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었지만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 연민우의 연락을 제외하고 온하랑은 그의 핸드폰으로 온 연락을 대신 받지 않았다. 그의 핸드폰을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결혼기념일 그날 이후로 그의 핸드폰을 본 적이 없었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더는 늦게 귀가하는 부승민을 위해 집안의 불을 켠 채 기다리지 않았고, 더는 다음 날 그가 출근하기 전 넥타이도 정리해 주지 않았으며, 더는 그가 제때 밥을 먹었는지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더는 “승민아”라고 다정하게 부르지도 않았다...그녀는 점점 그와 거리를 두었다.다만 그때의 그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고 그녀가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랐다.온하랑은 그런 부승민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궁금한 듯 물었다.“왜 그래? 회의가 안 좋게 끝난 거야?”“아니.”부승민은 뜸을 들이며 답했다.그는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부재중 전화 목록에서 육광태의 이름을 발견하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들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았다.“혹시 지금 시간 있어?”“잠깐만.”통화가 연결되고 부승민은 손짓을 했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댔다.“여보세요? 무슨 일로 전화했지?”전화기 너머로 육광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부승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점점 화가 난 상태로 변했다.“확실해? ...그래, 알았어. 내가 지금 바로 가지.”통화가 끝난 후에야 온하랑이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미안해. 내가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얼마나? 언제 돌아오는데?”“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조금 더 기다려줄래?”온하랑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얼른 돌아와.”“응.”부승민은 겉옷을 챙겨 들고 회장실에서 나갔다. 떠나기 전에 그는 비서에게 간식을 온하랑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경찰서 앞.검은색 승용차의 문이 열렸다. 비싸 보이는 수제 구두가 바닥에 먼저 닿았다.부승민은 문을 닫았다. 그러자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부승민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주먹을 움켜쥐자 손등으로 선명한 핏줄이 튀어나와 더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분노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타오르는 분노에 이성이 잡아먹힐 것 같았다.부민재는 추서윤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로 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부승민의 추측을 거의 확신으로 만들어 주는 것과 같았다.육광태가 알아본 바로는 추서윤과 부민재는 대학 시절 은밀한 사이였다고 했다. 부승민은 그럼에도 부민재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았다.부민재는 그의 형이었으니까. 형수를 배신하는 그런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부민재가 대체 왜 그랬는지 말이다.그런 그와 달리 부민재는 아주 태연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부승민도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에 더는 숨길 필요도 없었다.다른 사람이 정말로 모르기를 바란다면 애초에 비밀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온하랑이 납치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후로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왜 그랬어요?”고요한 분위기를 먼저 깬 건 부승민이었다. 그는 이를 빠득 갈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대체 왜 그런 거예요?”그는 서두 없이 말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부승민이 대체 뭘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아주 잘 알았다.한참 지나서야 부민재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왜라니? 나도 사실은 몰라. 아마 잠깐 홀렸나 봐.”“허, 잠깐 홀렸다니.”부승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비꼬았다.그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부민재도 침묵했다.클럽에 도착하고 두 사람은 예약해둔 룸으로 갔다. 웨이터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두 분 안으로 드시지요.”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부민재를 보았다.부민재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웨이터는 부승민의 뒤를 따라가며 주문을 받으려 하자 부승민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둘이서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고 나가봐요.”웨이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왜 그랬냐고?”부민재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혼외자식 주제에. 할아버지는 너 같은 잡종 새끼가 뭐가 예쁘다고 너만 편애하시고 심지어 회사도 너한테 물려주려고 하셨지! 왜 너만! 왜 너만 모든 걸 다 가져야 하는 거지? 부씨 일가 미래의 가주는 분명 나인데 말이야!”“그러니까 형은 나를 처음부터 동생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소리네요. 그동안 내가 형 부모님을 죽게 한 원흉이고, 형 자리까지 빼앗은 원수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부승민은 시선을 떨군 채 그를 보았다.부민재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그럼 아니야?”집에서든 밖에서든 부민재의 이미지는 온화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부승민은 그런 그가 절대 원망 가득한 눈빛을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예전에 한번 부민재가 이런 눈빛으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였고 그의 가방을 강가에 버렸다. 그가 나뭇가지로 가방을 건져낼 때 부민재는 뒤에서 그를 확 밀어 버렸다. 겨우겨우 강가에서 빠져나왔지만 부민재는 할아버지한테 말하면 죽여버릴 거라고 그를 협박하기도 했었다.집으로 돌아간 뒤 흠뻑 젖은 옷을 보며 부승민은 자신이 실수로 발을 헛디뎌 강가에 빠진 것이라 말했다.사실 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부민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부민재는 그에게 사과했다.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져 정말 가족이 되었다.적어도 부승민은 가족이라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부민재는 애초에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뼛속까지 그를 증오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할아버지 앞에서든 그의 앞에서든 완벽하게 숨겼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겠네요. 난 형이랑 뭔가를 뺏을 생각도 없었고 BX 그룹 대표님 자리도 할아버지께서 형으로 지정하신 거예요.”부민재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누구나 그럴싸한 말은 다 해. 네가 내 자리를 노리지 않았다는 말은 난 믿지 않아!
