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듯한 부승민의 눈빛을 마주한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으며 쥐고 있던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온하랑은 그저 사실만을 얘기한 것뿐인데?부승민이 왜 상처받은 눈빛을 하는 거지?“그래! 부승민, 네가 이렇게 하는 건 너랑 추서윤 사이에도 절대 좋은 행동이 아니야. 그리고 나 온하랑도 같이 무시하는 행동이나 다름없고. 넌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내가 너한테 껌뻑 속아 넘어갈 것 같니? 꿈 깨! 네가 나한테서 얻고 싶은 게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그만둬!”온하랑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부승민의 이마 핏줄이 곤두섰다. 두 눈은 올곧게 온하랑만을 응시하고 있었다.“내가 너한테서 뭘 얻고 싶어 한다고..? 네가 얘기해봐, 내가 얻고 싶은 게 대체 뭘까?”“나도 물어보고 싶었어. 그건 너만 알겠지.”온하랑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부승민은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만 나왔다. 그는 혀로 어금니를 쓱 훑으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큰 보폭으로 온하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부승민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발뒤꿈치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벽에 부딪혔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온하랑은 팔로 벽을 짚고 고개를 서서히 낮추었다. 뜨거운 부승민의 입김이 온하랑의 볼과 귀를 달구었다. 간지러운 느낌이 온하랑이 저절로 몸을 움츠렸다.“나 봐봐.”부승민이 깊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온하랑이 고개를 들어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그윽한 부승민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은하수의 블랙홀과 같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부승민의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비밀이나 속마음도 알아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온하랑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 저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재촉하듯 말했다.“부승민, 추서윤 씨 지금 경찰서에 잡혀있는데, 안 가볼 거야?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시간 낭비인
온하랑은 덤덤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나한테 증명해 보이겠다는 말이야?”“맞아.”“난 필요 없어. 네가 계속 숨기는 거나 얘기하든지. 그렇게만 해준다면 진위 여부는 내가 판단해.”온하랑의 말에 부승민이 멈칫했다.온하랑은 이미 여러 번 부승민의 도움을 필요 없다며 거절해왔다. 부승민의 도움을 받기도 싫었고 만약 부승민이 온하랑 때문에 추서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한다면…하지만 이번 일을 해명한다면 온하랑은 추서윤을 풀어준 이유까지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다.온하랑이 임신 시절 찍혔던 사진을 보았다는 말만은 절대 할 수가 없었다.부승민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을 보던 온하랑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못 하겠다면 그래, 이쯤에서 관둬. 네가 뭘 증명하든 난 관심 없어. 나한테서 좀 떨어져 줄래? 그거야말로 네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일이니까.”그 순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더니 한 주민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는 엘리베이터 옆에 있던 두 사람을 슬쩍 보더니 최대한 거리를 두며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을 발견하자 온하랑은 부승민의 큰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 안에 올라타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빨리 위로 올라갔다.온하랑이 집으로 돌아오자 김시연이 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부지런이 무슨 곤란한 부탁 같은 건 안 했죠?”온하랑이 대충 현관문을 닫으며 대답했다.“없었어요.”온하랑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추서윤을 위해 탄원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방심하지 마세요. 또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김시연이 경고했다.“네.”…추서윤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사실은 재빨리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구체적인 체포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의 추측이 난무했다.추서윤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던 광고주들도 사석에서 추서윤의 소식을 전해 듣고 계약서에 적혀있던 이름을 조용히 지웠
부현승은 여자친구를 데리고 부모님을 찾아뵌 적은 없지만 서혜민과 함께 데이트를 나갔는지 아닌지를 둘째 숙모는 잘 꿰고 있었다.세상 그 어느 엄마가 아들이 마음 맞은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마다할까?사실 초반에 둘째 숙모도 서헤민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다.가정환경도 평범했고 부모님 역시 사업가가 아닌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밑으로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돈 나갈 일이 많은 여동생 두 명과 남동생 한 명이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몸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서혜민의 큰아버지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총체적으로 서혜민의 집안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서헤민 본인도 중학교를 자퇴하고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판매 직원으로 일하는 신세였다.부현승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하층민이나 다름없었다.다행히도 둘째 숙모가 집안 환경을 크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연구에만 심취해 있던 아들이 어렵게 연애를 한다고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혜민의 조건을 바로 수락해버렸다. 