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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생각이 정리되다

이우범은 내 질문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나는 그가 민설아 얘기를 꺼내기 매우 싫어하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지금 민설아와 손을 잡았기에 내가 민설아를 꺼낼 때마다 우리 사이의 응어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네, 원래 나도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는 하는 수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민설아 씨를 도와서 빈이가 이 병원에 있다는 거 찾아준 거 아니에요?”

나는 이우범과 가식적인 대화를 나누기 싫었다.

“우범 씨, 나 때문에 인호 씨랑 척진 거 맞아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이미 불만이 있었던 거예요?”

“무슨 말이에요?”

이우범은 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는 아마 전에 자기가 했던 일을 잊은 듯했다.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나도 명확하게 잘 설명하지 않았다. 나만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이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니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병원에 아직 볼일이 남은 것 같은데 나는 이만 가볼게요.”

나는 몸을 돌려 내 차로 향했다. 이우범과 더 대화를 이어가기가 싫었다. 그러다 그가 파놓은 또 다른 함정에 빠져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손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에 죽는다고 생각하니 배인호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죽는다”는 말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우범은 섬세한 사람이었다. 내 반응이 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내가 차에 타기도 전에 내가 연 차 문을 도로 닫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우범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인호가 또 뭐라고 구워삶은 거예요?”

“구워삶은 적 없어요. 꼭 그렇게 따진다면 날 구워삶은 건 우범 씨겠죠.”

내가 차갑게 대꾸했다.

배인호가 내게 잘못한 건 맞았다.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황에서 매번 나를 무너트리고 상처받게 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인호의 인성은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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