부민재는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형이었다. 그가 직접 경찰에 신고한다면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었다. 부민재가 자신을 왜 이렇게 괴롭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니까 형은 처음부터 온하랑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부승민은 미간을 팍 찌푸리곤 부민재를 보면서 한 글자씩 내뱉었다.그러자 부민재가 답했다.“뭐, 대충은. 솔직히 말하면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나 아니었으면 온하랑과 만나지도 못했을 거니까.”부승민은 주먹을 꽉 움켜쥐면서 부민재의 복부를 힘껏 차버렸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전부 말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시작은 아주 단순했다.추씨 일가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추상훈은 공장의 총책임자도 아니었다.추서윤의 가정 형편은 일반 사람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강남 재벌가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부모님 사이도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늘 원망해댔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 가끔 추서윤을 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했다. 왜 아들이 아니었냐고 하면서 말이다.추상훈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은 유혜은은 모든 기대를 추서윤에게 걸었고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추서윤은 강해져야만 했다. 반드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추상훈과 자신을 무시하는 사촌 형제들에게 대단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다만 사람마다 능력은 제한되어 있었다. 그녀가 자라온 환경은 그저 그녀에게 비슷한 집안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거나 그녀보다 더 못한 집안의 사람을 만나게 했다. 재벌 2세들을 만나기엔 어림도 없었다. 재벌 2세들은 그들끼리 함께 다녔고 그녀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그럼에도 추서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기회가 차려졌다. 친구 중 한 명이 그녀를 어느 클럽 룸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그녀는 부씨 일가 장손이었던 부민재를 만났다.그때의 부민재는 이미 BX에서 일하고 있었고 부승민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공부에만 신경을 쓰고 겸손했을 뿐 아니라 혼외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
그랬다. 사건의 발단은 부민재의 농담과 비웃음이 담긴 한 마디 때문이었다.그러나 부민재는 추서윤이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그 뒤로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추서윤은 더는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부민재는 그녀가 드디어 포기하고 떨어져 나간 것으로 생각했다. 부승민은 확실히 유혹하기 쉬운 남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부민재는 지금까지 부승민이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다만 추서윤이 정말로 해낼 줄은 몰랐다.때는 부승민이 막 인턴으로 회사로 들어온 뒤였다. 어느 날 점심 퇴근을 한 뒤 부민재는 부승민과 점심을 같이 먹고 있었다. 평소 식사 도중에 핸드폰을 보지 않던 부승민이었지만 그날은 핸드폰을 보며 누군가에게 답장했었다.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후 레스토랑에서 나오자 어떤 여자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부승민은 그에게 추서윤을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다.추서윤은 그를 처음 보는 척 연기했고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부민재는 그런 추서윤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아무것도 모르는 부승민을 보았다. 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그리고 그날 밤 추서윤이 먼저 그에게 연락을 해왔다.처음에 부민재는 딱히 별다른 생각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추서윤은 자주 그에게 부승민의 동향을 보고했다.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다. 부승민이 그녀에게 직접 말해준 것인데, 수학과를 선택하고 복수전공으로 경제학과를 선택했다고 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BX 그룹 후계자 자리를 쟁탈해 보겠다는 것이었다.여기까지 들은 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는 추서윤이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럴 만도 했다.추서윤이 원하는 사람은 부민재였고 부민재의 마음에 들려면 반드시 “쓸모”를 보여야 했다.부민재는 부씨 일가의 장손이었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전부 가질 수 있었다. 추서윤은 부민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부승민으로 그의 환심
결국 정말 그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터를 유출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 그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혐의가 가장 큰 사람은 바로 추서윤이었다. 그때 그는 추서윤과 한동안 만났었고, 두 사람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헤어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대립한 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추서윤은 서러워서 뛰쳐나갔고 그대로 납치당해 온갖 괴롭힘을 당했다. 데이터 유출건과 이별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일단락되었다.“사실 추서윤이 일을 꾸민 걸 안게 된 후 난 바로 후회했어. 이런 일을 평생 감춘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다만, 일이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부민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했다. 