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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36화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전화 너머의 천태성은 여전히 오만했다. 이내 그는 명령하듯 말했다.

“오늘 밤에 천씨 가문의 전용기가 당신네 지역에 내릴 테니까 제대로 접대해요.”

“네, 네. 꼭, 진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주건희는 그렇게 대답하며 다시 물었다.

“감히 여쭙건대, 천씨 가문의 어느 분이시죠?”

“'감히'라는 걸 알면서 뭐 하러 묻죠?”

천태성의 차가운 말투에는 짙은 불만이 담겨 있었다.

“기억해요, 개면 개다운 각오가 있어야죠. 개는 주인에게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달칵!

통화가 종료됐다.

주건희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정신이 멍해졌다.

금테 안경 아래의 두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

순식간에 두 눈의 분노가 사그라들더니 입가에 미소를 드러내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미 개가 됐는데.”

그날 밤.

교외 공항은 조용하지 않았다.

대합실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이따금씩 공항 직원들의 방송 안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활주로에도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내리고 떴다.

교통량이 엄청난 공항은 야밤이 되어도 여전히 그만의 활력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한 활주로만이 기이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주변의 길에서 아무리 많은 비행기가 뜨고 져도 그 길만큼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교외 공항의 이종 같았다.

저 멀리, 불빛이 엄습했다.

검은색의 롤스로이스 팬텀이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팬텀 뒤에는 9대의 검은색 벤츠 GLS500이 따라오고 있었다.

질서정연한 그 광경은 엄청난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만약 대낮에, 탑승객들이 발견한다면 분명 한차례 탄성을 자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오에 가까운 야밤이라 이 광경은 마치 은밀한 야행같이 비밀스러웠다.

롤스로이스는 활주로 옆에 멈췄고 이내 문이 열리더니 주건희가 내렸다.

조금은 시린 밤바람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옷을 여몄다.

“어르신, 날이 깊었습니다. 겉옷을 걸치시지요.”

한 노인이 따라서 차에서 내리며 들고 있던 코트를 주건희의 어깨에 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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