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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온하랑은 침을 꿀꺽 삼키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라, 정말이네. 그럼 대체 아까는 왜 꺼진 거지? 설마 망가진 건가?”

그녀는 고개를 들고 부승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난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자동으로 꺼진 줄 알았어.”

부승민은 담담하게 그녀를 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너무도 태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온하랑은 가슴이 여전히 쿵쾅쿵쾅 뛰었다.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말했다.

“뭘 그렇게 자꾸만 빤히 봐?”

부승민은 앞으로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하랑아, 네 연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난 오늘 처음 알았어. 송 감독이 어쩐지 너를 강력하게 캐스팅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온하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고 어떻게든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도 모르겠어?”

부승민은 다시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갔다.

“내가 너한테 전화했을 때, 분명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 거라고 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넌 최동철과 함께 있었어. 날 속이고 일부러 핸드폰 배터리가 없는 것처럼 전원을 끄고 말이야. 심지어 호텔도 최동철이 데려다준 거잖아. 내가 다 봤어.”

차에서 내린 후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많이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 전부 들켜버렸다. 온하랑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던 그녀는 실내조명 아래 더 뽀얗게 보였다.

온하랑은 시선을 내리깔고 입술을 짓이겼다. 힐끔힐끔 부승민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떻게 안 거야?”

“나도 헬튼에 거래처랑 접대 약속이 있었거든.”

그는 간단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헬튼에 있을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고 처음부터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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