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연은 저녁을 잘 먹으면서 재밌게 대화를 나눴다.그러다가 강혜령이라는 동창이 말했다.“맞다, 시연아. 그거 들었어? 연도진 귀국했다던 거 같은데. 오늘 올 거래.”그 이름을 들은 온하랑은 김시연을 쳐다보았다.연도진. 그게 바로 김시연과 그녀의 라이벌이 같이 짝사랑했던 남자의 이름이다.김시연은 약간 흠칫하더니 얘기했다.“그래? 그럼 오라고 하지.”그녀의 눈은 약간 흐리멍텅했다. 머릿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그 잘생긴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선명해진다.강혜령이 또 말했다.“오랫동안 못 만났지? 그때 너랑 이슬비가 얼마나 연도진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었냐. 난 너랑 연도진이 사귈 줄 알았어. 그런데 연도진이 해외로 나가니까 이슬비도 나갔더라? 이번은 이슬비가 주최한 동창회라던데 그래서 연도진도 온대.”“그래?”옆의 한 여자가 말을 걸었다.“설마 두 사람 사귀는 건 아니겠지?”강혜령은 김시연을 흘깃 보고 말했다.“글쎄. 두 사람이 해외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으니까. 이슬비도 계속 솔로였고. 딱 봐도 연도진 때문이잖아. 귀국해서 동창회를 연다는 건,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 건가?”김시연은 몰래 눈을 흘겼다. 허벅지 위에 놓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다른 여자가 끼어들어 얘기했다.“그래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니까. 마지막 승자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몰라.”김시연은 표정이 굳어서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차갑게 웃었다.“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간 것도 이긴 건가?”그 여자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김시연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필 이때 룸의 문이 열렸다.문 앞에는 25세 좌우의 남자가 서 있었는데 키는 180 이상으로 보였다. 그는 목폴라에 정장 바지를 입고 코트를 팔에 걸치고 있었다.잘생긴 얼굴에 금테 안경까지 더해지니 정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본 후 김시연을 힐긋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 나누고
두 사람이 같이 서 있었다. 모두 다 예뻤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김시연에게 더욱 많이 집중되었다.생얼을 본다면 두 사람 다 비슷했지만 김시연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니 자기 얼굴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그에 맞는 메이크업을 해서 그녀의 분위기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김시연은 눈을 뜨고 이슬비를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단톡방에서 그렇게 도발하더니. 내가 오니까 두려운가 봐?”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약간 어색해졌다.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김시연의 성격은 그대로였다.사람들은 다들 연도진과 이슬비가 사귈 거라고 생각했다.1등과 2등이니까.하지만 연도진과 김시연이 사귀다니.1등과 꼴찌의 만남이다.과묵한 사람과 시끄러운 사람의 만남이다.그때 반에는 김시연과 대적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김시연의 별명 중에는 저승사자도 있었다.하지만 연도진 앞에서 저승사자는 그저 귀여운 양이 되었다.이슬비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너 도진이랑 오랫동안 못 만났지? 도진아, 시연이 여기 있어. 아무리 그래도 사귀었던 사이인데 인사라도 할래?”연도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김시연은 보면서 천천히 걸어왔다.기억 속의 마른 몸은 이제 성숙한 남자의 몸이 되었다. 금테 안경은 과묵한 그의 성격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는 것 같았다.김시연은 연도진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안경 너머, 연도진의 눈빛은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김시연이 차갑게 얘기했다.“해외에서 안 먹히니까 돌아온 거야?”연도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아직도 널 데려갈 남자는 없는 모양이지?”사람들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이슬비가 갑자기 웃었다.“시연아, 농담도 참. 도진이는 투자 업계의 신이야. 먹히지 않다니. 헤어진지 오래됐는데 설마 아직도 도진이를 미워하는 거야? 그렇게 속 좁게 굴지 마.”온하랑이 말했다.“연도진 씨라고 하셨죠? 장난도 정도껏 하세요. 시연 씨를 짝사랑하는 남자들이 길거리에 넘쳐나요. 데려갈
