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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취해서 정신줄 놓아버린 거 아니었나?

그 생각이 최민식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동안 그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온하랑의 한 손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치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악—”

최민식은 두 눈을 손으로 감싸며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호신용 스프레이가 주는 화끈하고 뜨거운 감각에 최민식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앞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러운 년!”

최민식은 두 눈을 감은 채 미친 사람처럼 기억을 더듬으며 두 손을 뻗어 온하랑의 목을 조이려 했다. 하지만 잡히는 것은 온하랑의 목이 아닌 어깨였다.

온하랑이 크게 저항하며 최민식의 손을 뿌리치고는 술병을 들어 최민식의 머리를 내리쳤다.

“퍼억—”

술병이 깨지며 안에 담겨있던 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최민식의 머리에서는 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더니 그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쓰러졌다.

온하랑은 최민식이 침대 위에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발로 그를 두어 번 툭툭 쳐보았다. 그런데도 반응이 없자 온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서윤이 온하랑을 비서로 고용한 이유가 이렇게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면 뭐겠는가?

추서윤이 온하랑을 식사 자리에 초대할 때부터 온하랑은 눈치챌 수 있었다. 추서윤은 본인 대신 술을 마셔줄 흑장미 역할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온하랑은 눈치껏 숙취해소제를 챙겨 먹고 호주머니에 호신용 스프레이와 작은 칼을 챙겨 그 자리에 참석했다.

룸에서 최민식 조감독의 눈빛을 보자 온하랑의 경계심은 더 커졌고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를 틈타 몰래 패딩 옷소매에 술병 하나를 챙겨왔다. 원체 오버사이즈 패딩이었던지라 그 아무도 온하랑이 따로 챙긴 술병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온하랑은 취한 척 연기를 하며 추서윤의 계략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다행히도 추서윤은 온하랑에게서 이상한 점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사실 온하랑은 정진석 감독을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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