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보고 다가온 한 웨이터가 세 양아치를 몇 번 쳐다보더니 온하랑에게 물었다.“여성분, 무슨 일이세요?”“계산하고 싶은데 이 사람들이 저를 못 가게 해요.”웨이터가 말했다.“형님들, 비켜 주세요. 다른 분 힘들게 하지 마시고...”“꺼져. 그쪽이 상관할 일이 아니야!”밤톨 머리를 한 양아치가 고개를 돌려 웨이터의 말을 자르며 흉악한 눈빛으로 경고했다.“형님, 진정하세요...”“누가 네 형님이야?”밤톨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괜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저기요. 계속 이렇게 소란 피울 거면 여기서 나가 주시죠.”밤톨 머리의 남자는 눈썹을 치켜들고 거들먹거렸다.“왜? 날 쫓아내려고? 어디서 감히!”왼쪽에 있던 남자가 씩씩대며 앞으로 걸어가 웨이터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어디서 용수 형님한테 이딴 태도로 말해? 당장 매니저 불러와!”오른쪽에 있던 남자도 말했다.“너 새로 온 놈이야? 용수 형님을 몰라?!”다른 웨이터가 상황을 무마하려고 나섰지만 세 명의 양아치는 여전히 으르렁거렸다. 온하랑은 그들이 비킨 틈을 타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금방 두 걸음을 내디뎠는데 밤톨 머리의 양아치가 돌아서서 온하랑의 손목을 붙잡았다.“이쁜이, 어딜 그리 급하게 가!”“손 놔!”온하랑은 벗어나려고 애 썼지만 도무지 벗어날 수 없었다. 반쯤 추한 상태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나랑 몇 잔 마시면 놔 줄게.”“꿈 깨!”밤톨머리 남자는 얼굴에 웃음기가 가셨다.“오냐오냐하니까 이년이!”그가 힘껏 잡아당기자, 하늘이 핑글핑글 돌며 온하랑은 머리가 어지러워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남자는 재빨리 술 한 잔을 따르더니 온하랑의 앞에 강압적으로 내밀었다.“마셔!”온하랑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며 입술을 꾹 다물고 말하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분위기가 삽시에 싸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야?”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일제히
온하랑이 유학 중일 때 최동철은 확실히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특별히 신경 써줄 이유가 없었다.온하랑은 최동철의 취미가 사진 찍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최동철 또한 온하랑이 이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촬영을 배울 생각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거절했다.나중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온하랑은 그를 멀리했고, 그가 소개해 준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그 후 온하랑은 귀국하여 그의 연락처를 모두 삭제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그 약간의 호감은 최동철이 그녀를 따라 귀국하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었고 온하랑은 점점 최동철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갔다.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최동철은 단톡방을 열었고 우연히 익숙한 계정을 보았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이 그대로였다.사실 풍경 사진 공모전 최초 창시자 중 한 사람이 최동철이었으며 그는 수년 동안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최동철은 두 사람이 사진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더구나 온하랑이 자신의 사진 수업에 등록할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그제야 그는 그녀가 기억을 잃고 그해의 유학 생활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최동철은 조금 씁쓸했다. 함께 풍경 사진을 찍자고 초대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복동생 부승민의 전처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바뀌었다. 최동철의 시선이 온하랑의 얼굴에 옮겨졌다. 그녀의 뺨은 약간 붉게 물들고, 두 눈은 촉촉하고 짙었으며 눈꼬리가 빨개져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요염함이 묻어났다.“가자, 데려다줄게.”“싫어, 더 마실 거야.”온하랑은 그녀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최동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액체가 반쯤 남은 잔을 빼앗으며 말했다.“마시지 마!”온하랑은 그를 흘겨보더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었다.“더 마실 거라고!”빌어먹을 부승민! 몇 분간의 용서는 이제 없던 일이야
온하랑은 검은 까마귀 털 같은 속눈썹을 깜빡거리더니 눈물이 테이블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아무 일도 없던 최동철의 마음을 갑자기 뭔가가 쿡 찌르는 것 같았다.그녀는 부승민을 정말 사랑했다.부승민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온하랑은 눈가를 닦으며 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다 마셨다.최동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술을 더 마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술에 취한 채 테이블에 엎드려 계속 술을 마실 거라며 주사를 부리고 있었다.그는 온하랑 손에 들린 컵을 빼앗은 뒤 계산을 마쳤다. 그러고는 온하랑을 안아 들고 바에서 나와 차 뒷좌석에 태웠다.온하랑은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상태로 뒷좌석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최동철은 차를 돌아 조수석에 올라탔다.“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호텔로 가주세요.”기사는 시동을 걸고 최동철이 지내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가는 도중에 최동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비서의 전화였다.최동철이 전화를 받자마자 비서가 말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임씨 아가씨와 함께 강남시에 오셨다고 합니다. 지금 인더숲 호텔에서 묵고 계시는데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십니다.”사모님은 최동철의 아버지 최국환이 둘째 부인이자 최동림의 친엄마 그리고 최동철의 새엄마였다.“저녁에 보자고 그래.”“사모님께서 지금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시는데요. 급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최동철은 멈칫했다.“내가 조금 있다가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해.”“알겠습니다. 참 대표님 부민재가 자수했습니다.”최동철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이 든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알겠어.”비서는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최동철은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으며 손가락을 튕겼다.부하가 장국호를 잡은 다음에 가장 먼저 그때의 일을 신문했기에 최동철은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장국호는 아직 강남시에 도착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오늘 온하랑이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가 부승민과 부민재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