분명 서헤민에게 아들이 좋아할 만한 특징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신념만 갖고 말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자기 아들이 이런 조건의 서혜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미래 며느리에 대해 궁금한 게 아주 많던 둘째 숙모는 바로 며칠 전, 친하게 지내던 부잣집 사모님 한 명과 함께 쇼핑하며 서헤민이 근무하고 있는 매장을 방문했다.그때 가게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다.한 쌍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학생이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겉모습부터 평범했던 두 여학생에게 서혜민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둘이 무엇을 하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수시로 가게 입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둘째 수고 일행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고등학생 손님 두 명을 제쳐두고 환한 미소로 둘째 숙모 일행을 맞이했다.그 순간, 둘째 숙모의 표정이 슬슬 굳어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서혜민은 그런 둘째 숙모의 표정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누가 봐도 큰
온하랑이 부정하며 말했다.“형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시아를 좋아할 뿐이에요.”“그런 거였군요…”온하랑은 소청하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진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형님, 왜 그러세요?”소청하는 온하랑의 질문에 손에 들고 있던 간식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어제 그이가 또 그 여자랑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소청하의 말에 온하랑이 화를 내며 대답했다.“아주버님도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이혼 생각을 품고 있던 소청하도 아이가 생기자마자 바로 이혼이라는 생각 자체를 접어버렸는데 부민재는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온하랑이 함께 화를 내주는 모습을 보자 소청하는 덩달아 슬퍼졌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온하랑의 손을 잡고 말했다.“하랑 씨, 저도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온하랑이 본 소청하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전보다 살도 많이 빠졌고 얼굴도 훨씬 초췌해 보였다.홑몸도 아닌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정”이라는 단어가 참 묘한 것 같다. 형태도 없이 다가와 사람을 죽이고 흉터 하나 없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정”이라는 이유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져도 쉬이 놓을 수가 없다.만약 부민재와 소청하가 단순히 집안끼리 맺어진 사실혼 사이였다면 소청하가 이 정도로 심하게 아파하지는 않을 것이다.“형님, 형님은 이 아이, 낳고 싶으세요?”소청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사실 소청하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저녁 부민재의 통화를 엿들어버린 순간, 소청하도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사람들 말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이미 바람을 한 번 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 두 번째, 세 번째가 존재한다고. 부민재가 계속해서 외간여자와 연락을 이어나가는데 소청하가 계속해서 이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깔끔하게 이혼
온하랑은 부민재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순간적으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기 가늠이 되지 않았다.만약 정말이라면 부민재와 그 여자는 어떤 사이인 걸까? 왜 함께 사는 사람인 소청하에게는 얘기해주지 못 하는 것일까?만약 거짓이라면 부민재가 했던 말은 다 무슨 의미일까?온하랑은 묻고 싶은 것이 더 있었지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말이 끊겼다.온하랑은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하재범에게서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확인하자 온하랑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부민재에게 간단히 눈짓하고는 최대한 멀라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장국호 잡혔어요?”전화를 받자마자 온하랑이 다급하게 물었다.수화기 너머의 하재범이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장국호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 것 같아요.”온하랑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더니 이윽고 쿵쿵 뛰는 심장박동 소리를 느끼며 물었다.“누구한테 넘어갔나요?”배후의 어떠한 세력이 장국호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은 아닐까?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장국호를 다시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추서윤도 증언을 원하지 않았다.어떻게…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네, 장국호를 뒤쫓을 때 저희를 막는 세력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제가 뒤늦게 발견한 걸로는 두 세력이 절대 한 사람이 보낸 것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중 하나는 장국호를 구하려던 사람들 같았고 다른 한쪽은 어떤 목적이 있는지 파악이 안 됩니다. 장국호는 후자에게 넘어갔습니다.온하랑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장국호가 구조팀으로 넘어간 것만 아니라면 아직 어느 정도의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다.“그럼 장국호를 잡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좀 알아봐 주세요. 그 사람들이 장국호를 잡아들인 목적은 뭔지도요. 빨리요. 돈은 더 드리도록 할게요.”온하랑이 말했다.민성주가 도주한 것은 상관이 없었다. 민지훈을 통해 민성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까. 왕대운과 장국호도 분명 서로 아는 사이일 게 뻔했다. 그러니
