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이 부정하며 말했다.“형님,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시아를 좋아할 뿐이에요.”“그런 거였군요…”온하랑은 소청하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진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형님, 왜 그러세요?”소청하는 온하랑의 질문에 손에 들고 있던 간식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어제 그이가 또 그 여자랑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소청하의 말에 온하랑이 화를 내며 대답했다.“아주버님도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이혼 생각을 품고 있던 소청하도 아이가 생기자마자 바로 이혼이라는 생각 자체를 접어버렸는데 부민재는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온하랑이 함께 화를 내주는 모습을 보자 소청하는 덩달아 슬퍼졌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온하랑의 손을 잡고 말했다.“하랑 씨, 저도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온하랑이 본 소청하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전보다 살도 많이 빠졌고 얼굴도 훨씬 초췌해 보였다.홑몸도 아닌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정”이라는 단어가 참 묘한 것 같다. 형태도 없이 다가와 사람을 죽이고 흉터 하나 없이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정”이라는 이유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져도 쉬이 놓을 수가 없다.만약 부민재와 소청하가 단순히 집안끼리 맺어진 사실혼 사이였다면 소청하가 이 정도로 심하게 아파하지는 않을 것이다.“형님, 형님은 이 아이, 낳고 싶으세요?”소청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사실 소청하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저녁 부민재의 통화를 엿들어버린 순간, 소청하도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사람들 말 틀린 것 하나 없었다. 이미 바람을 한 번 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 두 번째, 세 번째가 존재한다고. 부민재가 계속해서 외간여자와 연락을 이어나가는데 소청하가 계속해서 이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깔끔하게 이혼
온하랑은 부민재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순간적으로 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기 가늠이 되지 않았다.만약 정말이라면 부민재와 그 여자는 어떤 사이인 걸까? 왜 함께 사는 사람인 소청하에게는 얘기해주지 못 하는 것일까?만약 거짓이라면 부민재가 했던 말은 다 무슨 의미일까?온하랑은 묻고 싶은 것이 더 있었지만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말이 끊겼다.온하랑은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하재범에게서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확인하자 온하랑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녀는 부민재에게 간단히 눈짓하고는 최대한 멀라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장국호 잡혔어요?”전화를 받자마자 온하랑이 다급하게 물었다.수화기 너머의 하재범이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장국호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 것 같아요.”온하랑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더니 이윽고 쿵쿵 뛰는 심장박동 소리를 느끼며 물었다.“누구한테 넘어갔나요?”배후의 어떠한 세력이 장국호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은 아닐까?일이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이상, 장국호를 다시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추서윤도 증언을 원하지 않았다.어떻게…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네, 장국호를 뒤쫓을 때 저희를 막는 세력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제가 뒤늦게 발견한 걸로는 두 세력이 절대 한 사람이 보낸 것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중 하나는 장국호를 구하려던 사람들 같았고 다른 한쪽은 어떤 목적이 있는지 파악이 안 됩니다. 장국호는 후자에게 넘어갔습니다.온하랑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장국호가 구조팀으로 넘어간 것만 아니라면 아직 어느 정도의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다.“그럼 장국호를 잡은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좀 알아봐 주세요. 그 사람들이 장국호를 잡아들인 목적은 뭔지도요. 빨리요. 돈은 더 드리도록 할게요.”온하랑이 말했다.민성주가 도주한 것은 상관이 없었다. 민지훈을 통해 민성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까. 왕대운과 장국호도 분명 서로 아는 사이일 게 뻔했다. 그러니
온하랑은 부시아의 첫 등교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부시아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큰 종이 쇼핑백들을 들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숙모, 못 들겠어요. 저랑 같이 들어가 주시면 안 돼요?”똑똑한 아이 같으니라고. 재빨리 자신의 숙모와 삼촌이 싸웠다는 걸 눈치챈 부시아였다.정확히 말하면 숙모는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중인데 삼촌만 유난히 난리 치는 중이었다.지금 마침 삼촌도 집에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부시아가 아니었다.온하랑이 두 눈을 깜빡이며 아이의 발그스레한 작은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시아의 손에서 종이 쇼핑백들을 받아들었다.“가자, 숙모가 데려다줄게.”온하랑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그이와의 일에 부시아를 끌어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조금 전, 온하랑은 무의식적으로 부승민이 보기 싫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게다가 티가 너무 많이 났던 탓에 아이도 눈치챈 듯했다.