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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자기의 발등을 찍다

유정이 발악하는 모습을 보니 그녀가 그토록 멍청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

“지영 언니, 그냥 정이한테 사과하고 이 일은 이렇게 넘겨요. 그럼, 앞으로도 친구 할 수 있어요.”

서란은 계속 싸움을 말리는 좋은 사람인 척 쇼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유정이 그렇게 심한 일을 당했는데 내가 한 짓이 맞는다고 해도 사과만 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자기가 당한 일이 아니라고 참 쉽게 얘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누가 유정을 해쳤는지 서란은 모를 리 없었다.

우지훈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전혀 켕기는 게 없어 보였다.

이 남자도 진짜 마음이 독했다. 자신의 여자 친구한테 이런 짓까지 한 게 결국은 헤어지기 위해서라니, 모든 잘못을 유정한테 넘긴 것도 더는 매달릴 핑계가 없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유정은 우지훈은 좋은 사람이고 잘못은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란아, 진심이야?”

나는 태연하게 머리와 옷을 정리하고는 담담하게 물었다.

“지영 언니, 지금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사람은 언니예요.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요?”

서란은 내가 무슨 의미로 묻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유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이는 나와 제일 친한 친구예요. 이렇게 당하는 건 싫다고요.”

유정은 서란의 말을 듣고 감동한 표정으로 서란을 한번 쳐다봤다.

이때 서란의 눈빛이 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눈이 반짝거렸고 아주 신이 나 보였다.

“인호 씨, 여기요!”

배인호도 오다니, 조금은 놀라웠다. 아까까지 영상통화를 했는데 말이다.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서란이 배인호를 불러내는 것도 정상이었다.

배인호는 인파를 뚫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시선이 몇 초간 내 몸에 머물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서란은 이런 면에서 매우 민감한 편이었다. 서란은 갑자기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배인호의 팔짱을 끼고는 머리를 배인호의 팔에 살포시 기댔다. 마치 주도권을 과시하는 듯해 보였다.

배인호는 자기도 모르게 팔을 빼려고 했지만 내가 바로 눈치를 보냈다. 그는 눈살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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