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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부승민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주먹을 움켜쥐자 손등으로 선명한 핏줄이 튀어나와 더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분노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타오르는 분노에 이성이 잡아먹힐 것 같았다.

부민재는 추서윤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로 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부승민의 추측을 거의 확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과 같았다.

육광태가 알아본 바로는 추서윤과 부민재는 대학 시절 은밀한 사이였다고 했다. 부승민은 그럼에도 부민재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았다.

부민재는 그의 형이었으니까. 형수를 배신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부민재가 대체 왜 그랬는지 말이다.

그런 그와 달리 부민재는 아주 태연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부승민도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더는 숨길 필요도 없었다.

다른 사람이 정말로 모르기를 바란다면 애초에 비밀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온하랑이 납치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후로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왜 그랬어요?”

고요한 분위기를 먼저 깬 건 부승민이었다. 그는 이를 빠득 갈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

“대체 왜 그런 거예요?”

그는 서두 없이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부승민이 대체 뭘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주 잘 알았다.

한참 지나서야 부민재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왜라니? 나도 사실은 몰라. 아마 잠깐 홀렸나 봐.”

“허, 잠깐 홀렸다니.”

부승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비꼬았다.

그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부민재도 침묵했다.

클럽에 도착하고 두 사람은 예약해둔 룸으로 갔다. 웨이터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두 분 안으로 드시지요.”

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부민재를 보았다.

부민재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웨이터는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며 주문을 받으려 하자 부승민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둘이서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고 나가봐요.”

웨이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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