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이 멈춰 섰다.“...그래.”“따라와.”부승민은 그 말을 남기고 온하랑을 스쳐지나 앞장서서 걸어갔다.온하랑은 그를 흘겨본 후 그를 따라갔다.방 입구에 와서 부승민이 문을 열자 부시아의 목소리와 애니메이션 소리가 들렸다.“삼촌, 왔구나! 숙모는?”“뒤에 있어.”부승민은 문앞에 서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온하랑을 쳐다보았다.온하랑은 그를 노려본 후 앞으로 걸어가 미소를 지으며 시아를 불렀다.“시아야, 숙모 왔어!”“숙모! 나 숙모랑 같이 온천욕 할래요!”부시아는 눈을 둥글게 말고 양말을 신은 채 온하랑 앞으로 달려왔다.“그래, 숙모랑 같이 온천욕 하자.”온하랑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차갑게 부승민을 쳐다보았다.“내 옷은?”부시아가 있으니 부승민도 그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부승민은 소파 위의 종이가방을 건네주면서 여유롭게 말했다.“온하랑, 이제 보니까 어디서 얼굴 바꾸는 법을 배운 거야? 공연해도 되겠네.”“얼굴을 바꿔요? 숙모가 얼굴을 바꿔요?”부시아는 고개를 들고 호기심 가득해서 물었다.온하랑은 부승민의 말에 코웃음 치고 얘기했다.“아니, 할 줄 몰라. 삼촌이 헛소리하는 거야. 저 말 듣지 마. 가자. 우리는 온천욕 해야지.”“네!”부시아는 자기 수영복을 챙기고 부승민에게 얘기했다.“삼촌 혼자 놀아요. 우리는 온천욕 하러 갈래요.”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거실을 지나 뒷문을 열고 온천 방과 온천을 쳐다보았다.열기가 느껴져 온하랑은 얼른 문을 닫고 부시아를 도와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수영복을 입은 부시아는 온천 옆에 앉아 발을 대었다가 또 움찔거렸다.“앗 뜨거워!”온하랑은 튜브를 들고 와서 부시아에게 끼워준 다음 말했다.“처음에는 뜨거울 수 있는데 일단 발을 넣고 나면 천천히 적응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네.”온하랑은 옷을 벗고 종이가방에서 샤워 가운 아래 있는 수영복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미친 부승민 같으니라고.그래, 부승민
온하랑은 옆의 부시아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안 먹으면 안 돼?”부시아는 고개를 젓고 눈을 깜빡였다.“시아 배고파요.”온하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작은 배를 아프지 않게 꼬집고 온천을 나갔다.그녀는 먼저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후 샤워가운을 입고 대충 끈을 묶은 후 머뭇거리다가 들어갔다.부승민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고개도 들지 않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집중한 채 앞의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온하랑은 소파 위의 간식을 보고 간식을 가진 후 물었다.“패드는 어디 있어?”부승민은 그녀를 무시한 채 여전히 노트북만 보고 있었다.미간을 찌푸린 온하랑은 손을 뻗어 부승민 눈앞에서 손을 저었다.“정신 차려봐, 부승민. 패드 어디 있냐니까? 시아가 놀겠대.”부승민은 시선을 들고 말했다.“패드는 옷장 속 가방에 있어.”온하랑은 걸어가서 가방에서 패드를 꺼냈다. 이윽고 부승민의 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집에 조카가 말썽이라...”그녀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패드를 들고 돌아가면서 얘기했다.“부승민, 이제는 사과도 하고, 정말 예전 같지 않아진 거 알아?”부승민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화상 회의 중이야.”그 말에 온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표정마저 어두워졌다.그녀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정말이야?”“널 왜 속이겠어.”온하랑은 의심스레 옆에서 지켜보았다. 정말 화상 회의 중이었다.그러니까 아까 한 말과 부승민 앞에서 손을 저은 것도 다 봤다는 거겠지?온하랑은 얼굴이 붉어져서 당장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책상 귀퉁이에 샤워가운의 벨트가 걸려버렸다.빨리 떠나려고 했던 그녀는 벨트가 풀려서 샤워 가운이 벌어져 버렸다.가리고 싶어 했던 몸매가 고스란히 부승민 눈앞에 펼쳐졌다.놀란 온하랑은 바닥에 떨어진 끈을 보고 또 고개를 들어 부승민이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아!”그녀는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회의 중인 것을 생각하고 얼른 입을 닫은 후 입 모양으로 말했다.“부승민, 보지 마!”