다른 자리에는 다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일부러 이슬비 옆자리를 비워두었다.연도진은 입술을 약간 씹었다. 금테 안경 아래의 눈에 불쾌감이 언뜻 엿보였지만 이내 이슬비 옆에 앉았다.직원이 음식을 가져왔다.이슬비가 연도진에게 말했다.“네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어. 싫어하는 거면 다른 거 시켜도 돼.”연도진은 어두운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의 다른 남자가 장난치듯 물었다.“내가 싫어하는데, 다른 음식 시켜도 돼?”“저리 꺼져.”이슬비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밥을 먹을 때, 이슬비는 때때로 옆의 연도진에게 말을 걸고 또 시도 때도 없이 김시연에게 시비를 걸었다.김시연은 그런 이슬비를 무시하고 다른 친구들과 얘기를 나눴다.다른 친구들은 김시연을 더욱 좋아했다.솔로인 남자들도 일부러 김시연한테 말을 걸었다.고등학생 시절, 김시연은 성적이 좋지 않아 담임의 골치를 썩였다. 그래서 담임은 그녀를 마지막 줄에 앉혔다.마지막 줄에는 여자가 김시연뿐이었다. 김시연은 외향적인 성격으로 남자들과 털털하게 친구가 되었다.게다가 남자들도 자존심이 있었다. 이슬비는 연도진을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슬비한테 가고 싶지 않았다.오건호는 원래 김시연의 짝궁이었는데 지금 김시연을 엄청 잘 챙겨주고 있었다. 음식을 짚어주거나 음료수도 부어줬고 그녀의 직업과 삶에도 관심을 가졌다.김시연이 장난치면서 물었다.“왜 그렇게 관심하는 거야? 나랑 자고 싶어?”오건호가 웃으면서 물었다.“자게 해줄 거야?”연도진은 묵묵히 밥을 먹고 있다가 젓가락을 꽉 쥐었다. 낮게 내리깐 시선이 더욱 어두워졌다.이슬비가 옆에서 연도진을 두 번이나 불렀지만 연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슬비는 김시연이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눈을 데룩 굴린 그녀는 강혜령에게 눈치를 주면서 앞의 술병을 가리켰다.강혜령은 그 뜻을 알아듣고 술을 주어 한 잔을 김시연에게 주면서 말했다.“시연아, 오랜만인데 같이 술이나 하자.”김시연은 술을 받고 같
김시연이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연도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안경 너머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넋을 놓았다. 머리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녀는 무슨 조폭 마누라마냥 그를 복도에서 가로막았었다.“연도진. 나 너 좋아해. 내 남자 친구 해라. 어때?”지금도 그녀의 성격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는데 호칭은 쓰레기로 변했다.김시연은 민지훈이 일부러 이슬비의 승부욕을 자극해서 동창회를 열게 만들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는 이슬비가 무조건 도발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김시연이 성격을 참지 못하고 이슬비의 도발에 넘어가서 동창회에 참가할 거란 것도 알았다.올 때 문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엄청난 정신력으로 겨우 평정을 유지했다.김시연은 룸 앞에까지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룸에 있던 모든 사람이 대화를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김시연은 원형 테이블에 사람이 하나도 없고 테이블 근처에도 사람이 안 보이자 이상함을 눈치챘다.종업원이 이미 테이블을 치웠다고?온하랑은?소파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아가씨, 혹시 방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김시연은 말을 한 사람을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언제부터 저렇게 나이 많은 동창이 있었지?담임이 찾아온 건가?이주혁은 몸을 일으켜 중년의 남성에게 사과의 뜻을 담아서 웃으면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고 올게요. 시연 씨. 나가요.”중년의 남성은 어느 프로그램의 피디였는데 이주혁은 그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어서 피디를 매니저랑 같이 이번 점심 식사 자리에 초대한 것이었다.누구도 김시연이 갑자기 쳐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가까이 다가서자, 이주혁은 김시연 몸에서 풍기는 짙은 술 냄새를 맡아냈다. 불그스레한 얼굴을 보니 적잖이 많이 마신 듯했다. 어쩐지 조금 어리벙벙해 보였다.김시연은 고개를 들고 멈칫하더니 눈을 깜박였다.“이주혁 씨? 어떻게 우리 동창회에 있어요?”이주혁은 그녀의 팔을 밖으로 끌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모양새를 보면 김시연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무슨 짓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김시연은 이주혁의 옷깃을 끌어당기면서 말했다.“이주혁 씨는 낯선 사람 아니야. 이주혁 씨는 내 친구야!”이주혁은 연도진을 보면서 눈썹을 치켜뜨면서 되물었다.“들으셨어요?”연도진도 이주혁을 보면서 말했다.“취했잖아요. 룸도 못 알아보는데 친구도 못 알아볼 수 있죠!”오고 가는 눈빛에서 불꽃이 튕기는 것만 같았다.