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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일종의 부드러움

정아는 내게 와인을 따라주고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정아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 생은 저번 생처럼 비참하진 않았지만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내가 다시 태어나면서 모든 게 변했고 나도 변한 환경에 따라 같이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변한 지금 나는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요즘 세종시에서 무슨 일 있었어?”

정아가 먼저 내게 물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

나는 한숨을 쉬며 배씨 집안과 이우범의 일을 하나하나 자세히 정아에게 털어놓았다. 마음속에 묵혀둔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정아도 담담하게 들으면서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게 질문을 해왔다.

점점 뒤로 가면서 정아는 흥분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와인까지 내뿜을 뻔했다.

“뭐? 이우범이 민설아가 죽은 척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정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놀라움을 표시했다.

“응, 생각도 못 했지?”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처음엔 나도 정아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아처럼 오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정아는 입가에 묻은 와인 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와, 진짜 이우범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아니다. 근데 왜 그랬대? 배인호와 무슨 원수라도 진 거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라면 둘 사이에 절대 아무런 원한이 없었을 것이다. 모순이 있다고 해도 원인은 민설아밖에 없다.

하지만 이우범은 전에 민설아를 받아준 적이 없다고 했다. 민설아도 이우범에게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자 홧김에 배인호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이것도 나를 속인 건가?’

이우범도 그때 민설아에게 호감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민설아가 자기를 쫓아다니게 놔둘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관대한 성격이 아니었다.

‘설마... 민설아가 배인호와 사귀게 되면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점유욕과 실망감을 불러일으킨 건가?’

이것 때문에 민설아가 죽은 척할 수 있게 도와줬다면 정말 너무했다.

“난 이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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