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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주먹을 꽉 움켜쥔 부승민은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며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눈가에는 적의가 번뜩였다.

그는 부민재의 말을 믿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자랐고 부승민보다 부민재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부민재는 온화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그럴 마음은 있어도 그럴 만한 배짱이 없었다.

누군가 뒤에서 그를 밀어붙인 것이 분명했다. 추서윤 때문이 아니라면 두 형제는 오늘날,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의 계기는 부민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부승민은 부민재가 너무 한스러웠다.

“얼마 전 형수님이 형이 다른 여자와 연락하고 있다고 하던데, 설마...”

“추서윤이야.”

부민재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너의 사람들이 추서윤을 사방으로 찾아다니는 바람에 몰래 나한테 찾아와서 대판 싸웠어.”

소청하가 봤던 부민재 목에 난 상처는 바로 추서윤에게 긁힌 자국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소청하가 고통에 시달리며 우울해하고 초췌해지는 모습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부승민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부민재는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마음을 졸이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다.

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입에서 허,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할아버지까지 죽이고 또 무슨 낯짝으로 형을 찾아가...”

그렇게 말하던 부승민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 설마...!”

“그래, 할아버지는 너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니야. 다 나 때문이야... 내가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서...”

부민재는 고통스러운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추서윤은 부승호 앞에서 모든 것을 까발렸다. 자신의 자작극 납치 사건과 온하랑 아버지의 죽음을 전부 부민재에게 떠넘겨 버렸다.

부승호는 항상 마음이 따뜻하고 겸손하다고 생각했던 큰 손자가 한 사람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을 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것도 목숨을 잃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온하랑의 아버지였다.

부민재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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