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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증거를 훔치다

머리를 돌려 차창 밖을 내다봤다. 이우범의 차가 옆에 멈췄다.

“왜 여기로 왔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퇴원 절차 밟으려고.”

배인호가 차갑게 대답했다.

‘서란 이제 퇴원해도 되는 건가? 그럼, 독일로 수술하러 가도 된다는 거네?’

궁금증이 밀려왔다.

배인호가 서란의 일을 처리하러 온 거면 내가 따라다닐 필요는 없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이 기사한테 연락했고 병원 정문으로 데리러 오라고 했다.

“같이 올라가는 거 아니에요?”

이우범이 물었다.

나는 혼자 들어가는 배인호의 뒷모습에서 이미 화가 많이 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일부러 나와 이우범을 무시하고 먼저 올라갔다.

“연적 병문안은 적성에 안 맞아서요. 출근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란 퇴원 절차 끝나면 아마 바로 독일로 가서 2차 이식할 거예요. 인호도 같이요.”

이우범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나와 대화를 나누며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알겠어요. 빨리 출근하러 가봐요. 우범 씨 시간 잡아먹는 거 같은데.”

나는 이우범을 향해 손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우범이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차가운 눈이 잠깐 빛나는 듯하더니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그저 머리를 끄덕이더니 병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앞에서 이 기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전에 도착한 건 서중석과 윤선이였다.

서중석은 퇴원은 했지만, 안색이 예전에 비하면 초췌해 보였다. 부부는 무거운 표정으로 병원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눈빛에서 경계심이 묻어났다.

“아가씨, 여긴 어쩐 일로?”

윤선이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실 요 며칠 그는 나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를 몇 번 걸어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매번 나는 재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

“누구 기다리는 중이에요.”

나의 심플한 대답에 윤선이 머리를 끄덕였다.

순간 옆에 서 있던 서중석이 가슴을 움켜쥐더니 아픈 기색을 드러냈다. 윤선이 놀라 황급히 부축했고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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