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0244화

천도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네, 좋습니다. 무릎 꿇을게요.”

그는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창백했던 천도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지만 그의 두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순간, 손의 핏줄이 더욱 선명해졌다.

굴욕이었다.

천도준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무릎을 꿇으면 후계자가 될 확률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쿵.

무릎과 바닥이 부딪쳤다. 천도준의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순간, 그는 의식이 몽롱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난 네 뼈가 철로 만들어졌는 줄 알았는데 너도 무릎을 꿇을 줄 아는 구나?”

이미연은 경멸과 혐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천도준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나의 착한 손자인 태성이를 다치게 한 죄는 어떻게 갚을 거냐?”

그녀의 말에 이수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사님, 그 일은 이미 집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

“흥.”

이미연은 갑자기 두 손을 휘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도준이는 우리 착하고 말 잘 듣는 태성이를 괴롭히고, 자꾸 물을 흐리려고 하고 있어. 너희들은 내가 정말 죽었으면 좋겠어? 멀쩡한 우리 손자 몸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쉽게 일을 끝내려고 하는 거야?”

‘말 잘 듣고 착한 아이?’

천도준은 냉소했다. 그의 두 눈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렇게 손자를 두둔하고 드니, 어떻게 사람들이 죄를 물을 수가 있겠는가?

“여사님, 대표님도 칼에 찔리셨습니다. 대표님 몸의 이 상처는 정말 안 보이시는 겁니까?”

이수용은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천도준을 대신해 따지기 시작했다.

“건방지게, 어디 하찮은 놈이 감히 입을 놀려? 너에게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미연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