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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원해서 내게 속아주다

지금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취약점을 보여줄 수가 없었기에 오직 친구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의 현재 상황을 알게 된 뒤 정아는 침묵했다. 이 일은 사실 그녀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녀의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정아야, 나 먼저 끊을게.”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지영아, 이우범한테 말해보는 건 어때?”

정아는 갑자기 이우범 얘기를 꺼내자 나는 깜짝 놀랐다.

“이우범한테?”

“어, 이우범이 너희 부모님께 잘한다며? 아직도 너희 부모님은 이우범한테 씐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으셨잖아? 게다가 의사니까 아저씨를 설득해 주면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정아는 정말 나에게 아이디어를 생각해 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좋아, 한 번 해볼게.’

나는 바로 용기를 내서 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울에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설아도 이쪽에 왔으니 아마 이우범도 한동안 여기에 있을 것 같았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자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도로 끊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았다. 이우범이 필요할 때는 연락하면서 필요 없을 때는 관계를 끊어버리려고 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뻔뻔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아빠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흥분했었지만 결국 이 방법도 불가능했다.

나 혼자서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이우범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이우범 쪽에서는 경적이 울리는 것이 차 안인 것 같았다.

“나 지금 병원에 가는 길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아저씨 치료 방법 바꾸시도록 설득해 볼게요.’

이우범이 먼저 말하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마치 내가 먼저 자기에게 연락한 이유를 예상한 듯했다.

“이우범 씨,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조금 놀랍기도 하면서 불안했다.

“방금 아주머니가 나한테 연락해 주셨어요. 서울로 돌아가려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이우범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와 엄마의 뻔뻔한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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