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영이든, 천태성이든 모두 천씨 가문의 엘리트로서 체계적인 격투기 훈련을 받아왔었다. 그런 그들도 천도준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이미연은 자기 옆에 서 있는 중년 남자가 자신을 지켜주리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도준의 말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이든 못할까?안채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이수용과 존은 머리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마치 하늘이 곧 무너질 것 같았다.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천도준과 이미연은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만약 이 장면이 밖에 알려지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천씨 가문은 하늘 아래 최고의 가문이었다. 전쟁의 신도, 지위와 권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천씨 가문에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그런데 지금, 한 젊은이가 세 걸음만에 이미연의 피를 보게하려고 협박하고 있다.그렇게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안채 밖에서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이미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준이는 제 아들입니다.” 짧은 한 마디가 마치 번개와 같은 큰 충격을 동반했다.모두가 깜짝 놀랐다.“가…… 가주님.”마치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이수용의 눈에는 광채가 나타났다.존도 기쁨에 겨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중년 남성도 다급히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가주님을 뵙습니다.”“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박씨 어르신.”둔탁한 목소리가 은은한 바람과 함께 중년 남성에게 화답했다. “흥.”의자에 앉아있던 이미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천도림, 너 꽤 빨리 왔네?”“어디 어르신만 하겠습니까?”그러자 이미연은 손가락으로 천도준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어디 한 번 봐봐. 저렇게 반항하고 미쳐 날뛰는 사생아가 우리 가문의 엘리트들과 비교할 자격이 있어? 더군다나 우리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패기가 넘쳐흘렀다.이런 기세는 오직 천씨 가문의 가주에게만 있는 것이었다.이미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수척한 몸은 가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꽉 악물었다.천도림은 가주지만, 그녀는 천씨 가문의 높은 어르신이었다.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하는 게 효도라고 할 수는 없었다.이런 상황은 이미연은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천도림은 이미연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놓았다.이수용과 존은 크게 기뻐하며 새빨개진 눈으로 천도림을 빤히 바라보았다.천도림은 분명히 천도준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도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천도준조차 정신이 멍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코가 시큰거렸다.일면식도 없는 아버지였다. 그런데 이렇게 기세가 등등하다고?“천도림, 지금 이게 가문의 가주로서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인 거야?”이미연은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천씨 가문의 어른에게 효를 다해라는 규칙은 어디로 간 거지?”“무슨 말씀이시죠?”천도림이 말했다.“이 사생아는 이 늙은이에게 아득바득 대들면서 효를 저버리고 있어. 그런데 가문의 가주로서 가문의 규칙을 엄격하게 다루지 않고 오히려 자식을 감싸고 있잖아.”이미연은 천도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기세가 다시 한번 높이 치솟았다.천씨 가문에서 효도는 중요한 규칙의 일부분이었다.이것이 바로 이미연이 오랜 세월 동안 은둔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가문의 꼭대기에 우뚝 서있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어찌 어르신 말씀을 거역하겠습니까? 만약 어르신께서 먼저 도준이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제 아들이 어찌 감히 대들 수 있었을까요? 도준이는 스스로 자기 죄를 까발리고 용서를 구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가문의 어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셨죠?”천도림의 목소리가 무섭게 가라앉았다.그의 말에 이미연은 깜짝 놀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을 쳐다봤다.그러자 중년 남자는 표정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천도준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거렸다.천도준의 아버지는 역시나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말 한마디로 이미연에게 직접적으로 살의를 표했다. 천씨 가문의 규칙은 완전히 무시한 꼴이다.순간, 모두 정신이 멍해졌다.천도림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난……”이미연은 차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눌렀다. 그의 기분은 심하게 요동쳤다.하지만 이미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천도림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당신과 나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가문에서 정해준 규칙을 따르려 한다면, 저 천도림은 당신을 공경해드릴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 낡은 규칙에 집착하고 이치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내년에 제가 직접 가족들을 데리고 당신 무덤으로 찾아갈 겁니다.”쿵.이미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테이블을 콱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래, 천도림. 역시 천씨 가문의 가주답구나. 이 사생아의 오만과 횡포는 너에게 물려받은 게 틀림없어. 그때 내가 눈이 멀었지. 너를 천씨 가문의 가주로 만드는 게 아니었어.”……이미연은 귀에 거슬리고, 적나라한 욕설을 퍼부었다.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이미연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자.”이미연은 천도준을 매섭게 쏘아보더니, 화를 내며 세 명의 가노를 데리고 안채 밖으로 나갔다. “늙은이…… 나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죽란 뒤에 있는 천도림은 콧웃음을 쳤다.순간, 안채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가 천도림을 향해 웃어보이며 그를 꼭 껴안았다.“가주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박씨 어르신,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가주님을 위해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천도림은 일찍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그