부시아는 온천 옆에 앉아 작은 발을 물에 담근 채 옆에는 간식을 놓고 아이패드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후의 절반은 온천에 몸을 담갔다. 부시아는 더 있고 싶지 않아 수건으로 몸을 감싼 후 패드를 안고 나갔다. 온하랑은 온천 가장자리에서 고민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나니 온몸이 개운하여 곧바로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목욕 가운만 입고 나가자니 변태 부승민이 또 그녀를 놀려먹으려고 할 것 같았다. 그녀는 결국 옷을 입고 나갔다. 그러나 부승민은 외출했는지 거실에 없었다.온하랑은 목욕 가운을 빨래통에 넣었다. 그러면 이곳의 청소부가 수거하여 씻고 소독해서 가져다준다. 그러나 온하랑은 언짢은 표정으로 비키니를 흘끗 보고는 쓰레기통에 버렸다.식사 시간이 되자 부승민이 밖에서 세 사람이 먹을 저녁을 사 들고 돌아왔다. 그는 온하랑이 이미 옷을 갈아입은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그럭저럭 화기애애하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부시아는 졸린 듯 눈을 비비더니 머리를 온하랑의 품에 파묻고 중얼거렸다.“숙모랑 같이 자고 싶어요.”그러자 부승민이 말했다.“오늘 밤 저 방에서 시아랑 같이 자.”이 스위트 룸은 방이 2개 있었다. 침실은 독립적이었고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있었다. 게다가 부시아도 곁에 있으니 온하랑은 부승민이 허튼짓할 걱정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동의하고 부시아를 달래서 씻겨준 뒤 시아와 함께 침실로 들어갔다. 부시아가 잠들자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휴대폰을 보았다. 민지훈이 그녀에게 밥을 먹었는지 묻자 온하랑이 대답했다.[먹었어요. 지훈 씨는요?]민지훈은 난처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냈다.[먹고 있어요... 그런데 저 분들이 계속 술만 마시고 있어요. 아마 저도 도망갈 수 없을 것 같아요...][적당히 마셔요. 몸에 안 좋아요. 정 힘들면 핑계를 찾아서 빠져나가요.][네.]한 시간쯤 지나자 온하랑은 민지훈에게 다시 톡을 보냈다.[밥 다 먹었어요?][아직요... 이따가 또 게임
쿠당탕,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의 목소리는 어렴풋이 멀어졌다. 온하랑은 눈썹을 구겼다.“지훈 씨, 지금 어딘데요?”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지훈 씨?”민지훈의 황폐하고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누나... 누나... 난... 나도 모르겠어요, 나...”그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무기력했으며 심지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옆에서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지훈 씨는 남자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생각해요. 일단 옷부터 입고 방문에 적힌 방 번호를 알려줘요.”몇 초 후 민지훈이 입을 열었다.“305호에요.”“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잘 생각해 봐요.”회사에서 단체로 예약한 방은 4층에 있었고, 305호의 사람은 회사 직원이 아니었다. 마침, 회사에서 민지훈에게 배정한 방은 405호였기에 아마도 민지훈이 술을 마시고 방에 잘 못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온하랑은 305호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2분 정도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옷차림새가 어수선하고 얼굴이 초췌해진 민지훈은 온하랑을 보니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 무언가 생각난 듯 민지훈의 눈동자에 생기가 이내 시들어버렸다.“... 누나.”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힘없이 말했다. 온하랑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요. 들어가서 얘기해요.”온하랑은 민지훈이 자신과 헤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직 민지훈에게서 민성주의 말도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을까?방으로 들어간 온하랑은 문을 닫았다. 방안은 어느 정도 깔끔했고, 침대 옆만 유난히 지저분하고 옷가지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여자는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머리를 묻은 채 흐느끼고 있