그는 소파에 앉아 앞에 노트북을 두고 일을 하는 듯했다.온하랑은 놀라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이 방은 확실히 생활의 흔적 뚜렷했고 새로 체크인한 방처럼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궁금해서 물었다.“제가 왜 여기에 있어요?”최동철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네 생각에는 왜 여기 있을 것 같은데?”온하랑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오빠가 절 바에서 데려온 거예요?”그렇다면 그녀를 도와준 사람은 부승민이 아니라 최동철이었다. 그럼 그녀는 술을 마시고 사람을 잘못 본 것일까?최동철은 눈썹을 치켜뜨며 부정하지 않았다.“동철 오빠 어제 그 남자들한테서 구해줘서 고마워요.”온하랑은 미안한 듯 웃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나 어제 좀 많이 마셨는데 혹시 실수한 건 없죠?”예를 들어 그를 부승민이라고 불렀다든가 하는 일은 없길 바랐다.비록 술김에 사람을 잘못 봤지만 이름을 잘못 불린 사람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상대는 최동철이었다.최동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온하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실수 안 했으면 다행이에요.”“근데 너 나한테 토했어.”최동철이 바로 말했다.“네?”온하랑의 턱은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네긴 뭐가 네야? 네 다운 재킷에도 토가 묻어서 내가 버렸어.”온하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미안해요. 그 오빠 옷값은 제가 드릴게요.”“그건 됐어. 옷이 없는 것도 아니고.”최동철에게 옷 한 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온하랑은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저녁에 제가 밥 사드릴까요?”최동철은 그녀를 도와 장국호도 잡아주었고 또 바에서 그녀를 구해줬으니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최동철은 고개를 들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그는 손가락으로 소파에 놓인 쇼핑백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네가 입을 다운 재킷 사 오라고 했어. 맞는지 봐봐? 마음에 들어?”“동철 오빠 눈썰미면 당연히 괜찮겠죠.”
온하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녀는 아직도 부승민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민하던 온하랑은 핸드폰을 다시 열어 부승민에게 문자를 남겼다.[안전해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요.]문자를 보 뒤 온하랑은 다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최동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최동철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번쩍였다.“왜 안 받아?”“중요한 전화는 아니에요.”온하랑은 대충 둘러댔다.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 다시 확인해 보니 또 부승민이었다.“그러지 말고 받아 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최동철이 말했다.“오늘 오후에 장국호가 강남시에 도착했어. 심문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오전에 있었던 알게 된 진실이 떠올라 온하랑은 입술을 깨물며 전화를 끊었다.“괜찮아요. 안 받아도.”최동철은 눈빛이 빛나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식사를 마치고 나니 거의 7시가 되었다.“가자. 어디서 지내? 데려다줄게.”최동철이 말했다.온하랑은 아파트 이름을 말했고 최동철은 그녀를 태우고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온하랑은 차 문을 열며 최동철에게 손을 흔들었다.“고마워요 동철 오빠. 다음에 올라와서 커피 한잔하고 가요. 안녕.”“그래 다음에 봐.”온하랑에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최동철은 차를 몰고 떠났다.그녀는 핸드폰을 켜며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부재중 전화가 쏟아졌고 전부 부승민의 전화였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온하랑은 손을 들어 버튼을 누르고서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에 뜬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래도 부승민에게 전화를 해줘야 할 것 같아 그녀는 다시 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몇 초 뒤 옆에서 익숙한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온하랑은 2초 정도 멍하니 있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부승민의 깊은 시선과 마주치고서는 깜짝 놀랐다.“승민 오빠? 오빠가 왜... 근데 왜 날 안 불렀어요?”그녀는 옆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그저 같은 건물에 사
