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말 그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터를 유출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그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혐의가 가장 큰 사람은 바로 추서윤이었다. 그때 그는 추서윤과 한동안 만났었고, 두 사람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헤어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립한 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추서윤은 서러워서 뛰쳐나갔고 그대로 납치당해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데이터 유출건과 이별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일단락되었다.“사실 추서윤이 일을 꾸민 걸 안게 된 후 난 바로 후회했어. 이런 일을 평생 감춘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다만, 일이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부민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했다. 부승민은 추측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납치 사건은 추서윤과 관계가 있단 말이죠? 이런 방법으로 자기 혐의를 벗으려고 한 거예요?”부민재가 말했다.“그래, 납치 사건은 추서윤이 직접 꾸민 자작극이야. 폭행당했다는 것도 다 스스로 꾸며낸 거짓 형상일 뿐이지.”추서윤이 일을 벌인 후에야 부민재는 그 소식을 들었다. 추서윤은 물러설 길이 없었으며 중도에 멈춰서 일을 그르칠 마음도 없었다. 그녀가 데이터를 유출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승민은 그녀와 헤어질 것이고, 그러면 부민재에게도 쓸모가 없어진다.그런 오점까지 남기고 집안 조건도 맞지 않은 추서윤을 부승호는 부민재의 아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지금까지 한 모든 일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막대한 배상금은 물론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다.이미 여기까지 추측했지만, 부민재가 자기 입으로 직접 시인할 때 부승민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주먹을 불끈 움켜쥐자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관자놀이는 툭툭 튀었다.납치 사건은 거짓이고, 몹쓸 짓을 당한 것도 거짓이다. 마음속 트라우마는 더더욱 거짓이다.부승민의 눈동자에 격렬하면서도 깊은 분노가 휘몰아쳤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그러쥐자 뼈마디에서
사실 추서윤의 제일 첫 계획은 온강호를 모함하여 인터뷰할 때 저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할 참이었다. 그녀는 피해자라는 약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대다수 사람이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온강호가 강간범으로 낙인찍히면 그의 말은 자연스레 설득력을 잃게 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추서윤을 모함하는 거라고 간주할 것이다.주먹으로 벽을 쾅, 내려친 부승민은 분노로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채 이를 악물었다.“그런데 왜 다시 계획을 바꾼 거예요?”예전 납치 사건이 가져온 죄책감으로 부승민은 두 사람의 정분을 생각하며 추서윤을 항상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후 어떤 일은 그저 추서윤이 얕은꾀를 부리는 정도로 치부했다. 이제서야 그는 추서윤의 껍질 아래에 숨겨진 뱀처럼 교활하고 추악한 내면을 알았다. 이걸 어떻게 꾀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정말 음흉하고 지독한 인간 말종이나 다름없었다.부민재가 말했다.“아마도 누군가 알려줬던 것 같아.”그 후 추서윤은 계획을 바꿨다.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온강호는 업계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서에도 손발이 맞는 지인이있었다. 단순한 모함만으로는 그를 어떻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역습당할 수도 있었다.이런 일을 처음으로 하는 추서윤은 스스로 자신을 다독였다. 아무도 그녀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계획은 성공했다. 납치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온강호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무도 교통사고와 납치 사건을 연관 짓지 않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만일 온하랑이 그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두 가지 사건은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완전 범죄로 묻혔을 수도 있었다.자작극 납치 사건은 추서윤이 독단적으로 벌인 짓이었고, 부민재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추서윤은 자신이 꾸며낸 비참한 상황을 이용해 부승민의 의심을 지우려고 했다. 이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민재는 납치범을 연기한 사람들을 해외로 도피시켰다. 심지어 민성주를 포함한 사람들이 해외에
추서윤은 남몰래 부민재를 여러 번 찾아갔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일관하자 급기야 그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만일 부민재가 그녀와 결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전부 부민재가 지시한 일이라고 자백하여 같이 끌어내릴 작정이었다.은행 계좌 거래 기록이 확실한 증거였다. 두 사람은 이제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였고, 이제 부민재의 약점을 잡은 추서윤의 태도는 전처럼 비굴하지 않았다.추서윤이 정말 신고할까 봐 걱정되었던 부민재는 태도를 누그러트리고 추서윤을 달랬지만 소청하와 헤어질 마음이 없었고 시간만 끌 뿐이었다.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럴싸한 방법을 찾아 추서윤에게 반격하여 제압하거나 아예 대담하게 맞서 싸워서 추서윤이 감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에 모험하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소청하와 헤어지고 추서윤을 만나는 거였다. 