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까만색 벨벳 맨투맨을 입고 있었는데 하얀 모유가 묻자 매우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바로 격하게 반응이 올 것이다.나는 그래도 엄마라 아이가 가끔 모유를 토해도 정상이기에 이 냄새에 적응했지만 세희는 미혼인지라 그 냄새를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나는 세희가 이 정도로 반응이 클 줄은 몰랐다. 세희는 옷깃에 묻은 냄새를 킁킁 맡더니 목구멍에서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가 토했다.로아는 토하고 나니 시원한 듯했다. 입가와 옷에 묻은 자국을 처리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 로아는 억울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세희 이모가 왜 저러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로아 몸에 남은 자국을 닦아주며 말했다.“로아야, 덕분에 세희 이모 토까지 하고…”로아는 나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작고 귀여운 입가에 보조개 두 개가 쏙 들어가 있었다. 웃으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빨며 자기 다리를 만지기 시작했다.나는 화장실로 가서 세희의 상태를 살폈다. 안에서 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로아나 잘 보살펴. 샤워하고 옷 갈아입혀야 하는 거 아니야?”“그래.”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로아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 준비를 했다.로아를 샤워시키고 나오는데 세희가 진이 빠진 듯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야, 너 설마 내장까지 다 토한 건 아니지?”세희는 의자를 찾아 앉더니 내 얼굴을 꼬집으며 난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하, 위장이 안 좋아서 그래.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정서의 영향도 크대. 요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로아가 뱉어낸 모유 냄새를 맡자마자 바로 내장을 다 토해낼 듯이 토했어.”로아는 잠옷을 입고 엉덩이를 위로 든 채 앞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세희의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인지 세희는 정신을 번
“민설아!”그때 이우범의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말투에서 엄격함과 불만이 느껴졌다.민설아는 놀란 듯 뒤를 돌아보더니 그런 이우범을 비웃었다.“우범 선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좋아하는 여자한테 하면 안 될 말이라도 할까 봐 그래요?”이우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민설아의 손목을 과격하게 끌어당겼다.“따라와.”“안 가요!”민설아가 이우범의 손을 홱 뿌리치더니 말했다.“그냥 일 얘기 하러 온 거예요.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네, 맞아요. 근데 틀어졌죠. 미안해요. 저는 아직 일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없네요.”이우범이 민설아를 잡고 있으니 나는 빠르게 자리를 뜰 수 있었다.민설아는 내가 가려고 하자 갑자기 이우범에게 캐물었다.“선배, 진짜 지영 씨한테 얘기 안 할 거예요? 선배가 지영 씨를 위해서 뭘 잃었는지?”나는 걸음을 멈추고 이우범을 돌아봤다.민설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는 잃은 거 없어. 됐지?”이우범은 인내심을 잃은 것 같았다. 나를 보지도 않고 민설아를 잡아당겨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그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고 나도 쫓아가서 묻지는 않았다. 그냥 마음속에 의문만 남았을 뿐이다.하지만 민설아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회사와 협력하려 하지 않았고 나만 계속 물고 늘어졌다. 내가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다른 주주를 사적으로 연락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다른 주주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독단적으로 아무렇게나 결정해서 회사가 큰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 말이다.사실 엄마의 생각은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회사의 다른 주주는 민설아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엄마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엄마니 당연히 나의 판단을 믿어주었다.하지만 회사는 나와 엄마만 결정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다른 주주까지 설득하자면 행동으로 우리의 결정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업무상의 고려로 나와 엄마는 잠시 포지션을 바꿨다. 나는 병원으로 가서 아빠
