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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243화

차가운 목소리가 안채에 울려퍼졌다.

방안의 공기도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한 중년의 동공은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그는 이내 곧 경악에 휩싸였다.

이수용과 존은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표님, 무례를 범하지 마세요.”

말을 마치고, 그는 다급히 이미연에게 해명했다.

“어르신, 제가 대표님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하.”

이미연은 냉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수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도준을 흘겨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도준의 얼굴에는 냉기 외에는 조금의 감정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이미연과 당당히 눈을 마주치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안채에 들어서자마자 이미연이 불교의 전통 초도경문인 ‘지장보살본원경’을 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미연에게 한 발 물러서달라고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화를 꾹 참았었다. 하지만 이미연은 그저 경문을 외우기만 할 뿐, 천도준을 아예 신경쓰지도 않았다. 만약 이수용이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면 이미연은 정말 ‘지장보살본원경’을 백 번이나 읊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경문을 백 번이나 읽다니…… 천도준을 피 말려 죽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천도준은 용서를 구하러 온 게 확실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이용당할 사람도 아니고, 충동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이미연은 경문으로 그를 설교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천도준이 무엇을 더 참으란 말인가?

그 모습에 이수용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연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은 어느새 새빨개졌다.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이미 이미연이 초도경문을 읽는 것을 알아챘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천도준을 말릴 수 없었다.

천도준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지 않았다면, 그는 감히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천도준이 경문을 읊는 이미연에게 대들 줄이야……

그건 아주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이미연은 천천히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독경 소리를 끄고,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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