잠시 후, 천도준은 이수용과 존의 부축을 받으며 안채 밖으로 나왔다.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는 개울 다리 어귀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천 대표를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감사합니다.”천도준은 그 남자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오늘 밤 폐를 끼쳤습니다.“천도준은 그 남자에게 괜히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친구 한 명 더 있는 것이 적 한 명 더 있는 것보다 나았다.그렇게 천도준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의 눈빛이 더욱 짙어져갔다.잠시 후, 그는 방긋 웃어보였다.“이 천씨 가문에 어린 용이 숨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오늘 천씨 가문 가주의 태도로 보아, 이 어린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건 아마 시간 문제겠군.”그는 유유히 사인회관을 떠났다.한편, 존은 롤스로이스를 마치 스포츠카 처럼 빠르게 몰았다.조금 전 사인회관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했었다. 천도준의 상처에서는 피가 계속 줄줄 흘렀다. 그의 안색은 이미 창백해졌다. 만약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하지 않으면 아마 큰 재앙이 불어닥칠 것이다.이미연은 천도준이 피를 많이 흘려 죽게 할 셈으로 을 백 번 읊었었다. 정말 독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다행히 병원에 도착한 후, 제때에 응급처치를 받은 덕분에 천도준의 목숨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병실, 천도준은 잔뜩 긴장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수용과 존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전 괜찮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왜 아직도 울상을 짓고 있는 겁니까?”이수용과 존은 서로 눈빛을 마주쳤다. 그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도준은 자기 신분이 특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수용과 존은 그의 아버지에게 아무리 큰 신임을 얻어도 재앙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때문에 천도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번 일, 그저 이렇게 끝날 것 같습니까?”오늘 밤 그의 아버지는 포악한 모습으로 이미연을 바로 내쫓았다. 심지어 천씨
하지만 그곳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몸에 다른 상처가 없었다면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다.“없습니다.”집사가 대답했다.“그럴리가?”주건희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절대 불가능해.”주건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미연은 그녀의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왔고, 천태성은 그에게 미리 이미연을 접대하라고 인사까지 했었다. 그러면 이미연은 분명히 천태성을 위해 천도준의 죄를 물으러 이곳에 온 것이다.하지만 지금, 천도준은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이미연은 부랴부랴 새벽에 이곳을 떠났다.‘지금 장난하는 거야 뭐야?’“어르신, 제가 소식을 거듭 확인했으니 틀림이 없습니다.”집사의 말에 주건희는 그제야 이성을 되찾았다.조명 아래, 의자에 앉아있는 주건희의 눈빛은 마치 블랙홀을 방불케 할 만큼 깊고도 깊었다.한참 후,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금테 안경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내가 잘못 예상한 것 같아.”그러다가 그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내일부터 정태 건설에 대한 물류 공급 보이콧을 전면 철회하라고 전해.”……그렇게 며칠, 파도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였다. 모든 것이 차근차근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그러나 이 도시의 모든 물류 상인들이 정태 건설의 물류 공급 보이콧을 철회한 사실을 듣고 천도준은 웃을 수도, 울지도 못했다.그는 이것이 주건희의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주건희는 양다리를 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양다리를 걸치고 싶다면 뭐, 그렇게 해. 어차피 우리 쪽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니까.’한 번 충성을 배신한 사람은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었다.예전에 천도준은 주건희에게 감사함을 느꼈었다. 또한 주건희도 그를 여러번 도와줬다.천태성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그의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다면 천도준은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그를 내쫓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천태성이 이
