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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온하랑이 유학 중일 때 최동철은 확실히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특별히 신경 써줄 이유가 없었다.

온하랑은 최동철의 취미가 사진 찍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최동철 또한 온하랑이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촬영을 배울 생각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나중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하랑은 그를 멀리했고, 그가 소개해 준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그 후 온하랑은 귀국하여 그의 연락처를 모두 삭제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그 약간의 호감은 최동철이 그녀를 따라 귀국하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었고 온하랑은 점점 최동철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최동철은 단톡방을 열었고 우연히 익숙한 계정을 보았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이 그대로였다.

사실 풍경 사진 공모전 최초 창시자 중 한 사람이 최동철이었으며 그는 수년 동안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최동철은 두 사람이 사진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구나 온하랑이 자신의 사진 수업에 등록할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그제야 그는 그녀가 기억을 잃고 그해의 유학 생활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최동철은 조금 씁쓸했다. 함께 풍경 사진을 찍자고 초대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복동생 부승민의 전처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바뀌었다.

최동철의 시선이 온하랑의 얼굴에 옮겨졌다. 그녀의 뺨은 약간 붉게 물들고, 두 눈은 촉촉하고 짙었으며 눈꼬리가 빨개져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요염함이 묻어났다.

“가자, 데려다줄게.”

“싫어, 더 마실 거야.”

온하랑은 그녀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최동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액체가 반쯤 남은 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마시지 마!”

온하랑은 그를 흘겨보더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

“더 마실 거라고!”

빌어먹을 부승민! 몇 분간의 용서는 이제 없던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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