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소파에 앉아 앞에 노트북을 두고 일을 하는 듯했다.온하랑은 놀라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이 방은 확실히 생활의 흔적 뚜렷했고 새로 체크인한 방처럼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궁금해서 물었다.“제가 왜 여기에 있어요?”최동철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네 생각에는 왜 여기 있을 것 같은데?”온하랑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오빠가 절 바에서 데려온 거예요?”그렇다면 그녀를 도와준 사람은 부승민이 아니라 최동철이었다. 그럼 그녀는 술을 마시고 사람을 잘못 본 것일까?최동철은 눈썹을 치켜뜨며 부정하지 않았다.“동철 오빠 어제 그 남자들한테서 구해줘서 고마워요.”온하랑은 미안한 듯 웃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나 어제 좀 많이 마셨는데 혹시 실수한 건 없죠?”예를 들어 그를 부승민이라고 불렀다든가 하는 일은 없길 바랐다.비록 술김에 사람을 잘못 봤지만 이름을 잘못 불린 사람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상대는 최동철이었다.최동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온하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실수 안 했으면 다행이에요.”“근데 너 나한테 토했어.”최동철이 바로 말했다.“네?”온하랑의 턱은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네긴 뭐가 네야? 네 다운 재킷에도 토가 묻어서 내가 버렸어.”온하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미안해요. 그 오빠 옷값은 제가 드릴게요.”“그건 됐어. 옷이 없는 것도 아니고.”최동철에게 옷 한 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하랑은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저녁에 제가 밥 사드릴까요?”최동철은 그녀를 도와 장국호도 잡아주었고 또 바에서 그녀를 구해줬으니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최동철은 고개를 들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그는 손가락으로 소파에 놓인 쇼핑백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네가 입을 다운 재킷 사 오라고 했어. 맞는지 봐봐? 마음에 들어?”“동철 오빠 눈썰미면 당연히 괜찮겠죠.”
온하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녀는 아직도 부승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민하던 온하랑은 핸드폰을 다시 열어 부승민에게 문자를 남겼다.[안전해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요.]문자를 보 뒤 온하랑은 다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최동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최동철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번쩍였다.“왜 안 받아?”“중요한 전화는 아니에요.”온하랑은 대충 둘러댔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다시 확인해 보니 또 부승민이었다.“그러지 말고 받아 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최동철이 말했다.“오늘 오후에 장국호가 강남시에 도착했어. 심문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오전에 있었던 알게 된 진실이 떠올라 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며 전화를 끊었다.“괜찮아요. 안 받아도.”최동철은 눈빛이 빛나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식사를 마치고 나니 거의 7시가 되었다.“가자. 어디서 지내? 데려다줄게.”최동철이 말했다.온하랑은 아파트 이름을 말했고 최동철은 그녀를 태우고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온하랑은 차 문을 열며 최동철에게 손을 흔들었다.“고마워요 동철 오빠. 다음에 올라와서 커피 한잔하고 가요. 안녕.”“그래 다음에 봐.”온하랑에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최동철은 차를 몰고 떠났다.그녀는 핸드폰을 켜며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부재중 전화가 쏟아졌고 전부 부승민의 전화였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온하랑은 손을 들어 버튼을 누르고서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에 뜬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래도 부승민에게 전화를 해줘야 할 것 같아 그녀는 다시 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몇 초 뒤 옆에서 익숙한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온하랑은 2초 정도 멍하니 있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부승민의 깊은 시선과 마주치고서는 깜짝 놀랐다.“승민 오빠? 오빠가 왜... 근데 왜 날 안 불렀어요?”그녀는 옆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그저 같은 건물에 사
부승민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온하랑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는 고개를 돌려 그르 바라보았다.“오빠 왜 이래요?”부승민은 불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설마.”‘설마 최동철하고 같이 있은 건 아니겠지?’말을 하다 말고 그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뒤에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그녀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을까 봐 그녀를 찾아가려고 했다.하지만 도중에 부선월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부선월은 허약한 목소리로 차 사고를 당했는데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친인척이 필요하다고 했다.부승민은 의심도 없이 바로 차를 돌려 병원으로 달려갔고 오랫동안 부선월에게 잡혀있었다.병원에서 나온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계속 걸어도 전화기는 꺼져있었다.그 뒤로 그는 호텔 문 앞에서 그녀의 차를 발견했고 들어가서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그녀가 술에 만취된 상태로 어떤 남자와 함께 떠났다고 얘기했다.그는 미친 듯이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았다.하지만 이때 그는 사진들을 받았다.처음 두 장은 온하랑이 최동철에게 업혀 차에 탄 뒤 호텔에 들어가는 사진이었다.세 번째 사진은 최동철의 비서가 여자 옷을 들고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이었고 네 번째 사진은 저녁쯤 온하랑이 최동철과 함께 퓨전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사진이었다.그 사진들에서 최동철의 옷은 호텔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랐고 온하랑도 옷이 바뀐 채 회장은 지워졌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있었다.두 사람은 호텔 방에서 몇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었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이 사진들을 봤을 때 부승민은 심장이 마치 날카로운 칼에 찔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다.바로 그때 온하랑에게 전화는 통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고 안전하니 방해하지 말라는 문자만 한 통 와 있었다.그가 한걱정에 비해 너무나 인색
