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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또 한 번의 착각

새해가 지나고 며칠 후 나는 퇴원하게 되었다.

병원에 있는 건 확실히 지루했고, 게다가 회복도 잘 된 상태라 미리 퇴원 절차를 밟았다.

이 기사님은 나를 청담동으로 데려다주었고, 집사 아주머니는 나를 위해 풍성한 점심을 준비했다. 나는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나니 기운이 나는 듯했다.

갑자기 기선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누나,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아요? 병원에 찾아갔는데 누나 이미 퇴원했다면서요!”

“선우야, 내가 입원한 병원은 어떻게 알았어?”

나는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내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그 어디에도 올린 적은 없으니 말이다.

기선우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오늘 아침 라니가 알려줬어요.”

내가 다친 걸 기선우한테 알려줬다고? 그러고 보니 전에 서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선우가 나를 대하는 느낌이 다른 사람 대하는 거와 다르다고 말이다. 그녀는 일부러 나랑 기선우가 썸이라도 타길 바라는 듯했다.

이때 배인호한테서도 전화가 걸려 왔고, 나는 기선우한테 대충 얼버무리고 배인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나한테 따져 물었다.

“퇴원한 거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병원에 갔어요?”

내가 물었다.

“말이라고 하는 거야?”

배인호는 몹시 화가 나 보였다.

“내 시간만 낭비했잖아!”

나는 당황스러웠다. 서란은 오늘 아침 배인호가 병원에 나 보러 가는 줄 미리 알고, 기선우한테 내가 입원한 사실을 알려준 거다. 내가 앞당겨 퇴원해서 다행인 거지, 그게 아니면 일부러 어색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었을 거다.

나는 서란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배인호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나도 다시 전화하지는 않았다.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은 긴지라 오후 5시 반도 안 돼서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나는 오후 내내 잠을 자고 일어난 뒤 겉옷을 걸쳐 입고, 홀로 밖에 눈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요즘 날씨가 눈이 매일 오는 건 아니라서 눈사람의 뚱뚱했던 몸통은 조금 사라졌고, 그 형태는 조금씩 변형이 돼 있었다.

“사모님, 밖에 추운데 들어와서 몸 좀 녹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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