."어, 서란의 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었어. 아주 열성적으로 한약을 지어다 주셔서 내가 가지러 갔었어." 나는 일들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기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산을 계속 올랐다. 산 정상에 오를 때쯤에는 땀을 많이 흘려 재킷을 벗었더니 찬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가금산의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산기슭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시는 마치 겨울왕국 같았고 맑은 햇살 아래에서 빛났다."누나, 사진 찍어 드릴게요." 기선우는 배낭을 내려놓고 뚱뚱한 오렌지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이걸 들고 사진을 찍는 건 어때요?"나는 가드레일에 기대어 뚱뚱한 오렌
나는 정아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기회 없다고 이미 말했어. 난 너희 오빠하고 남녀 사이에 그런 감정이 없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둬!”정아는 머리를 잡고 불쌍하게 대답했다.“만나 보기도 전에 아무 느낌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지영아, 날 믿어봐. 우리 오빠 진짜 좋은 남자야. 만약 너랑 만나면서 너한테 못되게 굴거나 바람이라도 피우면 내 손에 죽을 거야! 약속할게!”박정환은 확실히 좋은 남자였다. 집안과 외모 모두 출중했고, 인품과 성격 면에서도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만약 감정이 억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도 그와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만약 서로 알아간 끝에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껴 헤어지기라도 하면 나와 정아의 사이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정아의 친오빠인 만큼, 백 퍼센트의 확신 없이는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정아야, 내 걱정은 하지 마! 난 그래도 결혼이라도 한번 해봤지만, 넌 남자친구도 없잖아! 빨리 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나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어떤 남자가 좋은데? 안정적인 남자는 어때? 내가 우리 아빠한테 알아봐 달라고 할까?”자신의 얘기를 꺼내자, 정아는 시선을 피하며 움츠러들었다.“됐어! 난 카르페 디엠이야! 결혼은 나의 자유로운 영혼을 구속할 뿐이라고.”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나를 보며 말했다.“지영아, 나 술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적당히 마셔.”나는 어쩔 수 없이 한마디 당부했다.“알겠어!”정아는 백을 들고 서둘러 빠져나갔다.그녀가 떠나고 난 뒤 나는 위층에 올라가서 계속 물건을 정리했다. 재판이 열리기 전에 나는 청담동에서 나가고 싶었고, 행동으로 나의 결심을 보여주고 싶었다.옷과 액세서리가 너무 많아 캐리어 5개에 넣어 챙긴 뒤, 첼로와 악보를 챙기기 위해 연습실로 향했다.악보를 찾고 있다가 나는 먼지가 쌓인, 오래된 나무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내가 작곡한
나는 아빠를 제지했다.“가지 마세요, 아빠. 제가 수년간 억울하게 당하며 살았다는 거 아시잖아요. 이제 다 내려놓았어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아빠가 그러시면 저희 가문에 좋지 않을 거예요. 이런 문제로 더 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나는 이런 일을 이미 한번 겪었기에 이성적이었다.설득 끝에 아빠는 나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고,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요구를 제시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만약 배인호와 서란이 들키기 전에 내가 이혼을 제기했다면 양가 부모님 모두 나를 설득하려 하셨을 것이다. 내가 이혼 소송을 하는 사실을 아직 몇 명이 모를 때 일이 밝혀진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이다.통화가 끝나고 나는 고민하다가 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 있어요?”이우범은 조금 걱정하는 듯했다.“시어머님이 서란을 찾아내 만난 건 알고 있어요?”“네, 알고 있어요. 인호 씨가 전화 와서 서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던데요.”나는 접시에 채소를 골라 먹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우범 씨도 내가 시어머니한테 서란의 일을 말씀드렸다고 생각해요?”이우범과 배인호는 좋은 친구이니 당연히 배인호의 편을 들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서 나는 쭉 배인호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원망스러운 여자였을 것이다.이우범은 재빨리 대답했다.“아니요. 지영 씨가 말하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어요.”나는 놀라서 물었다.“날 믿어요?”“네, 이혼하고 싶어 하잖아요? 지영 씨가 시어머니한테 말씀드리면 결국 일이 더 복잡해질 텐데요.”이우범은 대답했다.“우범 씨가 나를 믿어줄지는 몰랐네요. 고마워요.”나는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이우범은 또 물었다.나는 이미 이혼소송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니, 전화기 반대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침대에서 뒤척이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정말이에요?”나는 웃으며 말했다.“거짓일 리가