온하랑은 부시아의 첫 등교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부시아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큰 종이 쇼핑백들을 들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숙모, 못 들겠어요. 저랑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돼요?”똑똑한 아이 같으니라고. 재빨리 자신의 숙모와 삼촌이 싸웠다는 걸 눈치챈 부시아였다.정확히 말하면 숙모는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중인데 삼촌만 유난히 난리 치는 중이었다.지금 마침 삼촌도 집에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부시아가 아니었다.온하랑이 두 눈을 깜빡이며 아이의 발그스레한 작은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시아의 손에서 종이 쇼핑백들을 받아들었다.“가자, 숙모가 데려다줄게.”온하랑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그이와의 일에 부시아를 끌어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조금 전,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부승민이 보기 싫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게다가 티가 너무 많이 났던 탓에 아이도 눈치챈 듯했다.온하랑은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을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거살 문을 열자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따뜻한 불빛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온하랑은 부승민을 집까지 들여보내 주었다. 거실에는 그 아무도 없었다.온하랑이 물건들을 소파 위에 올려놓자 아이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가더니 2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삼촌! 저 왔어요!”“…”온하랑은 부시아를 슬쩍 바라보았다.부시아는 작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온하랑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부시아의 몸을 간지럽히려던 그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온하랑 씨, 시아 아가씨.”연민우가 서류 하나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위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회장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저는 심부름으로 서류만 챙기러 온 거고요.”연민우를 본 부사아의 작은 얼굴에 크게 실망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아
온하랑은 놀란 기색으로 눈을 크게 떴다.부승민이 온하랑을 위해 추서윤과 거래를 했다는 건가?그러니까 추서윤한테 있었던 그 모든 게, 그날 저녁 파티도 전부 다 추서윤이 내걸었던 계약 조건이었다는 건가?“그게 정말이에요? 저 속이시는 건 아니죠?”온하랑이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진짜입니다!”연민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추서윤 씨가 회장님께 오늘 파티에만 같이 가준다면 법정 증언을 해주겠다 약속했습니다. 뭐, 지금 저렇게 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온하랑이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부승민 진짜 멍청하다. 그딴 조건만 들어주면 추서윤이 정말 증언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말도 안 되지.”당연히 온하랑 본인도 멍청했다.두 사람이 같이 멍청한 짓을 해왔다. 둘 다 추서윤의 장난에 신나게 놀아났다.연민우가 살풋 웃으며 말했다.“어찌 됐든 다 하랑 씨를 향한 회장님의 마음이니까요.”“부승민은 너한테 알리길 원하지 않는다면서요. 비서님께서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시는 이유가 뭐예요?”온하랑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연민우가 코를 비비며 대답했다.“… 최근 들어 회장님 기분이 좀 안 좋으십니다…”온하랑은 순식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제 질문에 대답 한 번만 두 해주실래요?”“말씀하세요.”“전에 추서윤이 정신병동에 갇혔을 때 말이에요. 그때 부승민은 왜 걜 거기서 꺼내준 거예요?”온하랑이 물었다.온하랑의 질문을 들은 연민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더니 말했다.“이건… 저도 잘 모릅니다…”온하랑의 정체와 그녀가 임신 시절 찍혔던 사진만큼은 절대 얘기해줄 수 없었다.온하랑은 연민우의 표정을 살피더니 입꼬리를 쓱 끌어올리며 물었다.“진짜 몰라요?”“모릅니다!”연민우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이만 돌아가 주세요.””예?““예는 무슨 예예요?”온하랑이 두 팔로 가슴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부승민 심복이라는 사람이 왜인지도 모른다고 대답해 버
연민우는 안도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하랑 씨.”온하랑은 그대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왔다. 먼저 서재로 들어와 컴퓨터로 촬영 수업을 틀었다.최동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서재에 퍼졌다.조금 쉬어버린 듯한 목소리로 온화하게 강의하고 있어 저도 모르게 수업에 집중하게 되었다.온하랑은 정말로 열심히 노트에 내용을 받아 적었다.어느 정도 강의했을까, 최동철은 잠깐 멈추고 기침을 두어 번했다. 갈증을 느꼈는지 생수를 두어 모금 마시곤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그녀의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최동철이 피곤해 보였다.실시간 수업이 끝났다. 수업 영상은 자동으로 다시 보기 영상으로 생성되었다. 온하랑은 영상을 틀어 자신이 놓친 부분을 다시 보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가 온 것이다.[최동철: 오늘 수업 열심히 봤어?][온하랑: 앞부분은 지각해서 못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보기로 듣고 있어요.][최동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물어봐.][온하랑: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수업 들으니까 목이 안 좋은 것 같던데, 맞아요? 옷 많이 챙겨 입고 따듯한 물도 많이 마셔요. 그러면 목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참, 푹 쉬는 것도 중요해요.][최동철: 그래.]그는 감기 때문이 아닌 목을 너무 많이 써서 쉬어버린 것이다.물론 촬영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있었기에 이 정도로 쉬어버리진 않았다.이렇게 목이 쉬어버린 데엔 중요하게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수하려던 회사는 인수 실패해버렸을 뿐 아니라 그가 있는 회사 일부 자금을 삼켜버렸다.게다가 평소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그 탓에 그는 요 며칠간 이 일을 해결하는 데만 열중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부승민은 일부러 혜성 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그와 빼앗으려 했다. 그가 혜성 테크의 주식을 매입한 후에야 이 회사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게 되었고 혜성 테크 관계자들의 인수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