부승민은 추측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납치 사건은 추서윤과 관계가 있단 말이죠? 이런 방법으로 자기 혐의를 벗으려고 한 거예요?”부민재가 말했다.“그래, 납치 사건은 추서윤이 직접 꾸민 자작극이야. 폭행당했다는 것도 다 스스로 꾸며낸 거짓 형상일 뿐이지.”추서윤이 일을 벌인 후에야 부민재는 그 소식을 들었다. 추서윤은 물러설 길이 없었으며 중도에 멈춰서 일을 그르칠 마음도 없었다. 그녀가 데이터를 유출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승민은 그녀와 헤어질 것이고, 그러면 부민재에게도 쓸모가 없어진다.그런 오점까지 남기고 집안 조건도 맞지 않은 추서윤을 부승호는 부민재의 아내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지금까지 한 모든 일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막대한 배상금은 물론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다.이미 여기까지 추측했지만, 부민재가 자기 입으로 직접 시인할 때 부승민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주먹을 불끈 움켜쥐자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관자놀이는 툭툭 튀었다.납치 사건은 거짓이고, 몹쓸 짓을 당한 것도 거짓이다. 마음속 트라우마는 더더욱 거짓이다.부승민의 눈동자에 격렬하면서도 깊은 분노가 휘몰아쳤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그러쥐자 뼈마디에서
사실 추서윤의 제일 첫 계획은 온강호를 모함하여 인터뷰할 때 저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할 참이었다. 그녀는 피해자라는 약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대다수 사람이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온강호가 강간범으로 낙인찍히면 그의 말은 자연스레 설득력을 잃게 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추서윤을 모함하는 거라고 간주할 것이다.주먹으로 벽을 쾅, 내려친 부승민은 분노로 얼굴이 한껏 일그러진 채 이를 악물었다.“그런데 왜 다시 계획을 바꾼 거예요?”예전 납치 사건이 가져온 죄책감으로 부승민은 두 사람의 정분을 생각하며 추서윤을 항상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 후 어떤 일은 그저 추서윤이 얕은꾀를 부리는 정도로 치부했다. 이제서야 그는 추서윤의 껍질 아래에 숨겨진 뱀처럼 교활하고 추악한 내면을 알았다. 이걸 어떻게 꾀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정말 음흉하고 지독한 인간 말종이나 다름없었다.부민재가 말했다.“아마도 누군가 알려줬던 것 같아.”그 후 추서윤은 계획을 바꿨다.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온강호는 업계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서에도 손발이 맞는 지인이있었다. 단순한 모함만으로는 그를 어떻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역습당할 수도 있었다.이런 일을 처음으로 하는 추서윤은 스스로 자신을 다독였다. 아무도 그녀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계획은 성공했다. 납치범은 해외로 도주하고 온강호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무도 교통사고와 납치 사건을 연관 짓지 않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만일 온하랑이 그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두 가지 사건은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완전 범죄로 묻혔을 수도 있었다.자작극 납치 사건은 추서윤이 독단적으로 벌인 짓이었고, 부민재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추서윤은 자신이 꾸며낸 비참한 상황을 이용해 부승민의 의심을 지우려고 했다. 이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부민재는 납치범을 연기한 사람들을 해외로 도피시켰다. 심지어 민성주를 포함한 사람들이 해외에
추서윤은 남몰래 부민재를 여러 번 찾아갔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일관하자 급기야 그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만일 부민재가 그녀와 결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전부 부민재가 지시한 일이라고 자백하여 같이 끌어내릴 작정이었다.은행 계좌 거래 기록이 확실한 증거였다. 두 사람은 이제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였고, 이제 부민재의 약점을 잡은 추서윤의 태도는 전처럼 비굴하지 않았다.추서윤이 정말 신고할까 봐 걱정되었던 부민재는 태도를 누그러트리고 추서윤을 달랬지만 소청하와 헤어질 마음이 없었고 시간만 끌 뿐이었다.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그럴싸한 방법을 찾아 추서윤에게 반격하여 제압하거나 아예 대담하게 맞서 싸워서 추서윤이 감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에 모험하는 거였다. 다른 하나는 소청하와 헤어지고 추서윤을 만나는 거였다. 그러나 그때의 그는 매우 우유부단했고 가장 어리석은 방법을 선택했다. 부민재가 계속 소청하와 이혼하지 않자 점차 인내심을 잃은 추서윤은 소청하에게 손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있는한 부민재와 소청하가 평화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부민재가 자신을 선택하게 할 의도였는데 생각 밖에 소청하는 임신 중이었고 몸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배 속의 아이를 잃었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소청하는 큰 충격에 빠졌다. 부승민도 전에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 기간 소청하는 몹시 초췌해지고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부민재는 소청하가 아이를 유산한 이유가 추서윤 때문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눈물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보며 부민재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만큼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반드시 추서윤과 단호하게 끝내야 한다.추서윤은 절대 신고하지 못한다. 신고하는 순간 두 사람은 완전히 틀어지는 거나 다름없었다. 사건의 진실과 부민재의 신분 때문에 그에게 100퍼센트 피해를 준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추서윤은 무조건 80퍼센트의 손해를 입어야 한다. 게다가 추서윤 때문에 추씨 가문도 말려들어 부씨 가문에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