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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무심하게 그를 잡다

나는 배인호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가 여러 명의 의사와 만든 단톡방이었다. 안에는 아빠의 검사 결과와 여러 의사의 제안이 들어있었다.

상세한 분석을 접하니 나는 다 아는 글자들이었지만 낯선 감각이 들었다.

“내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아. 계속 그 병원에서 수술받아도 돼.”

배인호는 내가 오랫동안 말이 없자 내가 아직도 그를 의심한다고 생각해 먼저 말한 것 같았다.

계속 그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빠가 폐암 초기이기에 수술을 잘 받고 회복만 잘하면 괜찮으실 줄 알았다. 그다음에는 건강관리를 잘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인호는 지금 나에게 아빠의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나는 정신을 차린 뒤 핸드폰을 배인호에게 돌려주었다. 너무 속상해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을 받으시겠다고 한 것도 모두 내가 아픈 척 연기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아빠에게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면 치료를 거부하실 수도 있었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빈이의 목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배인호가 물었다.

“너 괜찮아?”

“괜찮아요. 많이 늦었는데, 돌아갈 거예요? 아니면...”

나는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심리적 압박감이 너무 컸지만 그런 모습을 배인호의 앞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아 깊은 한숨을 쉰 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혼자서 조용히 있고 싶었다.

이때 빈이가 달려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영 아줌마, 오늘 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 나 내일 병원에 가는데 오늘 밤에 동생들하고 더 놀고 싶어요.”

“빈이야...”

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니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빈이야, 우리 오늘 밤엔 돌아가야 해. 지영 아줌마 귀찮게 하지 말고.”

이때 배인호가 입을 열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빈이의 손을 잡았다.

빈이도 철이 든 아이였기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서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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