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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서란과 사귀는 거 아니에요?

근무 시간이라 그런지 민예솔은 더 이상 나와 입씨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오후 내내 좋지 않았다.

퇴근 후 차를 운전해 회사를 나가려는데 눈에 익은 빨간색 BMW가 보였다. 차에서 내린 서란은 옷차림이 꽤 밝았고 머리에는 도트 베레모를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스타일리시했다.

‘퇴사했는데 회사는 왜 왔지?’

마음속에 의문이 들긴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사는 단지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히려고 하는 그때 누군가가 재빨리 잡아 세웠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천천히 열렸고 배인호가 차가운 안색으로 들어왔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본 것 외에 더 이상의 시선 교류는 없었다.

배인호의 손에 식자재가 들려있었다. 식자재를 사 들고 오는 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약간은 가정적인 좋은 남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몇 초 뒤 갑자기 세게 흔들렸다. 나는 황급히 손잡이를 잡아 평형을 잡았지만, 심장이 심하게 떨려왔다.

“엘리베이터 고장 났나 보네.”

배인호가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고장 났다고요?”

어이가 없었다.

“서비스 센터 콜 해봐요.”

이내 서비스 센터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에 조금 문제가 생겨 수리 인원을 연락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직원의 말이 끝나고 엘리베이터는 침묵에 잠겼다. 나와 배인호는 서로 할 말이 없었다.

이 침묵은 나의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에 깨졌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이미 밥을 해서 먹었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요즘 내 배 속에서 꼬물꼬물하는 새로운 생명체 때문인지 자주 배가 고팠다.

배인호가 나를 힐끔 쳐다봤고 나는 민망해서 머리를 돌렸다.

“꼬르륵~”

배가 다시 항의를 해왔다.

“많이 배고파?”

배인호가 허리를 굽히고는 바닥에 놓인 봉지를 열었다. 안에는 식자재 외에도 사과와 식빵이 들어 있었다. 배인호가 식빵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먼저 좀 먹어.”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빵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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