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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그녀는 말을 마치며 컵을 뒤집어 남아있는 술이 없음을 증명했다.

다른 신인도 역시 비교당할 것이 두려웠는지 바로 술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온하랑이 추서윤을 대신해 모두 마셔주었다.

신인 배우가 따라준 술을 비우자 다른 배우도 술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인사말은 추서윤에게 하면서 술은 온하랑의 앞에 놓인 잔에 따랐다.

여자 세 명과 남자 두 명의 인사가 끝나자 추서윤과 온하랑이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에게 술을 한 잔씩 돌리기 시작했다.

정진석 감독에게까지 술을 올리자 추서윤은 온하랑의 잔에도 술을 가득 따르며 최민식 감독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조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추서윤 씨 대신해서 제가 먼저 한 잔 들겠습니다.”

온하랑이 술잔을 들어 최민식 조감독과 술잔을 부딪치며 간단히 건배를 했다.

최민식이 눈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당연하죠, 저희가 호흡만 잘 맞춘다면 분명 대박 날 겁니다.”

온하랑의 착각일지 몰라도 그녀는 아까부터 최민식의 눈빛이 어딘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술을 받아 마시자 온하랑은 뱃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취기가 올라 얼굴은 벌써 빨개졌고 눈가도 촉촉해지며 점점 정신이 흐릿해져 갔다.

마지막 순서의 배우와 술잔을 주고받자 온하랑은 그저 어지러움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간 온하랑은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딱 봐도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회사에 다니며 많은 술자리에 참석해왔던 온하랑으로서 결코 주량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왜인지 별로 많이 마신 것 같지도 않은데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더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랑 씨, 괜찮아요?”

추서윤이 걱정스러운 척 물었다.

그 순간, 온하랑의 뇌리를 스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이유 없이 잘 해주는 사람은 사기꾼이나 도둑놈뿐이다.

온하랑의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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