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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빈이를 데려가다

“네, 알겠어요.”

냥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병세가 악화한 거야? 아니면… 실패한 거야?”

내가 물었다.

“민설아가 아빠 치료해 주겠다고 했는데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다가 돌아가셨는데 많이 힘드셨겠죠?”

나는 전에 민설아가 이 일로 배인호에게 자기와 결혼할 것을 협박하던 일이 떠올랐지만 냥이에겐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원래 진덕호의 추도회에 가서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전에 협력하던 관계기도 했고 냥이와도 친구라 가도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냥이가 완곡하게 거절했다.

“지영언니,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근데 저희 이미 대구로 돌아왔어요. 너무 멀어요. 아이도 둘이나 봐야 하는데 피곤하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기회 되면 봐요.”

냥이는 내가 아직 제주에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

간단하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냥이는 할 일이 있다면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미애는 넋을 잃은 나를 보고는 물었다.

“왜? 친구 가족분 돌아가셨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김미애는 적합하지 않은 문제를 더 물어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각자의 걱정거리를 안은 채 계속 묵묵히 화초들을 다뤘다.

——

오후 서너 시가 되어서야 배인호와 배건호의 대화가 끝났다. 하지만 절대 유쾌한 대화는 아닌 것 같았다.

배인호는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오다가 김미애와 화초를 다루고 있는 나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차 밖에 있어?”

“네. 왜요?”

내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서울로 가자. 차 좀 얻어 탈게.”

배인호가 내게 말했다.

너무 의외였다.

’여기 남아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빈이도 여기 있으면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김미애가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서울로 올라가는 거야? 빈이는? 돌봐줄 사람 구했어? 그러다 민설아가 데려가면 어떡하려고?”

배인호는 그런 김미애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이미 서울로 보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빈이가 이미 먼저 서울로 올라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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