“아빠, 만수무강하실 거예요.”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이 한마디를 덧붙였다.엄마, 아빠가 없는 생활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당황하고 쓸쓸했지만 그렇다 해서 이우범에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내 것이 아니다.아빠가 멈칫하더니 난감한 듯 웃었다.“나도 만수무강하면 좋지. 로아와 승현이 커서 결혼하는 것도 보고, 너의 새로운 의지와 버팀목이 되는 것까지만 봐도 나와 네 엄마는 시름 놓고 떠날 수 있을 텐데.”“그런 말 하지 마요. 아직 멀었어요.”나는 아빠가 더는 말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렇게 슬픈 화제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또 이우범 얘기가 나오는 건 더 싫었다.아빠는 그래도 눈치가 빨랐다. 내 기분이 다운된 걸 발견하고는 바로 얌전하게 이 화제를 논하지 않았다.아빠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빈이가 떠올랐다. 사실 아빠와 그냥 층만 달랐기에 보러 가기 편했지만 저번에 내가 상처 준 일이 떠올랐다.그러다 그냥 가보지 않기로 했다. 가서 희망을 주는 게 오히려 더 잔인했다.점심이 가까워지자, 아빠가 내게 귀띔했다.“지영아, 우범이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바쁜 거 아는데 하루가 멀다고 이렇게 찾아오니, 잘 대접해 줘야지.”“네, 알겠어요. 이따가 바로 전화할게요.”내가 얼른 대꾸했다.아빠는 내가 얼렁뚱땅 넘어갈까 봐 그러는지 기어코 자기가 보는 앞에서 이우범에게 전화해 점심 약속을 잡으라고 했다.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우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우범은 전화를 받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여보세요?”“우범 씨, 지금 병원 근처에요? 근처에 맛있는 식당 하나 아는 데 가볼래요?”나는 아빠를 힐끔 쳐다봤다. 아빠는 뿌듯하다는 눈빛으로 내게 답하고 있었다.“네, 주소 보내줘요. 15분 정도 걸리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우범의 목소리는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게 듣기 좋았다.“네.”나는 전화를 끊고 아빠에게 물었다.“이제 좀 마음에 들어요? 이따 바로 아빠가 좋아하는 우범 씨 진수성찬으로 대접
‘인호 씨와 빈이가 왜 여기 있지?’빈이의 옷차림을 보니 외투 안에 입은 환자복 옷깃이 보였다.“빈아, 이렇게 추운데 왜 나왔어?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나는 그쪽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빈이의 손을 잡았다. 빈이는 기뻐하다가 손을 뺐다.“안 추워요. 병원에 있는 게 너무 심심해서 나와 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빠한테 데리고 나와달라고 했어요.”빈이가 얌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손을 빼는 그 동작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일부러 내게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이우범도 나를 따라 걸어왔다. 내가 다시 몸을 일으키자 마침 이우범과 배인호 사이에 껴 있었다.“다른 사람이랑 나와서 밥 먹을 시간도 있고, 한가하네.”배인호가 갑자기 이렇게 툭 던졌다. 시선은 이우범에게로 꽂혔다. 배인호가 말한 다른 사람은 역시나 이우범이었다.“일이 좀 있어서 같이 밥 먹으러 나온 거예요. 밖에 추우니까 얼른 빈이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가요. 그러다 감기 걸리면 시끄러워지니까.”나는 빈이의 몸을 걱정해 이렇게 귀띔했다.배인호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매우 언짢았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일단 너부터 잘 관리해.”“나랑 왜 아무 상관이 없어요. 난 그저 빈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전에는 내게 빈이를 돌봐달라고 하더니 지금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니 어이가 없었다.지금 이 아이에게 감정이 생긴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건 이미 늦었다.“뭐 어떻게 걱정할 건데? 애 엄마를 대체하기라도 할 거야?”배인호는 화통이라도 삶아 먹은 듯 말투에 나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나는 당연히 민설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었다. 이 부분도 내가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었다. 빈이가 민설아 곁으로 돌아가는 게 싫었다. 책임감 없는 엄마 옆에서 아이가 삐뚤어질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민설아의 아이라 내가 빈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이우범은 배인호가 나를 이렇게 대하자 차가운 목소리로 편을 들었다.“
