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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날 괴롭히지 마

서란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그 시선은 갈 곳을 잃었고, 그녀는 머리를 숙여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앞에서 보여준 순진하고 갈팡질팡한 행동을, 그녀가 실제로 한 일에 비하면 그건 천차만별이다.

배인호는 그녀의 당혹감을 느끼고는, 날 일부러 보라고 그런 것인지, 진심으로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우리 앞에서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배인호!”

박정환의 목소리는 많이 불쾌한듯했다.

“정환 오빠, 오빠 예전보다 더 멋있어진 거 같네요!”

나는 박정환의 말을 가로채고는,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큰 소리로 칭찬했다.

엘리베이터 가장 문 앞에 선 민정이는 빠르게 닫기 버튼을 눌렀고, 배인호의 뜨거운 시선을 뒤로하며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일부러 나 보라고 그런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참을 수 없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쑥스러웠고, 박정환의 팔을 놓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방금 오빠 팔 좀 빌리게 됐네요.”

그걸 들은 박성아가 입을 열었다.

“뭐가 미안한데, 저놈 속으로 좋아서 난리였을걸?”

정아도 활짝 웃었고, 그 두 자매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맞아, 나 진짜 너무 행복했어.”

박정환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앞으로 이런 좋은 일은 내가 책임질게.”

“정환 오빠는 점점 유머러스해지네요.”

나는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

박정환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우리 일행은 호텔을 떠나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

이왕 노래하러 왔으니, 나는 마음속 스트레스를 노래로 전부 발산했다. 비록 내가 악기를 전공했지만, 발성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노래 실력이 좋다 할 수는 없지만, 어디 가서 괜찮게 부른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세희는 회사 직원들과 전에 여기서 회식한 적 있다 했으며 그때 카드를 만든 적 있다고 했다. 그 카드에는 술 두 박스를 킵한 적 있었고, 우리는 그 킵한 중에서 한 박스를 시켜 먹었다.

“자, 지영아 너 우리 오빠랑 이 노래 좀 같이 해봐!”

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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