그래서 민지훈이 밤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온하랑은 소파에 앉아 눈을 치켜뜨고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두 손은 옷자락을 움켜쥔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누나, 정말 저를 믿으셔야 해요...”“서두르지 말고 먼저 앉아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떠올려 보세요.”온하랑이 말했다. 민지훈은 온하랑의 맞은편에 앉아 미간을 찡그리며 필사적으로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려고 애썼다.“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모두가 술을 권해서 저도 몇 잔 마셨는데 술이 그렇게 독할 줄 몰랐어요...”“마지막 기억은 어디에서 멈췄어요?”민지훈은 눈을 감고 생각하면 할수록 두통이 더 심해졌다.“기억이 안 나요. 동료가 저한테 술을 권했던 것 같아요...”온하랑이 물었다.“수현 씨가 305호에 있는 건 미리 알고 있었어요?”민지훈은 즉시 고개를 흔들며 황급히 말했다.“몰라요! 누나, 진짜 몰랐어요. 믿어 주세요. 그날 수현 씨가 양아치를 만나 제가 도와주고 수현 씨가 기절하는 바람에 호텔에 데려다준 게 전부예요...”온하랑은 생각에 잠겨 눈을 내리깔았다.그렇다면 이건 너무 우연의 일치인 것 같았다.민지훈은 술에 취해 한층 적게 올라가서 정확히 서수현의 방으로 갔다.“가서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봐야겠어요.”온하랑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서수현 씨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겠다고 말했지만, 번복할 것도 대비해야 해요.”“알아요.”민지훈은 두 팔꿈치를 무릎에 올린 채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버려진 강아지처럼 온하랑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누나, 날 떠나지 않을 거죠?”그는 부승민이 바람을 피워 그들의 결혼 생활이 깨진 것을 알고 있었다. 온하랑은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해 상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몇 초간의 침묵 후 온하랑이 입을 열었다.“지훈 씨, 지금은 장담할 수 없으니 감시카메라를 보고 동료들에게 물어 보고 나서 다시 말해요.”그녀가
온하랑은 멈칫했다.“진짜야?”사실이라면 민지훈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방을 잘못 찾아간 거지?“그래, 못 믿겠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그럼 오빠는 언제 끝나서 돌아갔는데?”“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어. 어떻게 돌아왔는지 나도 기억나지 않아.”“알았어. 다음부턴 적당히 마셔. 몸에 좋지도 않은걸.”“방법이 없잖아. 사실 남자들은 밥 먹으며 술을 마시는 게 정상이야. 그러면서 정을 키우는 거지. 괜히 이런 일로 따지지 마.”부현승이 말했다.“그래, 알았어. 지훈 씨 챙겨줘서 고마워. 오빠가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왜 따지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 빠이.”“빠이.”전화를 끊은 후 온하랑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부현승은 민지훈이 많이 마시지 않았다 하고, 하필이면 감시카메라는 고장 났다.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사실이 어떻든지 온하랑은 아직 민지훈이 필요 했기에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승민과의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녀는 민지훈을 바로 용서하면 안 된다. 무조건 그를 차갑게 대하는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성격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었다.게다가 이런 일까지 발생했는데 민지훈이 온하랑을 위해 장국호의 일을 물어 봐 줄 마음이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계획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온하랑과 민지훈이 방에서 나간 후 서수현은 온몸에 힘이 빠져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서글픔에 두 눈을 꾹 감았다.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빚을 재촉하기라도 하듯 요란하게 울려댔다. 서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놓인 옷에서 휴대폰을 찾았다. 휴대폰 액정에 떠 있는 번호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킨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애써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섞여 있었다.“일 처리는 어떻게 됐어요?”서수현