온하랑은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을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거살 문을 열자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따뜻한 불빛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온하랑은 부승민을 집까지 들여보내 주었다. 거실에는 그 아무도 없었다.온하랑이 물건들을 소파 위에 올려놓자 아이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가더니 2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삼촌! 저 왔어요!”“…”온하랑은 부시아를 슬쩍 바라보았다.부시아는 작은 입꼬리를 끌어올려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온하랑이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부시아의 몸을 간지럽히려던 그 순간, 누군가가 계단을 내려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온하랑 씨, 시아 아가씨.”연민우가 서류 하나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위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회장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저는 심부름으로 서류만 챙기러 온 거고요.”연민우를 본 부사아의 작은 얼굴에 크게 실망이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아
온하랑은 놀란 기색으로 눈을 크게 떴다.부승민이 온하랑을 위해 추서윤과 거래를 했다는 건가?그러니까 추서윤한테 있었던 그 모든 게, 그날 저녁 파티도 전부 다 추서윤이 내걸었던 계약 조건이었다는 건가?“그게 정말이에요? 저 속이시는 건 아니죠?”온하랑이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진짜입니다!”연민우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추서윤 씨가 회장님께 오늘 파티에만 같이 가준다면 법정 증언을 해주겠다 약속했습니다. 뭐, 지금 저렇게 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온하랑이 가볍게 코웃음을 흘렸다.“부승민 진짜 멍청하다. 그딴 조건만 들어주면 추서윤이 정말 증언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말도 안 되지.”당연히 온하랑 본인도 멍청했다.두 사람이 같이 멍청한 짓을 해왔다. 둘 다 추서윤의 장난에 신나게 놀아났다.연민우가 살풋 웃으며 말했다.“어찌 됐든 다 하랑 씨를 향한 회장님의 마음이니까요.”“부승민은 너한테 알리길 원하지 않는다면서요. 비서님께서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시는 이유가 뭐예요?”온하랑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연민우가 코를 비비며 대답했다.“… 최근 들어 회장님 기분이 좀 안 좋으십니다…”온하랑은 순식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제 질문에 대답 한 번만 두 해주실래요?”“말씀하세요.”“전에 추서윤이 정신병동에 갇혔을 때 말이에요. 그때 부승민은 왜 걜 거기서 꺼내준 거예요?”온하랑이 물었다.온하랑의 질문을 들은 연민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이더니 말했다.“이건… 저도 잘 모릅니다…”온하랑의 정체와 그녀가 임신 시절 찍혔던 사진만큼은 절대 얘기해줄 수 없었다.온하랑은 연민우의 표정을 살피더니 입꼬리를 쓱 끌어올리며 물었다.“진짜 몰라요?”“모릅니다!”연민우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이만 돌아가 주세요.””예?““예는 무슨 예예요?”온하랑이 두 팔로 가슴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부승민 심복이라는 사람이 왜인지도 모른다고 대답해 버
연민우는 안도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하랑 씨.”온하랑은 그대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왔다. 먼저 서재로 들어와 컴퓨터로 촬영 수업을 틀었다.최동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서재에 퍼졌다.조금 쉬어버린 듯한 목소리로 온화하게 강의하고 있어 저도 모르게 수업에 집중하게 되었다.온하랑은 정말로 열심히 노트에 내용을 받아 적었다.어느 정도 강의했을까, 최동철은 잠깐 멈추고 기침을 두어 번했다. 갈증을 느꼈는지 생수를 두어 모금 마시곤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그녀의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최동철이 피곤해 보였다.실시간 수업이 끝났다. 수업 영상은 자동으로 다시 보기 영상으로 생성되었다. 온하랑은 영상을 틀어 자신이 놓친 부분을 다시 보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가 온 것이다.[최동철: 오늘 수업 열심히 봤어?][온하랑: 앞부분은 지각해서 못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보기로 듣고 있어요.][최동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물어봐.][온하랑: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수업 들으니까 목이 안 좋은 것 같던데, 맞아요? 옷 많이 챙겨 입고 따듯한 물도 많이 마셔요. 그러면 목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참, 푹 쉬는 것도 중요해요.][최동철: 그래.]그는 감기 때문이 아닌 목을 너무 많이 써서 쉬어버린 것이다.물론 촬영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있었기에 이 정도로 쉬어버리진 않았다.이렇게 목이 쉬어버린 데엔 중요하게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수하려던 회사는 인수 실패해버렸을 뿐 아니라 그가 있는 회사 일부 자금을 삼켜버렸다.게다가 평소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그 탓에 그는 요 며칠간 이 일을 해결하는 데만 열중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부승민은 일부러 혜성 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그와 빼앗으려 했다. 그가 혜성 테크의 주식을 매입한 후에야 이 회사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게 되었고 혜성 테크 관계자들의 인수에 대
