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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관심해야 할 상대는 내가 아니야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바깥이 조용해지자, 배인호를 살며시 밀어냈다.

“베란다 문이 안 닫혀요. 좀 닫아줘 봐요.”

배인호가 “응”하고 대답하더니 그쪽으로 가서 검사했다.

비는 계속 크게 내렸고 바람도 멈추지 않았다. 배인호가 베란다 문을 한번 쭉 검사하고 문을 닫았을 때는 이미 옷과 머리가 다 젖어 있었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비바람 소리가 많이 작아진 것 같았다. 나는 배인호에게 마른 수건 하나를 건네줬다.

“고마워요. 이걸로 머리 좀 닦아요.”

배인호가 수건을 건네받더니 아무렇게나 머리를 닦았다. 그의 셔츠는 대부분 오른쪽이 젖어 있었다. 젖은 셔츠는 그의 어깨부터 등 허리까지 찰싹 붙어 있어 근육 라인이 살짝 보였고 머리를 닦을 때마다 근육이 따라서 움직였다.

나는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배인호가 머리를 다 닦으면 갈 줄 알았다.

“혼자 살면서 왜 이 집을 선택한 거야?”

배인호가 뜬금없이 물었다.

“회사랑도 가깝고 큰아버지 집이랑도 가까워서요.”

나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근데 여기 안전도 그렇고 주변 시설도 별로인 거 같은데.”

배인호는 이곳이 퍽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인호 씨는 왜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물었다.

“너랑 똑같은 이유로, 회사가 가까워서.”

배인호가 멈칫하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대화를 시작했으니 나는 이왕이면 내가 알고 싶은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다.

“이쪽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주기가 얼마나 돼요? 언제 돌아갈 거예요?”

나는 소파에 앉아 질문을 던졌다.

배인호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담담하게 답했다.

“아직 몰라. 내가 빨리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지? 걱정하지 마. 껌딱지처럼 붙어있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저도 모르게 한 마디 대꾸했다.

“전에 나한테 껌딱지 같다고 했었는데.”

분위기가 순간 껄끄러워지기 시작했고 공기도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예전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감정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배인호의 시선이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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