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7화

잠시 주저하던 온하랑은 미간을 구긴 채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금방 갈게.”

솔직히 정말 귀찮았지만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코트를 챙겨서 문을 나섰다.

“하랑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김시연이 갑자기 물었다. 발걸음을 멈춘 온하랑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오늘 밤 저녁 촬영이 있어서요.”

“아...”

김시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심해서 가요.”

온하랑은 현관에서 조용히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김시연이 또 물었다.

“밤에 돌아올 거예요?”

“상황 봐서요.”

“알았어요.”

한 길만 지나면 온하랑은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지하 주차장으로 갈까, 아니면 밖에서 기다려?”

“밖에서. 준경로까지 운전해서 들어오면 일레븐 편의점이 보일 거야. 그 맞은편에서 기다려.”

온하랑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부승민의 말을 따랐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서야 부승민의 휴대폰에 아직 배터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새 어디서 충전이라도 했나?

온하랑은 차를 운전해 지정된 장소로 가서 멈춰 섰다. 기다리는 동안 창문을 내리고 좌우를 살폈다.

“가자.”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부승민이 재빨리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 그는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앉았다. 깜짝 놀란 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서 온 거야...”

그녀는 말하다 말고 부승민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진 채 심하게 숨을 헐떡이며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리고 있었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진 듯했다. 옷은 지저분하고 주름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오빠, 뭔 일 있었어?”

온하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부승민은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러운 속임수에 당했을 뿐이야.”

“그럼 병원으로 갈까?”

부승민은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팔을 내렸다. 그녀를 응시하는 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