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배인호를 본 빈이가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조금 느껴졌다. 배인호를 보는 빈이의 눈빛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배인호는 그제야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은 이미 정상이었다.“아까 무슨 말 하고 있었어?”배인호가 침대맡에 앉으며 빈이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눈은 나를 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빈이도 무서운가 봐요. 엄마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내가 대답했다.내 말에 빈이도 입을 열어 배인호에게 빌었다.“아빠, 엄마 한번 만나게 해주면 안 돼요? 며칠이나 못 봤어요. 어디 갔는지 알아요? 설마 나 버린 거 아니죠?”빈이는 이렇게 말하며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병에 걸린 다음부터 일고여덟 살 된 아이가 갑자기 성숙해진 것 같았고 전처럼 짓궂고 활발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 침대에서 자지 않으면 멍을 때리곤 했다.배인호는 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수술 끝나면 엄마 만날 수 있어.”“근데 나는 지금 보고 싶어요.”빈이가 다급하게 말했다.“빈이 착하지. 곧 만나게 될 거야.”배인호는 빈이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저 가볍게 대꾸했다.평소와 똑같이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나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빈이도 이걸 느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더는 떼를 부리지 않고 입을 다문채 그냥 조용하게 잠을 청했다.빈이는 곧 잠이 들었다. 빈이는 지금 힘이 별로 없었다. 자지 않으면 치료를 받고 있었다.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라 배인호에게 물었다.“결과 나왔어요?”빈이의 친부인 배인호는 매칭 성공할 확률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빈이에게 기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 두 아이도 마지막 남은 위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배인호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이상했다.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런 눈빛은 아닐 텐데 말이다.“나가서 얘기하자.”분명 빈이는 잠들었지만 그래도 배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빈이가 잠결에 어렴풋이 들을까 봐 걱정
의사가 배인호 곁으로 다가오더니 나와 민설아를 힐끔 보고는 배인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배인호에게 서류 하나를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나는 어렴풋이 조금 들었다.“문제가 생겼습니다. 죄송합니다.”“금방 나온 결과입니다.”순간 나는 이 의사가 뭐 하러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전에 말한 배인호와 빈이의 매칭 결과가 잘못되었고 빈이는 여전히 배인호의 친자라는 소식일 것이다.민설아도 무조건 조금 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나는 그녀의 태연함에서 수상함을 느꼈다.처음에는 강력하게 거부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변한 게 너무 이상했다.빈이를 돌보는 동안 민설아는 한 번도 빈이를 보러 온 적이 없었다. 간절하게 배인호와 빈이를 뺏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빈이를 직접 치료하겠다고 하던 민설아가 말이다.배인호는 그 서류를 확인하더니 표정이 살짝 변했다. 마치 한시름 놓은 것 같으면서도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민설아는 알면서 일부러 되물었다.“그건 뭐예요?”“별거 아니야.”배인호의 손이 자연스럽게 툭 아래로 떨어졌다.“내가 이번에 온 건 인호 씨가 빈이를 포기하는지 보려고 온 거예요. 만약 빈이를 포기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데려갈 거예요. 내가 병을 잘 치료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일이에요.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앞으로 빈이는 배 씨가 아니라 민 씨에요.”민설아는 이렇게 말하더니 병실로 들어갔다. 배인호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상했다.오히려 내가 자기도 모르게 민설아를 따라 들어갔다. 빈이는 이미 잠에서 깨어났다. 민설아를 보고는 생각처럼 흥분하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하고 두려운 표정이었다.“엄마, 미안해요.”“빈아, 사과는 왜 해? 엄마는 너 데리고 가려고 왔어. 앞으로 엄마와 여기를 떠나서 풍경 좋은 곳으로 가서 생활하자. 어때?”민설아가 손을 뻗어 빈이 몸에 꽂은 링거를 빼려고 했다.빈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나를 보더니 이내
“만약 설아에게 빈이를 치료할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데려가게 해야지.”배인호는 여전히 앞서 한 결정을 견지했고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이 반응이 아니어야 하는데 의외였다.배인호의 이러한 태도는 민설아가 빈이를 데려가는데 제일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민설아의 표정은 나보다 별반 나을 바 없었다. 오히려 원망하고 있었다.“허지영 씨,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요.”나를 대하는 민설아의 태도가 날카로웠다. 다시 빈이를 데려가려는데 빈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작았지만 굳건했다.“엄마, 나 아빠와 같이 치료할래요.”민설아는 마치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빈이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몸을 숙여 빈이가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뭐라고? 여기 남아서 치료하겠다고?”빈이는 민설아가 쭈그리고 앉아 자기와 눈을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민설아의 눈빛에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용기 내서 속마음을 드러냈다.“엄마, 나 여기 남아서 치료할래요. 다 나으면 내가 찾으러 갈게요. 그러면 안 돼요?”“빈아, 엄마가 치료해 주면 돼. 너 여기 있으면 오히려 위험해. 알아?”민설아가 인내심 있게 빈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빈이는 오늘 예전과 많이 달랐다. 빈이는 내 손을 잡더니 행동으로 민설아를 거절했다.나는 빈이를 뒤에 숨기고는 말했다.“빈이가 결정했으니 다 나으면 돌려보내는 거로 하죠.”“빈아!”민설아가 잔뜩 약이 올랐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장난감이 갑자기 엇나가니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이해는 갔다.빈이는 민설아를 보기가 두려워 내 두 손을 더 힘껏 부여잡았다. 이때 배인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빈이 두고 가. 내가 책임질게. 다 나아서도 너랑 같이 가겠다면 나도 막지 않을 거야.”배인호의 차가우면서도 가벼운 태도에 민설아는 놀라면서도 잘 믿지 못했다. 그녀는 나를 힐끔 보더니 나에 대한 질책과 거부감을 드러냈다.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민설아는 아마 내가