...음식점에 가서 아침밥을 산 온하랑은 민지훈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민지훈은 허겁지겁 달려 나와 문을 열었다. 그는 반가움과 두려움이 교차했다.“누나, 드디어 왔네요.”온하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밥 먹으러 식당에 갈 기분이 아닐 것 같아서 아침을 사 왔어요.”그녀는 아침 식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모니터링실에 다녀왔는데 공교롭게도 어젯밤 본관 감시카메라가 고장 났다네요.”민지훈은 당황해서 해명했다.“누나, 전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감시카메라를 고장 내겠어요...”“그런 뜻이 아니에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요. 승현 오빠에게 물어봤는데 지훈 씨가 확실히 취했다고 했어요... 됐어요. 우선 밥부터 먹어요. 진정하고 나서 다시 말해요. 저도 신중하게 생각해 볼게요.”뭘 신중하게 생각한단 말이지?분명 그와 계속 만날지 고민한단 말일 것이다.민지훈은 바짝 긴장했다.“누나,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전 정말 헤어지기 싫어요!”그는 자기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다 제 탓이에요.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게 된 거예요! 전 정말 죽어도 싸요...”“이러지 마세요.”온하랑은 그를 제지했다.“헤어진단 말은 안 했어요. 다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지훈 씨만 받아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요.”“그럼...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데요...”민지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사흘이요. 사흘 후에 다시 만나서 얘기해요. 그동안은 진정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죠.”민지훈은 입술을 깨물며 마치 길가에 버려진 대형견처럼 귀를 축 늘어뜨렸다.“알았어요... 사흘 후에 누나를 찾으러 갈게요.”“네. 전 일단 방으로 돌아갈게요.”온하랑은 아침밥을 챙겨서 민지훈의 방을 나갔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온하랑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 후 부승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짜증이 나서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부시아가 그녀를 찾고 있을까 봐 걱정
그 끈이 달린 심플한 천 쪼가리는 텅 빈 베란다에서 유독 눈에 확 띄었다.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며 당황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부승민! 너...”“내가 뭐?”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던 부승민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다 알면서 굳이 되물었다. 온하랑은 이를 악물고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부시아의 앞에서 다투고 싶지 않았고, 이 일로 부승민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온하랑은 곧바로 베란다로 달려가 비키니를 거두었다.온하랑이 얼른 비키니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는데 부승민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는 온하랑의 손에 들린 비키니를 낚아챘다.“뭐 하는 거야?”“내가 뭐 하는 것 같아?”온하랑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비키니를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부승민이 긴 팔을 번쩍 들어 올리자 온하랑은 손이 닿지 않아 화가 나서 옆구리에 손을 짚고 서서 그를 노려보았다.“당장 돌려줘!”“이건 내 건데 왜 너한테 줘야 해?”부승민이 당당하게 말했다. 온하랑은 그의 이런 뻔뻔스러운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뭐가 오빠 거야? 그건 내 거야...”“네가 버린 걸 내가 주웠으니 이제 내 거야!”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허 벌린 온하랑은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하지만...”“하지만 뭐?”부승민이 되물었다.“내 말 틀렸어?”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붉어지고 눈가는 촉촉해졌다. 몹시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차마 터뜨릴 수 없었다. 그 모습은 마치 부풀어 오른 복어 같았다.부승민은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비키니를 코끝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너무 좋아!”“!!!”온하랑은 온몸에 닭살이 돋아 오르고 두 귀는 빨개지다 못해 피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허파는 분노로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부승민! 너... 너 어쩜 이렇게 유치해?”“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