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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려 방 중간에 우뚝 서 있는 부승민을 보았다. 머리를 헝클어져 있었고 알몸 상태였던 지라 굴곡이 선명한 복근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수건 한 장만 몸에 걸치고 있었다.

그가 걸치고 있는 수건은 분홍색이었다. 온하랑의 수건 중 하나였다. 원래부터 하얀 피부는 분홍색 수건을 걸쳐도 아주 잘 어울렸다.

부승민은 올해가 지나면 서른이 되었다.

자기주장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한 그의 몸은 누가 봐도 젊고 활력이 있어 보였다.

온하랑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얼른 가서 샤워해.”

부승민은 다소 웃음기가 담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알았어. 그런데 시연 씨 자고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자다가 깰 수 있잖아.”

온하랑은 그를 째려보았다.

‘뭘 그렇게 자꾸 묻는 거야?!'

“응, 그럴 수 있지.”

부승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이내 욕실로 들어갔다.

온하랑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침대에 앉았다.

욕실에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심란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대충 대본을 들고 두어 장 넘겼다.

분명 더는 부승민에게 홀리지 않겠다고, 더는 가깝게 지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온하랑은 뒤로 벌러덩 누워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그녀는 마치 부승민이라는 덫에 걸려 빠져나오려고 해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미로에 갇힌 것처럼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이때 밖에서 김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랑 씨, 물 다시 끓였는데 마실래요?”

온하랑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네, 한잔 남겨 줘요.”

한참 후, 부승민은 욕실에서 나왔다. 머리칼에선 여전히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온몸엔 수건 한 장을 걸치고 있었다.

머리칼에서 떨어진 물기 때문인지 몸에 남았던 물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물방울이 그의 하얀 피부를 따라 그대로 탄탄한 근육까지 흘러내렸다.

온하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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