“긴장되십니까?”그 말에 천도준은 방긋 웃었다.“한번 맞춰보시겠습니까?”그러자 이수용은 턱을 어루만지며 대답했다.“도련님, 못생긴 며느리도 결국엔 시부모님을 만나야 합니다.”천도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긴장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비록 대학교 시절에 고청하의 부모님을 뵙긴 했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그때는 고청하의 친구로 그녀의 부모님을 뵌 것이지만 지금은 그녀의 남자친구였다.게다가 그는 이혼까지 한 경험이 있었다. 이건 충분히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 번 고청하가 떠난 후부터 두 사람 사이의 교류는 날이 갈수록 적어졌다. 이번에 천도준은 고청하를 만나야 할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모님까지 뵈어야 했다.이번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천도준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했다.동시에 세 개 아파트를 분양하는 동안, 천도준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고청하를 만난다는 생각에 그는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이수용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긴장해하고 있는 천도준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도련님 지금 모습은 마치 예전에 도련님 아버님께서 도련님 어머님 가족들을 만났을 때와 비슷하십니다.”“우리 부모님?”천도준은 이수용을 바라보았다.이수용은 이내 눈빛을 반짝이더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모두 오래 된 일이니 굳이 언급할 가치는 없습니다.”정말 언급할 가치가 없는 걸까?천도준은 문득 의심이 들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지난 과거에 대해 거의 연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수용이 그의 부모님을 언급하자, 그는 바로 흥미를 느꼈다. 이수용이 갑자기 말을 돌리는 거로 보아, 분명 의미심장한 일임이 확실했다.……다음날 아침.해가 뜨기 시작한 순간부터 온 도시 사람들의 관심은 서천구 쪽에 쏠렸다.일정한 기간 동안의 예열로 인해 도시 사람들은 이미 정태 건설이 동시에 세 개 아파트를 분양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난 번 용정 화원이
마영석도 깊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세 개 매물이 분양을 시작했을 때, 그중 한 건물 앞에 검은색 벤츠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는 건물에서 멀지 않은 도로변에 멈춰섰다.차창을 내리자 희끗희끗한 머리에 올백머리를 한 중년 남자가 양미간을 찌푸리며 한껏 잘난 체하며 고개를 내밀었다.“이 자식, 경영을 꽤 잘하잖아?”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아빠, 잘하긴 뭘 잘해요? 이번에도 멍청한 짓을 했든걸요.”그때, 차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번 분양은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이번에 세 개 매물을 동시에 분양하는 건 욕심 아니에요? 만약 지난번의 열기를 재현하지 못한다면 정태 건설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거예요.”“아, 그 영상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내 소중한 딸에게 대놓고 사랑 고백을 하는 바람에 온 동네가 아주 핫하더군.”남자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집 때문에 열기가 뜨거운 것이 아니라, 내 딸 덕분에 열기가 뜨거워진거야.”“아버지……”“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 딸을 이렇게 놀리다니?”부드러운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중년 남자는 하하 웃으며 다시 차창을 올렸다.벤츠에 서서히 시동이 걸렸다.차 안, 남자는 서류 하나를 집어들고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짙어졌다. 그는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옆에서 두 여자는 그런 중년 남자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은 바로 고청하였다.고청하 옆에는 아름다운 기색의 한 여자가 있었다. 몸매도 외모도 세월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전혀 모녀같지 않았다. 오히려 자매처럼 보였다.사실 어젯밤, 고청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이 도시로 돌아왔다.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있는 데다 천도준은 예매 때문에 바쁜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천도준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다.오늘 아침, 그의 아버지가 천도준이 개발한 아파트의 분양 상황을 보러 오겠다고 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아빠, 천
지난번 일로 고청하는 집으로 돌아온 후,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그녀는 천도준을 이해했다.하지만 이번에 부모님을 모시고 천도준을 만나는 것은 그녀도 매우 불안했다.천도준은 지금 약간의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그건 그녀의 가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성과에 불구했다.고청하도 아무 것도 모르는 공주가 아니었다. 그녀도 형편이 비슷한 집안끼리 만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3년이란 시간 동안 바다 건너편에서 살 동안 그의 아버지는 계속 그녀에게 부유층 귀족, 석유 재벌,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아들과 계속 맞선을 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에 천도준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맞선 자리를 모두 거절했었다.부모님을 모시고 천도준을 만나러 온 지금, 그녀는 비록 천도준의 배경을 신경쓰지 않더라도 그녀의 부모님은? 게다가 천도준은 이미 이혼까지 했었다.이건 눈엣가시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지금 마침 그녀의 아버지가 천도준을 칭찬하는 틈을 타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뒤로 미루다 보면 천도준에 대한 좋은 인상은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호감 또한 없어질지도 모른다.아니나 다를까, 중년 남자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청하야, 진짜 결정한 거야?”그 말에 고청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꾹 오무렸다.그녀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사실 귀국해서 천도준을 만나기로 했을 때부터 그녀의 부모님은 계속 이 일을 언급했었다.재혼,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재혼이고 너는 처녀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해. 그의 예전 와이프가 네 절친이었던 오남미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쳐도, 넌 정말 네 모든 것을 천도준에게 걸 거야?”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압박감이 배어 있었다.마치 무딘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베는 것 같았다. 고청하는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청하야, 너는 엄마 아빠가 가장 아끼는 보물이야. 우리는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