‘왜 다들 나한테서 사람을 찾는 거야?’이모건은 전 여자 친구를, 노성민은 전처를 찾았다.“나도 정아가 어딨는지 몰라요.”내가 솔직하게 말했다.“허허, 그럴 리가요. 지영 씨한테까지 비밀로 할 사람이 아니에요. 하늘을 날든 땅을 파든 꼭 찾아낼 거라고요.”내가 말하려 하지 않자, 노성민은 내 앞에서 맹세했다.“날든지 파든지 알아서 해요.”나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노성민은 할말을 잃었는지 멍해서 나를 쳐다봤다.나는 노성민을 지나쳐 차로 향했다.이우범은 우산을 들고 창가로 다가와 내게 귀띔했다.“비 오니까 운전 천천히 해요.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빚진 점심은 다음에 다시 먹는 거로 하죠.”“네.”나는 이우범에게 서울에는 왜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가 전보다 바빠진 건 정상이었다.이우범이 가고 나서야 나는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아빠는 내가 이우범과 밥도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걸 알고 내가 일부러 후진 식당을 골라 빨리 끝내려고 그랬다고 우겼다. 내가 어떻게 설명하든 아빠는 믿지 않았다.나는 아빠의 잔소리를 들으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이 아프면 더 쉽게 정서에 휘둘리는 것 같았다. 전에도 아빠는 내게 잔소리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빠에게 대들 수도 없어 그저 묵묵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아빠의 잔소리가 끝나자 나는 아빠와 진지한 얘기를 시작했다.“며칠 뒤에 외국 좀 다녀올게요. 인호 씨가 추천한 그 병원에 아빠 진단 자료를 보내야 해서요.”“배인호가 추천한 거라고?”아빠가 멈칫하더니 물었다.“언제?”“저번에 아빠 보러 왔을 때 병원 얘기를 하러 온 게 더 컸어요. 아빠한테 얘기하지 않은 건 저도 나름의 조사를 했거든요. 지금 조사가 거의 끝났는데 그 병원으로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내가 솔직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아빠의 태도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거절한 것이다.“나 안 가. 인호가 추천한 거라며, 안 가.”나는 하는 수
“맞아요. 우범 씨 저희 부모님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 있죠.”나도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고 배인호의 말에 맞춰 맞장구를 쳤다. 결국 배인호의 안색은 흐림에서 폭우로 변했다. 마치 내가 극악무도한 말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빈이는 상황이 점점 이상해지자 입을 열었다.“아줌마, 오늘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 근데 지금 너무 졸려서 자고 싶어요.”이는 내가 먼저 자리를 뜰 수 있게 핑계를 만들어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여기 더 있다간 배인호와 다투게 될 것이다.“그래, 그럼 푹 자. 내일 다시 보러 올게.”나는 빈이를 향해 부드럽게 웃고는 배인호에게 눈길을 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다.하지만 배인호는 지금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라 예의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병실 밖, 노성민과 박준은 아직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나오자 둘은 바로 입을 다물었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나는 그런 둘을 신경 쓰지 않고 아빠에게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박준이 다가오더니 궁색한 표정으로 말했다.“허지영 씨, 혹시 뭐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뭐요?”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아니다, 질문 두 개.”박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브이 포즈를 취했다.노성민은 멀지 않은 곳에서 마치 특수 공작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바로 다른 곳을 쳐다봤다. 벽을 만지작거리다가 화분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직감이 말해주었다. 박준이 말한 질문 2개에서 1개는 무조건 노성민을 대신해 묻는다는 걸 말이다.나는 옅은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물어봐요.”박준은 마른기침을 몇 번 하더니 첫 번째 질문을 꺼냈다.“그게… 지금 정아 씨 어디 사는지 알아요? 성민이 저 모자란 놈이 와이프랑 아이들 보고 싶다고 해서…”“잠깐만, 와이프요? 전처가 맞죠.”나는 박준이 잘못 사용한 단어를 짚어냈다.“네, 네, 성민이가 전처가 보고 싶다고 실패한 결혼을 만회하고 싶다고 그러네요.”