부승민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온하랑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는 고개를 돌려 그르 바라보았다.“오빠 왜 이래요?”부승민은 불타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설마.”‘설마 최동철하고 같이 있은 건 아니겠지?’말을 하다 말고 그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뒤에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그녀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을까 봐 그녀를 찾아가려고 했다.하지만 도중에 부선월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부선월은 허약한 목소리로 차 사고를 당했는데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친인척이 필요하다고 했다.부승민은 의심도 없이 바로 차를 돌려 병원으로 달려갔고 오랫동안 부선월에게 잡혀있었다.병원에서 나온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계속 걸어도 전화기는 꺼져있었다.그 뒤로 그는 호텔 문 앞에서 그녀의 차를 발견했고 들어가서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그녀가 술에 만취된 상태로 어떤 남자와 함께 떠났다고 얘기했다.그는 미친 듯이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았다.하지만 이때 그는 사진들을 받았다.처음 두 장은 온하랑이 최동철에게 업혀 차에 탄 뒤 호텔에 들어가는 사진이었다.세 번째 사진은 최동철의 비서가 여자 옷을 들고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이었고 네 번째 사진은 저녁쯤 온하랑이 최동철과 함께 퓨전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사진이었다.그 사진들에서 최동철의 옷은 호텔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랐고 온하랑도 옷이 바뀐 채 회장은 지워졌고 머리는 풀어 헤치고 있었다.두 사람은 호텔 방에서 몇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었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이 사진들을 봤을 때 부승민은 심장이 마치 날카로운 칼에 찔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가슴이 아파 미칠 것 같았다.바로 그때 온하랑에게 전화는 통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고 안전하니 방해하지 말라는 문자만 한 통 와 있었다.그가 한걱정에 비해 너무나 인색
그는 마음이 더욱 불편했다.아무리 원망스럽고 또 원망스럽더라도 그녀는 이 이유로 부승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그럼 최동철하고 더 만나지 않으면 안 돼?”부승민은 조금 기대하는 듯이 말했다.만약 그녀가 대답해 준다면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로 생각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안 되죠. 승민 오빠 왜 이렇게 억지를 부려요.”비록 부민재가 자수를 한 건 맞지만 최동철은 그녀를 도와 장국호를 잡아줬고 또 그녀의 사진 선생님인데 어떻게 만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부승민의 눈에 슬픔의 흔적이 번쩍였다.‘역시 하랑이는 만나지 않겠다고는 안 하네.’“다른 일은 없죠? 할 말 더 없으면 나 먼저 올라갈게요.”온하랑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부승민은 그 자리에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온하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거실은 어두웠다.그녀는 슬리퍼로 바꿔 신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녀의 핸드폰에 꺼져 있는 동안 강시연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봤다. 강시연은 며칠 동안 출장을 가야 해서 이미 오늘 오후에 KTX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온하랑은 강시연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문자를 남겼다.한밤중에 온하랑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너무 졸려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쾅쾅쾅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온하랑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눈을 끔뻑거리며 누가 문을 두드리는지 확인했다.‘이 밤중에 누구지?’온하랑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처럼 아파트를 울려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화를 내며 침대 옆의 무드등을 켜고 이불을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방을 나와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김에 거실의 불도 켰다.“누구세요?”그녀는 문을 향해 외쳤다.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계속 문을
상체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고 온하랑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막연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해요.”다음 순간 부승민은 그녀의 몸 양쪽으로 무릎을 꿇고 상체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눈은 이상한 불꽃과 함께 점점 더 어두워졌다.온하랑은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락내리락했고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부승민의 눈빛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손목을 빼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오빠 이거 놔요. 계속 이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부승민은 마치 온하랑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서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었다.온하랑은 깜짝 놀란 얼굴로 부승민이 넥타이로 그녀의 손목을 묶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안 돼. 부승민 진정해.”부승민은 멈추지 않았고 온하랑의 손목을 넥타이로 두 번 감더니 리본으로 묶었다.“오빠 도대체 왜 이래요? 할 말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요. 오빠 먼저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응?”그녀의 말이 끝나자 부승민은 큰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읍 읍 읍.”온하랑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살아 있는 늑대를 만난 것 같았다.지금 두 사람은 꼭 사냥감을 눈앞에 둔 늑대와 맹수 앞에서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는 토끼 같은 상황이었다.그녀는 문을 열지 말고 밖에서 그가 얼어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다.‘부승민 오늘 밤 정말 이상하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곧 잡아먹힐 것 같아.’그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숙이며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점점 가까워졌다.그는 부드럽게 입술을 열었고 부드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로 오늘 밤 첫 마디를 내뱉었다.“힘 풀고 즐겨. 내가 널 즐겁게 해줄게.”온하랑은 부승민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하지만 부승민은 그녀를 무시하고 코트를 벗었다. 한 손으로 셔츠의 단추를 풀어내고 강인한 가슴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