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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온하랑은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어이없다는 듯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추서윤이 너무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더라니, 그 배후에는 부승민이 있었다.

온하랑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람인데, 추서윤과 헤어진 이유도 단순히 할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을까.

온하랑은 조롱 섞인 눈빛으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추서윤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부정하고 되려 입을 열 때마다 온하랑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정말 우스워서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사람 갖고 노니까 재미있었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바로 마음 약해져서 추서윤이랑 다시 잘 되어보려고 하는 건가?

부승민의 곁에 있는 추서윤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몸에 딱 달라붙는 살구색의 드레스를 입은 추서윤은 우아하고도 대범한 자태로 부승민의 팔짱을 낀 채 은은한 미소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추서윤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해도 온하랑은 그녀에게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초반엔 추서윤이 자신을 공격하는 이유가 그저 부승민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현 애인 치우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추서윤이 일부러 할아버지의

화를 돋우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을 때에야 그녀가 얼마나 사악하고 위험한 사람인지 제대로 깨달았다.

추서윤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온하랑이 아버지를 위해 하려는 복수를 막을 것이다. 단순히 온하랑의 복수를 막기 위해 자신을 납치했던 납치범의 도주까지 도와주며 도망갈 시간까지 확보해주었다. 온하랑의 상식을 완전히 깨버리는 행동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지금, 온하랑은 경찰서에서 증언을 해주겠다던 추서윤의 말도 절대 믿을 수 없었다.

추서윤은 애초부터 증언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 일을 핑계로 한 달 동안 온하랑을 제대로 괴롭히고 놀려먹을 생각이었겠지.

이렇게 된 이상, 온하랑도 더는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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