그는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아무리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더라도 그녀는 이 이유로 부승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그럼 최동철하고 더 만나지 않으면 안 돼?”부승민은 조금 기대하는 듯이 말했다.만약 그녀가 대답해 준다면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생각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안 되죠. 승민 오빠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요.”비록 부민재가 자수를 한 건 맞지만 최동철은 그녀를 도와 장국호를 잡아줬고 또 그녀의 사진 선생님인데 어떻게 만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부승민의 눈에 슬픔의 흔적이 번쩍였다.‘역시 하랑이는 만나지 않겠다고는 안 하네.’“다른 일은 없죠? 할 말 더 없으면 나 먼저 올라갈게요.”온하랑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부승민은 그 자리에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거실은 어두웠다.그녀는 슬리퍼로 바꿔 신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녀의 핸드폰에 꺼져 있는 동안 강시연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봤다. 강시연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서 이미 오늘 오후에 KTX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온하랑은 강시연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문자를 남겼다.한밤중에 온하랑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너무 졸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쾅쾅쾅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눈을 끔뻑거리며 누가 문을 두드리는지 확인했다.‘이 밤중에 누구지?’온하랑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아파트를 울려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화를 내며 침대 옆의 무드등을 켜고 이불을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방을 나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김에 거실의 불도 켰다.“누구세요?”그녀는 문을 향해 외쳤다.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계속 문을
상체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고 온하랑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막연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해요.”다음 순간 부승민은 그녀의 몸 양쪽으로 무릎을 꿇고 상체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눈은 이상한 불꽃과 함께 점점 더 어두워졌다.온하랑은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락내리락했고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부승민의 눈빛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손목을 빼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오빠 이거 놔요. 계속 이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부승민은 마치 온하랑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었다.온하랑은 깜짝 놀란 얼굴로 부승민이 넥타이로 그녀의 손목을 묶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안 돼. 부승민 진정해.”부승민은 멈추지 않았고 온하랑의 손목을 넥타이로 두 번 감더니 리본으로 묶었다.“오빠 도대체 왜 이래요? 할 말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오빠 먼저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응?”그녀의 말이 끝나자 부승민은 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읍 읍 읍.”온하랑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살아 있는 늑대를 만난 것 같았다.지금 두 사람은 꼭 사냥감을 눈앞에 둔 늑대와 맹수 앞에서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는 토끼 같은 상황이었다.그녀는 문을 열지 말고 밖에서 그가 얼어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다.‘부승민 오늘 밤 정말 이상하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곧 잡아먹힐 것 같아.’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숙이며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부드럽게 입술을 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로 오늘 밤 첫 마디를 내뱉었다.“힘 풀고 즐겨. 내가 널 즐겁게 해줄게.”온하랑은 부승민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하지만 부승민은 그녀를 무시하고 코트를 벗었다. 한 손으로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고 강인한 가슴을 드러냈다.“