그러나 그때의 그는 매우 우유부단했고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부민재가 계속 소청하와 이혼하지 않자 점차 인내심을 잃은 추서윤은 소청하에게 손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있는한 부민재와 소청하가 평화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부민재가 자신을 선택하게 할 의도였는데 생각 밖에 소청하는 임신 중이었고 몸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배 속의 아이를 잃었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소청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부승민도 전에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 기간 소청하는 몹시 초췌해지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부민재는 소청하가 아이를 유산한 이유가 추서윤 때문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눈물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보며 부민재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만큼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반드시 추서윤과 단호하게 끝내야 한다.추서윤은 절대 신고하지 못한다. 신고하는 순간 두 사람은 완전히 틀어지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건의 진실과 부민재의 신분 때문에 그에게 100퍼센트 피해를 준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추서윤은 무조건 80퍼센트의 손해를 입어야 한다. 게다가 추서윤 때문에 추씨 가문도 말려들어 부씨 가문에 미
주먹을 꽉 움켜쥔 부승민은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질리며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눈가에는 적의가 번뜩였다.그는 부민재의 말을 믿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자랐고 부승민보다 부민재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부민재는 온화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그럴 마음은 있어도 그럴 만한 배짱이 없었다.누군가 뒤에서 그를 밀어붙인 것이 분명했다. 추서윤 때문이 아니라면 두 형제는 오늘날,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의 계기는 부민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부승민은 부민재가 너무 한스러웠다.“얼마 전 형수님이 형이 다른 여자와 연락하고 있다고 하던데, 설마...”“추서윤이야.”부민재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너의 사람들이 추서윤을 사방으로 찾아다니는 바람에 몰래 나한테 찾아와서 대판 싸웠어.”소청하가 봤던 부민재 목에 난 상처는 바로 추서윤에게 긁힌 자국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소청하가 고통에 시달리며 우울해하고 초췌해지는 모습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부승민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부민재는 마음이 한결 후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마음을 졸이며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다.부승민은 어이가 없어 입에서 허, 실소가 터져 나왔다.“할아버지까지 죽이고 또 무슨 낯짝으로 형을 찾아가...”그렇게 말하던 부승민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 설마...!” “그래, 할아버지는 너 때문에 돌아가신 게 아니야. 다 나 때문이야... 내가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서...”부민재는 고통스러운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추서윤은 부승호 앞에서 모든 것을 까발렸다. 자신의 자작극 납치 사건과 온하랑 아버지의 죽음을 전부 부민재에게 떠넘겨 버렸다.부승호는 항상 마음이 따뜻하고 겸손하다고 생각했던 큰 손자가 한 사람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을 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그것도 목숨을 잃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온하랑의 아버지였다.부민재도 전
가늘고 긴 목에 뜨거운 숨결이 닿자, 온하랑은 피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고 최선을 다했다.오랜 침묵 끝에 부승민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눈을 감고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는 천천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온하랑을 놓아주었다. 온하랑은 그의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예리하게 알아채고 눈을 들었다. 그녀는 가까이서 그의 붉고 퍼렇게 멍든 얼굴을 관찰했다.“누구랑 싸웠어?”“응.”부승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온하랑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가서 구급상자 가져올 테니 먼저 앉아 있어.”회장실에는 구급상자가 있었는데 안에는 몇 가지 기본 약이 들어 있었다. 부승민은 아무 말도 없이 코트를 대충 소파 등받이에 올려놓고 소파에 앉았다.구급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온하랑은 뚜껑을 열어 연고를 찾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오빠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싸울 수 있어? 운전기사가 없었어?”다시 말해, 누가 감히 부승민을 때리냐는 말이다.누가 감히 부승민을 이렇게 때렸단 말이지?부승민은 침묵했다. 한참 동안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온하랑은 그를 힐긋 쳐다보더니 연고를 열어 면봉에 짜냈다.“얼굴 내밀어.”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온하랑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기꺼이 약을 발라주는 이유는 단지 그가 그녀를 위해 추서윤과 거래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부승민은 순순히 온하랑의 옆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온하랑이 면봉을 가져다가 누르자 시원한 촉감이 전해져왔다.온하랑은 그를 흘긋 쳐다보며 물었다.“아파?”“괜찮아.”부승민은 그윽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애틋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온하랑은 심장이 두근대더니 등에 소름이 돋았다. 얼른 시선을 피하고 그에게 약을 발라주었다.“얼굴 빼고 다른 부위는 안 다쳤어?”“다쳤어.”온하랑은 반사적으로 부승민을 이리저리 살폈다. 부승민은 온하랑의 작은 손을 가슴에 가져다 누르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여기, 여기에 상처가 났어. 너만 치료할
