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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왔다.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도 고요한 주차장이었던 탓에 그 발소리는 더욱 선명하게만 느껴졌다.

김시연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채 휴대폰으로 타자를 하며 아버지의 소개팅 관련 질문에 폭풍 답변을 하고 있었다.

온하랑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개를 아래로 풀 숙였다.

왜인지 모르게 온하랑은 좋지 않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 그 발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부승민의 발소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봤자 부승민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하랑아.”

등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

온하랑이 고개를 돌려 인상을 팍 쓴 채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부승민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온하랑에게 다가갔다.

“여기 집이 다 괜찮길래, 하나 샀어.”

부승민이 구입한 집은 바로 온하랑이 사는 곳의 바로 윗집이었다.

“…”

“띵—”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다.

온하랑이 안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부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을 건넸다.

“일단 가지 말고, 할 얘기 있으니까 좀 들어줄래?”

“이거 놔!”

온하랑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몇 분이면 돼. 몇 분만 나랑 얘기 좀 하자.”

온하랑이 귀찮은 듯 눈을 뒤집으며 김시연을 바라보았다.

김시연이 뭔가를 눈치 챈 듯 온하라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선처 같은 거 절대 해주면 안 돼요.”

말을 마친 김시연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승강이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온하랑이 덤덤한 눈빛으로 부승민을 흘겨보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말해봐.”

부승민이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온하랑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만약 나한테 탄원서라도 써달라고 찾아온 거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

“아니, 난 탄원서 써달라고 할 생각 없어.”

부승민이 진지한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점심에는… 아무 일 없었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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