박준이 갑자기 나를 향해 맹세하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전까지 어두웠던 빈이의 눈빛에서는 삽시간에 빛이 나더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아빠!”말을 마친 뒤 그는 배인호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기분도 조금 전 보다 확실히 좋아진 듯 했고,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무균 치료실에 들어가는 듯 했다.무균 치료실 문이 닫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누구도 한 달 동안 빈이가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 알 수 없었고, 빈이와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 선생님뿐이었다.나는 모든 게 순조롭길 기도했다.“자식, 진짜 용감하고 멋지네. 나 전에는 빈이가 저렇게 착하고 멋진 애인 줄 왜 몰랐지?”박준이 입을 열었다. 그는 빈이가 이식수술은 한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달려온 듯 했으며, 그와 동시에 노성민의 일 때문에 겸사겸사 온 듯 하다.누가 뭐라든 그와 노성민은 수년간의 친구로서 어떤 일이 생겨도 서로 돕곤 했었다.“응.”배인호는 짧게 답한 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노성민이 이 틈을 타 내 앞에서 불쌍한척하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나도 우리 아이들 보고 싶네. 지금 어디 있는지, 잘은 지내는지, 괴롭힘은 당하지 않는지….”그가 이혼 후 와이프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다.모르는 사람이 그 말만 들었으면 그의 아이들이 누구한테 유괴라도 당한 줄 알겠다.이때 배인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너 다리도 이제는 거의 나았으니 얼른 제주도로 가. 그쪽에는 내가 안심할 수 없으니까, 네가 가서 봐줘. ”“뭐?”원한과 증오에 빠져있던 노성민은 그 말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뭐가 뭐야? 네 전 와이프가 아직도 널 기다리는 줄 알아?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겨서 널 피할 수도 있잖아.”배인호가 무표정인 얼굴로 노성민에게 상기시키자, 노성민은 대경실색하며 답했다.“인호 형, 형 전 와이프가 그랬다고 내 전 와이프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 마!! 우리 아이들이 다른 남자를 아빠라 부른다고? 절대 안 돼!”배인호는 노성민의 그 말에 얼굴색이 굳어
세희는 내 비명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그녀도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이모건을 발견했고, 그를 본 순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이모건은 큰 손으로 세희 팔목을 꽉 잡은 채 가지 못하게 했다.나는 바로 달려가 있는 힘껏 이모건의 손을 떼려 했다.“이모건 씨, 당장 그 손 놔요!”분노 섞인 나와 세희를 마주하던 이모건의 눈빛은 살짝 차가웠지만 그래도 결국은 세희의 팔을 놓아줬다.세희는 비록 나보다 조금은 살집이 있지만 이모건의 체형과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만약 이모건이 마음먹고 세희를 데려가려 한다면, 우리 두 명이라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그 시각, 대기실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고 우리 셋만 대치 상태에 있었다.내가 한 가지 더 빠뜨린 점이 있다면 이모건은 세희의 핸드폰 위치추적까지 했다. 그렇게 된 이상 세희의 신상과 티켓 구매 상황 등 전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둘이서만 얘기 좀 해요.”이모건은 나긋나긋한 말투로 세희한테 말했다. 비록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매우 달랐다.나도 과거에는 말릴 수 없는 사랑꾼이었기에, 사랑할 때와 사랑하지 않을 때의 눈빛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 하여 이모건이 세희에게 감정이 있는 건 확실하다.단, 이건 기괴한 사랑이다!“이야기 하지 마!. 남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 대화 좀 하자는 거야. 그러다 네 태도가 많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본성을 내비치는 거지!”나는 세희가 답하기도 전에 미리 그녀 대신 거절해 버렸다.그 순간 나를 보는 이모건의 눈빛은 삽시간에 차가워졌다.“이건 저랑 세희씨 일이니, 지영 씨는 간섭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이모건 씨, 지영이도 간섭한 권리가 있어요. 본인이 뭐가 된 것처럼 얘기하지 마요. 기껏 해봐야 저랑 한동안 만났던 제 전 남자 친구잖아요? 하지만 지영이는 제 오랜 친구예요. 얘가 간섭할 권리가 없는 거면, 이모건 씨는 저를 괴롭힐 권리가 있어서 이러는 건가요?”세희는 이모건의 한마디에 나를 자기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