“착하지 좀 더 열어 봐.”부드럽게 달래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다. 온하랑은 마치 홀린 것처럼 그가 말한 대로 했다.이때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그제야 반응했고 두 뺨이 붉어지며 재빨리 다리를 닫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눌렀다.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남은 소리는 오직 부승민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온하랑은 몸은 점점 더 긴장되어 살짝 떨렸다.비록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뜨거운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아 온몸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부승민은 갑자기 너무 능숙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온하랑도 그에 의해 물이 들 것 같았다.‘모두 부승민 때문이야. 다 부승민이 강요한 거라고. 난 거부할 수 없었을 뿐이야.’이렇게 생각하며 온하랑은 스스로를 위로했다.물뱀은 갑자기 그녀의 허벅지를 휘어잡고서는 천천히 촉촉한 수원을 찾아 헤엄치고 있었다.우리나라 물뱀은 국내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강남의 야생 연못과 강에서도 볼 수 있고 일 년 내내 물속에서 산다.수원에 도달하자마자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회전하며 즐겁게 달아 다녔다.온하랑은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조용히 신음했다.그러자 온하랑은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부승민의 손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녀는 이제 빠르게 불타올랐고 장작 하나를 떼어내도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몸은 이미 깊은 바닷물에 잠겨 파도와 함께 표류하는 것 같았고 아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미 절정을 느꼈지만 부승민은 끝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오빠 그만해. 여기서 끝내자. 이제 그만해.”“여기서 더 하는 것도 넌 좋아할 거야.”부승민은 그녀의 말을 막았다.“하지만.”“하지만은 없어.”바로 이때 웅웅 진동이 울렸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창밖의 하늘은 하얗게 변했다.부승민은 셔츠를 치우고 온하랑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굽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그녀의 빨갛게 달아오른
‘내가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쉽게 부승민한테 넘어간 거지? 젠장 저 수컷 여우 자식.’샤워하는 동안 온하랑은 허벅지 안쪽의 자국을 보고 더욱 부끄러웠다.아아아.분명 어제 오전에는 엄청 화가 나 있었는데 저녁에는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모두 부승민이 그녀에게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온하랑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세뇌했다.온하랑은 다 씻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온하랑은 궁금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부승민은 갔나?’이때 주방에서 채소를 써는 칼 소리가 들려왔다.‘아 아직 안 갔구나.’그녀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잠옷을 얼른 다가가서 집어 들었다. 그런 다음 뒤돌아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멈칫했다.소파에 젖은 흔적이 커다랗게 있었다.그 위치를 보고 온하랑의 빨갛게 달아올랐고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았다.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쿠션을 집어 들어 그 자리에 던졌다.흔적을 완벽히 가리지 못했을까 봐 그녀는 소파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조심스럽게 쿠션의 위치를 조정했다.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이 소파는 이대로 둘 수가 없었다.온하랑은 어젯밤 김시연이 집에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시연이 어젯밤에 있었다면 부승민은 감히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만 사실 그는 김시연의 행방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저 개자식.’“밥 먹자.”부승민은 접시를 들고 주방에서 나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온하랑은 돌아서서 그를 노려보고서는 잠옷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부승민의 눈은 그녀의 뒷모습에서 소파 위에 놓인 쿠션으로 향했다. 그 장면을 본 부승민은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온하랑 정말 귀엽다니까.’과거에 그녀는 그에게 순정적이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지만 아마도 그건 그녀가 다른 사람의 집에 살고 있
“필요 없어요.”부승민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10분 뒤 부승민이 돌아왔다. 그는 손에 들린 쇼핑백을 온하랑에게 건넸다.“방금 오븐에서 나온 두리안 파이야.”온하랑은 그것을 받아 쇼핑백을 열면서 투정을 부렸다.“왜 이렇게 늦어요?”“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온하랑은 흥하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두리안 파이를 한 조각을 집어먹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은 두리안 냄새로 가득 찼다.부승민은 두리안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두리안 냄새가 몸 전체에 퍼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가 창문을 열려고 했을 때 온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 추워요. 히터 좀 켜줘요.”부승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쩔 수 없지.”착하고 얌전하기만 하던 온하랑이 맵고 작은 고추로 변했다.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만족했다.그는 그녀가 어젯밤에 일어난 일 때문에 자신을 미워하고 다시는 그를 모르는 체할까 봐 두려웠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런 작은 처벌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재밌게 느껴졌다.대학로 양꼬치 전문점에 도착했을 때 온하랑은 바로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부승민은 주차를 마치고 가게에 들어왔을 때 온하랑이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음식점에서 거의 먹지 않았고 이렇게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자리에서는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 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왜 룸에 안 앉았어?”온하랑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난 여기가 좋아요.”부승민은 그 말에 더 묻지 않았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시켰어?”“시켰어요.”부승민은 온하랑이 말한 시켰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녀는 메뉴에 있는 모든 요리를 주문했다. 너무 많아서 한 테이블에 다 놓을 수 없었기에 웨이터가 다른 테이블을 준비해 줬다.이 양고기 전문점의 요리는 기본적으로 양고기로 만들어졌다. 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