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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모함

“왜 말이 없어? 마음에 안 들어?”

내가 계속 침묵을 지키자, 배인호가 다시 물었다.

나는 물에서 꽃잎을 몇 개 건져내 손바닥에 놓고 자세히 관찰했다. 예쁘긴 했다. 전혀 시든 흔적이 없었고 약간은 벨벳 촉감이었다.

“마음에 들어요. 너무 예뻐요.”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한번 보여줘 봐.”

배인호는 이렇게 말하더니 전화를 끊고 영상통화를 다시 걸어왔다.

나는 알람을 보며 받아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얼떨결에 받기 버튼을 눌렀다.

배인호 쪽 배경은 청담동 서재 같았다. 그는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점잖은 양아치 느낌이었다. 그는 평소에 안경을 잘 끼지 않았지만, 낄 때마다 나는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뭐야? 반신욕하고 있어?”

배인호는 내가 욕실에 있는 걸 발견하고는 물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당신이 준 장미랑 같이요.”

배인호가 약간 멈칫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눈치였다. 나는 아예 카메라를 돌려 욕조를 비췄다. 욕조에 가득 담긴 빨간 장미꽃 꽃잎이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나한테 꽃을 보냈다. 결혼식 부케마저도 배인호 어머니가 골라준 것이었다.

“당신이 아무 얘기 안 한 것도 있고 카드에 메모도 해놓지 않아서 누가 보낸 건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반신욕이나 할까 가져온 거예요.”

내가 난감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나 빼고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 있어?”

배인호도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내가 보냈다고는 아예 생각도 못 한 거야?”

나는 몇 초 정도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

“솔직히 진짜 생각 못 했어요.”

나는 배인호가 액세서리나 가방, 차나 집은 줘도 꽃은 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인호의 표정이 굳더니 심호흡했다.

“이건 나를 탓하면 안 돼요. 전에 길가에 난 들꽃이라도 좋으니 꽃 좀 선물로 달라고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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