타이틀이 꽤 많아서 다 읽기가 힘들었다. 내용을 잠깐 읽다가 댓글만 읽었다.「젠장, 우리 여대생들 창피하게 하지 말아줄래? 세컨드가 신데렐라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이 여자 꽤 예쁘네. 유부남 만나지 않아도 다른 돈 많은 싱글남들 만날 수 있을 듯.」「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미친 것처럼 나만 좋아한다면 나도 빠져들 수밖에 없을 듯. 여자는 원래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좋아하니까. (부모님 다 계시고 남친도 있고 결혼은 안 했고 바람피운 적 없습니다. 그저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말했을 뿐. 욕하지 마세요.)」「배인호 와이프는 누구지? 매번 스캔들 날 때마다 침묵을 지키네. 어릴 때부터 도라도 닦으셨나요?」서란을 욕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배인호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나조차도 모르는 다양한 ‘비밀’을 쓴 사람도 있었다. 나는 눈이 어지러워서 결국 댓글 창을 닫았다.이번 일에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다.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잠잠해졌지만 아빠도 기사를 보신듯했다. 오늘은 인기 검색어에 올라 주변 지인들이 다 볼 것 같았다.어젯밤 서란이 뛰어내린 다음 배인호가 그녀를 구하려 뛰어드는 장면이 촬영되어 화제를 모았다. 역시나 친구들에게서 문자가 쏟아졌다.정아는 문자를 보냈다「젠장, 배인호 이 인간쓰레기! 세컨드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어!」「지영아, 이번에 이혼소송 꼭 끝까지 가. 이런 남자 갖고 뭘 하겠어?」민정이가 문자를 보냈다.「이혼소송? 난 왜 몰랐지?」세희가 잘했다고 문자를 했다.「잘했어. 바람을 저렇게 당당하게 피우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이상하다 싶었는데. 누가 배인호가 서란을 구하는 걸 타이밍 좋게 찍을 수 있어? 내가 이상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서란이 다 계획하고 생쇼 한 거 아니야?」정아는 바로 감탄하며 문자를 보냈다.「!!!! 맞아!!! 며칠 전 지영이 시어머님이 그 불여시를 만났어. 걔 이런 방법으로 지영이 시어머니한테 보여 주려는 거야. 배인호가 자
전화를 끊고 박정환에게 가려는데 서란의 친구가 내 옆을 지나가며 어깨를 일부러 세게 부딪쳤다.“거기서!”나는 도저히 참아 줄 수 없어 그녀의 팔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눈이 없어? 사과해.”나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친구들이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유정아!”유정은 친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나의 손을 힘껏 쳐냈다.“아줌마, 나 왜 잡아요?”그녀는 서란과 같은 나이일 텐데 날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왜? 무슨 일이야?”유정의 친구가 물었다.“이 늙은 여자가 바로 서란을 자살하게 만든 사람이야.”유정은 직접적으로 나에게 책임을 돌렸다.그녀의 친구도 나를 보는 눈빛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나는 기가 차서 웃었다.“내가 서란을 자살하게 했다고? 잘못한 게 없으면 왜 자살하겠어? 읽은 책들은 다 개들 먹이로 줬나 봐? 예의도 윤리 의식도 없어?”“란이는 계속 당신 남편을 거절했어!”유정은 분노하며 말했다.“그쪽 남편이 계속 매달린 건데 왜 남편한테는 뭐라고 안 하는데? 다시 말해서 그쪽 부부 사이에 아무 감정 없이 그저 이익 관계라는 거 다들 알고 있어. 늙은 여자가 남편 사랑 못 받으니깐 마음이 비뚤어진 거 아니야?”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박정환은 내가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왔다. 그는 나의 옆에 서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유정은 박정환을 보며 잠시 놀라는 것 같았다. 저 나이 때 여자애들은 당연히 잘생긴 남자에게 쉽게 끌린다. 아까 연주할 때도 나를 보며 옆에 있는 박정환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모여 있는 상태였으니 그녀는 나와 박정환이 모르는 사이인 줄 알았나 보다.“두 동생이 친구를 위해 싸우고 있어요.”나는 웃으며 말했다.“그 친구는 오빠도 알 거예요. 요즘 배인호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그 여자요.”박정환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불쾌한 눈빛을 하고 나의 손을 잡았다.“끼리끼리 모인다고, 이런 것들이랑 무슨 말을 해?”그의 말에 격분한 유정은 우리 앞을 막으며 당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