나는 환생했지만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환생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나를 통제할 수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나와 배인호의 사이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모두 그와 연결되었다.민설아가 지금 여기서 나를 욕하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을 갖고 노는 하늘을 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그 손 놔.”나의 손을 잡은 민설아를 본 이우범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민설아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바로 민설아의 손을 쳐냈다.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병실에서 나오는 배인호가 보였다. 그와 이우범은 이제 가장 큰 라이벌이다. 만나기만 하면 두 사람 표정이 모두 차갑게 변했다.“아직도 안 갔어? 지금 당장 여기서 떠나.”배인호는 민설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배인호도 방금 민설아가 나의 손을 세게 잡은 걸 봤는지 내 앞을 막아서며 민설아와 나 사이의 거리를 떨어트렸다.민설아는 자기를 향한 배인호의 냉담한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았다. 비록 배인호는 예전에도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말투에서 거부감이 느껴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화가 나 보였지만 심호흡하며 결국 참았다.“그래요 그럼. 인호 씨 말대로 빈이 이식 수술 진행해요. 그런데 인호 씨하고 일치하던가요?”“아니.”배인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일치한 기증자를 계속 찾을 거야.”비록 기증자 검사에서 빈이가 그의 친 아들이 아니라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친 자식이라고 해도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결국 오해는 풀렸다. “언제까지 찾을 작정이에요? 일치하는 기증자가 계속 나타나지 않으면 빈이는 죽기를 기다려야 하나요?”민설아가 배인호에게 물었다.“그럴 일은 절대로 없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마.”배인호의 대답은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간결했고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민설아는 더 말하려고 했지만 이우범이 그녀를 막았다. 두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에 나는 짜증이 몰려왔다.나는 이우범이
“그래요. 그때 가서 빈이 선택에 따르죠. 당신이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민설아는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배인호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우범을 바라보았다.“넌 안 가고 뭐 해?”이우범은 배인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내게 던졌다.“아이들을 돌보는 건 참 힘든 일이에요. 아이들을 일찍 데려오는 게 좋을 거예요.”그가 나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나는 이우범의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다는 걸 민감하게 알아차렸다.설마 이우범이 뭔갈 아는 건 아니겠지?로아와 승현이를 우리 부모님에게 맡겼다는 사실을 이우범에게 말하지 않았기에 그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우범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일 때문인지 1분 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배인호를 쳐다보았다.“알겠어요.”그는 상대방의 말을 들은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침착한 말투로 배인호에게 말했다.“네가 우리 이씨 가문에 끼친 손해는 꼭 두 배로 갚아줄게.”“기대하고 있을게.”배인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하나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여기는 듯 침착했다.이우범도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가는지 더 머무르지 않고 떠났다.나는 배인호와 이우범 사이의 비즈니스 전쟁이 현재 어느 정도 있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나는 더 이상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내 문제가 아니라면 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병실로 다시 돌아오니 빈이는 이미 침대에서 쉬고 있었다. 빈이의 작은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나와 배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지영 아줌마, 아줌마하고 아빠도 날 버리는 거예요?”“빈이야 어떻게 널 버려? 네 아빠인데 널 버릴 리가 없잖아.”나의 위로가 다소 쓸모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배인호가 자기 피가 섞인 친 아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믿고 있었다.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고개를 돌려 배인호를 바라보