“부승민, 날 약 올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부승민은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입가의 상처를 살며시 눌렀다.“내가 감히 어떻게?”온하랑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곤란해하는 부승민의 모습은 처음이었다.부승민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온하랑은 곧바로 웃음을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레스토랑 이름을 말하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여기 룸도 있어.”혹시나 그의 현재 이미지가 다른 사람한테 보이기가 민망할까 봐서 말이다.부승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연민우에게 예약하라고 말했다.레스토랑 룸에 도착한 후 온하랑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고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부승민에게 메뉴판을 건넸다.“봐봐. 다른 거 뭐 더 주문할지.” 부승민은 메뉴판을 건네받아 대충 훑어보았다.“양고기스튜?”“좋아.”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먹을 테니 나중에 종업원더러 내 앞에 놓으라고 해.”“너 양고기 좋아해?”“응.”온하랑은 양고기를 즐겨 먹을 뿐만 아니라 양고기 수프를 마시는 것도 좋아했다. 아삭한 양파의 식감과 뽀얗고 진한 수프의 맛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그러나 부승민은 양고기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예전 양고기와 관련된 어떤 것도 집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부승민은 멈칫했다. 주문한 요리 대부분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거나 현재 그의 위장 상태에 적합한 음식이었다.그녀는 그의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주문할 수 있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은 단 두 가지에 불과했다. 생선구이와 초코케이크를 빼면 아는 게 없었다. 게다가 이제 그녀는 초코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결혼 3년 내내, 이혼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녀가 양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처음 이 결혼 생활이 시작될 때부터 그의 정신은 온통 딴 데 팔렸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단지 그가 그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었다. 부승민은 가슴이 시큰거리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아니지.”부승민은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 전에는 뭔가 알아내려고 일부러 민지훈과 사귀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왜 안 돼?”온하랑은 얼굴이 굳더니 눈빛이 흔들리며 급히 시선을 피했다.“그거야 다르지.”“뭐가 다른데?”부승민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 일만 생각하면 화가 나 속이 뒤집혔다. 마음에 찔리는 듯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달싹였다.“...그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잖아...”더욱 뻔뻔스럽게 말하자면 민지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이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부승민은 달랐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른바 약점 때문에 부승민과 재결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버지 복수를 위해 어떤 요구든 들어줄 수 있단 말이야?! 하랑아, 하늘에 계신 장인어른도 너의 그런 모습은 원치 않으실 거야. 분명 네가 잘 살아가길 누구보다 바라실 거야.”온하랑은 토라진 어린아이 같았다.“...응.”“다행히 네가 정보를 일찍 알아내 순조롭게 민지훈과 헤어졌으니 망정이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봤어?”“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면 되지...”온하랑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갔다. 살며시 눈을 들어 부승민의 시선을 마주했다. 마지막 몇 마디는 순식간에 모깃소리만큼 가늘어졌다.부승민은 얼굴빛이 푸르뎅뎅해서 말했다.“흠, 난 아직도 네가 어느 날 밤인가 민지훈이 잘생기고 해맑은 데다 진취적이라서 좋아한다며 널 귀찮게 하지 말라던 말이 기억 속에 생생한데?”눈을 깜박이던 온하랑은 대뜸 얼굴을 붉히며 둘러대느라 애썼다.“어... 그러니까... 그건 의심할까 봐 진짜처럼 연기했을 뿐이지...”“또 뭐랬더라. 내가 준 돈으로 민지훈을 먹여 살리겠다며 나 더라 주제넘게 행동하지 말라고 했었는데.”온하랑은 얼굴이 울긋불긋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거 다 농담이야... 농담...”“하, 너 분명히 정보를 알아냈으면서 새해 전날 내가 너더러 민지훈
이때 종업원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잇달아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 부승민은 젓가락을 들더니 화제를 바꿨다.“먹자.”테이블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했다. 양고기스튜는 온하랑의 앞에 놓았는데 여러 가지 음식의 냄새에 섞여 양고기 냄새가 선명하지 않았다.부승민은 온하랑이 수시로 양고기슈트를 향해 젓가락을 뻗는 것을 보며 호기심에 물었다.“정말 그렇게 맛있어?”“가능하면 한번 먹어볼래?”그러자 부승민은 젓가락을 뻗어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입에 가까이 가져가자마자 심한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났다. 그는 억지로 한입 베어 물고는 한참을 꼭꼭 씹은 다음 눈을 감고 삼켰다.“어때?”온하랑은 그의 표정을 보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뭐 나쁘지 않네.”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입에 안 맞으면 억지로 먹지 마.”온하랑이 말했다. 이 말은 어딘가 부승민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린 듯했다. 그는 다시 한 조각을 집었다.식사하던 도중에 온하랑은 입술을 감쳐물더니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오빠.”“응?”부승민이 고개를 들었다.“고마워.”온하랑은 진심으로 말했다.“뭐가 고마운데?”“비록 오빠가 나서서 나와 추서윤의 거래를 막아 내가 알 권리를 박탈했지만, 그래도 감사해...”부승민은 멈칫하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온하랑의 정체를 숨긴 건 그녀를 위해서였지만,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숨긴 데에는 나름의 사심이 들어가 있었다.그는 그녀가 그 사실을 떠올리고, 아이의 아버지가 마침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의 아이여서 그를 떠나갈까 봐 두려웠다. 가능하다면 이 사실을 평생 숨기고 싶었다. 그녀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이가 행방불명인 채로 계속 밖에서 떠돌게 했다고 그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부승민은 그녀가 진짜 알게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천만에.”부승민은 화제를 돌렸다.“너 아까는 그런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 또 믿는 거야?”“안 돼?”부승민은 온하랑의 뾰로통한 표정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