부승민은 오늘 오전에 민성주가 튀어버렸다는 육광태의 연락을 받았었다.그 순간 그는 온하랑이 신고를 한 이유와 기분을 알게 되었다. 온하랑은 그가 추서윤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화가 난 것이다...부승민은 자신을 탓했다.온하랑은 금방 추서윤의 약점을 손에 잡았다. 그런데 민성주가 사라져버렸으니 분명 추서윤과 연관이 있었다.추서윤은 예전에 잔혹한 고문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납치범과 대면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걸 알고 있었던 그는 추서윤에게 시간을 주었다.만약 그가 추서윤을 압박하여 무언가를 알아내려 했다면 추서윤은 횡설수설하며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었다. 그랬다면 민성주를 놓칠 일도 없었다.납치 사건 때문에 그는 추서윤에게 시간을 준 탓이다.추서윤은 온하랑을 증오했기에 당연히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이건 그도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추서윤이 자신을 납치하고 고문했던 납치범을 놓아줄 줄은 몰랐다.추서윤의 행동으로 부승민의 마지막 동정심마저 사라지게 했다.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전부 그녀가 자초한 것이다.그럼에도 부승민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온하랑이 어젯밤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니 가슴 한구석에 무언가가 막혀버린 듯 답답했고 목구멍마저 답답했다.그녀는 그가 역겹다고 했다.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다.부승민은 일로 어젯밤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를 썼다.온하랑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그는 처음에 아주 의아했다. 그리고 이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기쁜 감정이 피어올랐다.핸드폰을 들었다. 떨리는 손가락 탓에 하마터면 바로 전화를 받을 뻔했다.‘안돼! 어제 온하랑이 나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 잊었어?'‘그런데 왜 전화한 거지? 전화를 바로 받으면 안 되지. 그럼 내가 뭐가 되겠어.'‘나도 자존심이 있다고!'부승민은 망설인 끝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아까 어디까지 봤지?'부승민은 서류를 빤히 보았다. 집중이 전혀 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 덕에 서류에 적힌 글씨 하나하나가
만약 그녀가 그를 ‘부승민'이 아닌 ‘승민아'라고 불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누가 그러는데 네가 그 여자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며?”부승민은 순간 온몸이 불편해지는 기분이었다.“어떻게 알았어?”“연 비서가 알려줬어. 연 비서 혼낼 필요도 없어. 그냥 내가 찝찝해서 캐물어 본 거야. 네 고충도 전부.”부승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것도 알게 된 거야?”그녀는 그의 고충도 알아버렸다...“응. 모든 걸 알고 나니까 내가 널 오해하고 있었더라고. 네가 추서윤을 풀어준 건 전부 나를 위해서였는데... 승민아, 미안해.”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위해 추서윤을 풀어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했다.“하지만 나도 성인이야.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내 눈과 귀를 막진 말아줘. 이렇게 중요한 일을 대체 왜 나한테 숨긴 거야?”부승민은 입술을 틀어 물고 되물었다.“이렇게 중요한 일이 어떤 일인데?”온하랑은 멈칫하곤 다시 말했다.“혹시 지금 내가 떠본다고 생각하는 거야?”‘대에 어디서 티가 난 거지?'온하랑의 말을 들으니 부승민은 더 확신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을 떠보고 있다고 말이다.“응.”온하랑은 몇 초간 말을 대꾸하지 못했다.“꼭 내가 말해주기를 바라는 거야?”부승민은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그러면 안 돼?”온하랑은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쳤다.“흥, 부승민. 머리 좋네!”조금 이를 빠득 갈며 말하는 것 같았다.부승민은 나직하게 웃었다.“과찬이야.”사실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그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으니까.다만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온하랑이 자신이 온강호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평온하게 자신과 통화를 하며 그때의 일로 사과할 리가 없었다.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꼈던 호감이 반감했다.“대체 어느 부분에서 눈치챈 거야? 아니면 혹시 추서윤을 풀어준 것도 애초에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이유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 그럼 내가 숨소리 들려줄게. 어때?”부승민이 말했다.“흥, 꿈 깨셔.”이런 대화는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민망해지기에 온하랑은 더는 이어가지 않고 말을 돌렸다.“어머, 시간이 늦었네. 나 잘 거야. 끊을게.”“잘자.”부승민은 아쉬움이 뚝뚝 떨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 나 방금 뭔가 떠올랐어.”“뭔데.”“오늘 내가 본가에서 민재 오빠 와이프를 만났어. 임신하셨는데 나한테 민재 오빠가 여전히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고 하시더라고. 좀 알아봐 줘. 민재 오빠가 밖에서 만나고 다닌다는 여자가 누군지.”부승민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재 형이 정말로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건 확실해?”“어떤 여자랑 통화하는 걸 직접 들으셨대.”“그래, 알았어. 내가 사람 시켜서 알아보라고 할게.”통화를 마친 후 온하랑은 핸드폰을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스탠드를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그러나 부승민은 통화 기록을 빤히 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온하랑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어떤 생각에 잠긴 듯했다.부민재의 운전기사가 수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바로 불러 부민재를 지켜보라고 했다.부민재는 대부분 시간을 회사와 집에서 보냈다. 가끔 고객이나 친구 만나러 다른 곳에 가기도 했었다.이 사람들 중 부민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형수는 부민재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순간 책상을 툭툭 치던 부승민의 손가락이 멈추더니 머릿속에 조금 말이 안 되는 생각이 떠올랐다.‘추서윤이 정말로 온하랑을 증오해서 일부러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을 풀어준 걸까?'부민재의 외도는 그 여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여자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통화에서는 소청하를 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부승민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바로 육광태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음 날 아침, 회장실 전담 비서들과 부승민에게 결재를 받으러 온 직원들은 부승민의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