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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사실 그는 신경 쓰고 있다

이우범이 너무 똑똑한 사람이라 당연히 사람한테 속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누구도 바보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순전히 나를 위해 타협한 것이었다.

나는 조금 어색하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나 대신 아빠를 설득해 준 것은 고마웠지만 이 일 때문에 계속 그와 얽힐 수는 없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죠.”

이우범은 내가 회피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가벼워진 말투로 말했다.

“아까 내가 아저씨한테 지영 씨가 아픈척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아저씨 몸 상태도 좋지 않으신데 괜히 걱정 끼칠 필요 없잖아요. 치료하려면 심리적인 안정 상태도 중요하니까요.”

나는 깜짝 놀랐다.

“네? 아빠한테 얘기했다고요?”

이우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나도 마침 계속 거짓말할 필요 없이 아빠를 보러 가면 된다.

나는 머릿속에 아주 기막힌 상상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불쑥 내뱉었다.

“우범 씨 예전에 혹시 다단계에서 사람들 세뇌하는 일이라도 했었어요?”

이우범은 나의 말에 어리둥절한지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뒤 반응하며 말했다.

“허지영 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예전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잖아요?”

잘 알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짧은 시간 안에 병원에서 제일 어리고 실력 좋은 전문의가 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뒤에는 아주 성실하게 출근했기에 다른 투잡을 뛸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뭔가 이우범을 모욕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해명했다.

“알죠, 당연히 잘 알죠. 난 그저 우범 씨 말재주가 존경스러워서요. 우리 아빠 고집이 얼마나 센데 그걸 이렇게 쉽게 꺾어요? 나하고 엄마는 가끔 아빠 고집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예요.”

“아저씨 고집 세시죠. 그래도 아저씨 날 꽤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내 말도 들어주신 것 같아요.”

이우범의 말은 자화자찬처럼 들렸지만 그이 말투는 맹세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했다.

아빠는 엄마 못지않게 이우범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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