나를 발견한 김미애가 빠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병세가 많이 안정된 덕분인지 그녀의 안색이 아주 좋아진 것 같았다.하지만 빈이의 문제는 분명히 그녀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더해주었을 것이다.“지영아, 그동안 네가 고생 많았다. 네가 이렇게 우리를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김미애는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았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해야죠.”김미애의 눈빛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배건호와 함께 빈이를 보로 병실로 들어갔다. 두 분은 빈이를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 아파했다.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는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런데 배인호가 나를 따라 나올 줄은 몰랐다.마침 나도 그에게 할 말이 있었다.“인호 씨, 요 며칠 부모님이 여기 계실 거예요?”내가 먼저 입을 열어 배인호에게 물었다.나는 요 며칠 동안 계속 배인호에게서 뭔가 우울하고 냉담해진 느낌을 받았다. 그는 뭔가 고민이 있는 듯 온몸으로 답답한 기운을 뿜어냈다. 나도 요즘 그에게 짜증 나는 일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배인호의 미간은 거의 펴질 새가 없었다. 깊게 파인 미간을 보고 나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이우범과의 비즈니스 전쟁, 민설아의 거짓말, 빈이의 병, 우지훈의 일까지 모두 그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었다.“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하지만 두 분은 빨리 돌아가시게 할 거야. 왜 무슨 일 있어?”배인호는 나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아이들한테 다녀오려고요. 2, 3일은 걸릴 것 같아요. 근데 돌아와서 빈이가 수술할 때까지 돌봐줄 게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나는 배인호의 부탁 때문에 빈이를 계속 보살피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순전히 빈이라는 아이가 너무 가슴 아팠기에 옆을 지키려는 것이다.아마도 엄마가 된 이후로 아이가 고통을 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거기에 빈이는 지금 나에게 많이 의지
“예전부터 이랬어. 너무 자주 하는 검진 때문에 나도 지쳤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아빠는 내려오셔서 물 한 컵을 따라 목을 축이셨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한 모습에 나는 더 걱정되었다. 부모님 나이가 되면 쉽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전에 엄마가 쓰러진 적도 있었기에 나는 아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까 봐 겁이 났다.나는 아빠에게 건강검진을 꼭 받으러 가자고 강력하게 말했다.“날이 밝으면 검사받으러 병원에 같이 가요.”나는 확고한 의지로 아빠가 반대할 틈을 주지 않았다.두 분은 시선을 주고받으시더니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셨다.“지영이 말 들어요. 수십 년 동안 담배를 피웠으니 폐가 일반인보다 많이 안 좋을 거예요. 하루라도 빨리 검사받는 게 좋죠.”아빠는 힘없이 한숨을 쉬셨다.“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술이나 담배는 사회생활 하면서 피할 수가 없으니 천천히 습관이 된 거야. 알겠어. 지영이하고 병원에 다녀올게. 그러면 당신이 회사에 출근해야겠네.”“내가 출근하면 되죠. 당신 건강이 더 중요해요.”엄마가 대답했다.이렇게 한 가족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지난번에 돌아왔을 때는 아빠도 집에 계시지 않았었고 나도 하룻밤만 자고 떠났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는 어느새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원래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었는데 깨어보니 점심시간이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내가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보니 승현이와 로아는 아빠와 함께 워터 볼 풀장에서 놀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이는 나를 보자마자 알아보고서는 안아 달라는 듯이 신나게 작은 손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했는데 정말 빨리 자리고 빨리 배우는 것 같았다. 내가 보러 오지 못한 동안 둘 다 더 통통해지고 활발해진 것 같았다. 사람을 알아보고 안아달라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둘 다 이젠 안정
배인호는 잠시 침묵하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망설임은 매우 이례적이었다.예전에는 배인호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의 말과 행동에서 빈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미묘하게 사라진 것 같았다.“왜 갑자기 이걸 묻는 거야?”배인호는 드디어 내게 대답했다. 하지만 명쾌한 대답이 아니라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내가 되물었다.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날 병원에서 빈이가 인호 씨의 친 아들이 아니라고 한 뒤로 인호 씨가 조금 변한 것 같아서요. 그런데 그건 후에 실수하고 하지 않았어요?”“나도 알아. 이런 일로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돌아올 때 연락해 줘.”배인호는 이 일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빈이는 이 전화로 인해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빨리 병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정말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만약 일치한 기증자를 찾지 못한다면 빈이는 어린 나이에 결국...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계속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말하게 서울시로 돌아가려고 했다.엄마는 놀라며 물었다.“이번에는 좀 더 오래 있을 거라며?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거야? 그쪽에 금한 일이 있니?”“빈이의 상황이 좋지 않아요. 돌아가서 같이 있어 주려고요.”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나의 대답에 엄마의 얼굴이 조금 이상해졌다.전에 나는 말썽꾸러기 빈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빈이의 전화 한 통 때문에 빈이에게 서둘러 돌아가려고 했다. 빈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 변화가 커도 너무 컸다.민설아가 빈이를 학대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유뿐만이 아니라 빈이를 보살펴주는 시간 동안 빈이는 내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빈이는 얌전했고 말도 잘 들었다. 또 자기를 혼내는 것을 정말 두려워하며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말썽꾸러기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나는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민설아가 교육을 잘 못한 것이었다. 배인호 부모님의 판단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