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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안 나을 거예요

의사가 가고 빈이는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배인호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빈이가 아까 보였던 반응이 자꾸만 떠올랐다.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

“빈아?”

배인호가 빈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불렀다.

“아빠, 아줌마 옷이 나 때문에 더러워졌어요.”

빈이는 아직도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빈이는 약간 걱정스러운 말투로 배인호에게 말했다.

“아줌마가 저 때리지는 않겠죠?”

전에 나를 대하는 빈이의 태도가 너무 엉망이었어도, 더 심한 짓을 했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옷 한 벌이 뭐라고 이렇게 긴장하고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어제 들은 잠꼬대가 생각났다. 정아네 집에서 와인을 마셔서 그런지 나는 그때 이미 많이 졸린 상태였다. 그래서 잠이 조금 깊게 들어 있었다. 빈이의 잠꼬대를 듣고 겨우 눈을 떠 빈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그때 빈이가 한 잠꼬대는 “엄마, 미안해”, “때리지 마요” 였다.

민설아에 대한 의심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빈이의 마음에 이런 영향을 미칠 정도면 장기적인 학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가 힘들었다.

“아니야. 아줌마는 너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너를 돌보러 왔어.”

배인호가 빈이를 다독였다.

빈이는 눈물이 글썽해서 나를 쳐다봤다. 순간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만약 민설아가 진짜 빈이를 학대했다면 진짜 너무 불쌍했다.

배인호가 달래주자 빈이도 천천히 잠에 들었다. 내가 먼저 배인호를 한쪽으로 데려가 말했다.

“인호 씨, 빈이에 대해서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응, 말해 봐.”

배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이의 이상한 행동을 그에게 알려줬다. 만약 민설아가 진짜 아이를 학대했고 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빈이의 양육권을 가져오는데 더 큰 승산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를 들은 배인호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고 눈빛에서는 분노가 느껴졌다.

아이를 아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빈이가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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