누구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룸 안에는 아직 손님이 있어서 이주혁은 오래 자리를 비우기가 난처했다. 그는 눈빛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김시연에게 물었다.“누구랑 같이 왔어요.”“하랑이요. 온하랑 어디 갔어요? 왜 저 안 기다렸대요?”김시연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이주혁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물었다.“온하랑이 어느 룸에 있는데요. 제가 가서 데려올게요.”눈앞의 남자가 취한 김시연을 데리고 가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연도진은 그를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0307.”이주혁은 고개를 돌려 몸 뒤의 김시연을 쳐다봤다.“온하랑 찾으러 같이 갈까요?”“좋아요!”김시연은 병아리처럼 대답했다.“가죠.”김시연은 이주혁의 팔뚝을 잡고 얌전하게 그를 따랐다.그녀는 둘 사이에서 이주혁을 더 믿는 게 보였다.연도진은 한 발짝 떨어져서 걸었다. 안경 너머의 눈빝은 더없이 깊었다. 연도진은 아무 소리도 없이 따라 걸었다.룸은 딱 두 개 문을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연주혁이 바로 문을 열고 옆으로 섰다. 그러고는 이주혁을 흘겼다.이주혁은 들어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온하랑을 찾았다.온하랑도 그와 김시연을 발견하고 바로 일어났다.“이주혁?”“하랑 씨!”김시연은 그녀를 보고 헤헤 웃으면서 안겼다.온하랑은 중심을 잡고 김시연의 허리를 안았다.“어떻게 여기 있어?”이주혁은 연주혁에 대한 적의를 거둬들이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여기서 밥 먹고 있는데 방을 잘못 찾아왔더라고.”“고마워.”온하랑은 김시연
주위에서 몰래 속닥거리던 사람들도 이 말을 듣고 시선을 보내왔다.주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온하랑은 잠깐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주혁은 저희 친구예요.”친구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내면서 온하랑에게 말했다.“그럼, 하랑 씨, 시연아. 이주혁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저도 갖고 싶어요. 부탁할게요...”“나도, 나도. 시연아, 고마워. 고마워요 하랑 씨.”“나도 갖고 싶어. 시연아...”온하랑이 채 말하기도 전에 김시연이 가슴을 치면서 승낙했다.“그래! 문제없어!”“너무 좋다, 시연아!”“고마워, 시연아!”“시연아, 너 이주혁이랑 엄청 사이좋지? 무려 직접 데려다주기까지 하잖아.”온하랑은 눈빛이 어두워졌다.많은 친구가 김시연을 둘러싸고 말했다.이슬비는 이 모습을 보자 눈에 질투가 어려서 주먹을 움켜쥐었다.왜?왜 사람들은 그녀보다 김시연을 더 좋아해 주지? 친구들도 그렇고, 온하랑도 그렇고?내가 김시연한테 꿀리는 게 뭔데?또 다른 사람이 물었다.“시연아. 다른 아는 연예인 있어?”김시연은 트림을 하고는 말했다.“있지. 무슨...”그녀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연예인들의 이름을 대려는 순간이었다.온하랑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시연 씨, 배불리 먹었어요?”“배불러요.”김시연은 바로 화제가 바뀌었다.“술은? 술은 어딨어? 난 술 마실래!”“안 돼요. 더 마시면 안 돼요. 돌아갈 때가 됐어요.”“싫어요. 난 더 마실래요!”김시연은 미간을 누르면서 손을 뻗어 온하랑의 팔을 붙잡았는데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안 돼요.”온하랑은 일어나서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집에 가야 해요.”“아유. 하랑 씨. 시연이가 가기 싫어하는데 그냥 조금 더 앉아 있다 가세요.”옆에 있던 친구가 권했다.김시연은 고개를 들어 온하랑을 보면서 애 같은 표정으로 입을 뚱하게 내밀었다.“안 갈 거예요. 마실 거라고요!”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숙여 작게 귓속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이슬비랑 연도진이 당신 술주정 부리는
만약 이번 동창회가 아니었다면, 그 복잡한 일은 아마 영원히 그녀 마음속 깊은 구석에 숨겨졌을 것이다.온하랑은 그제야 김시연이 인터넷에서 남자 모델들 사진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고 남자를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노래는 불러도 연애는 안 하는지 알 것 같았다.아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한 번도 연도진을 잊어 본 적이 없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에게 상처를 크게 받아서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걸지도 모른다.“...내가 그렇게 비굴하게 다시 만나자고 빌었는데... 남아 달라고 바랬는데, 그래도 갔어요... 그렇게 7년을 떠났으면, 돌아오긴 왜 돌아와?”김시연은 목이 메었다.물기에 젖은 목소리가 떨리자 듣는 온하랑의 마음도 아팠다.그녀는 김시연이 이렇게까지 억울해하는 건 처음 봤다.7년 전, 김시연이 갓 대학에 붙었을 시점이었다.“하랑 씨. 제가 얼마나 걔를 좋아했는지 모를 거예요... 부모님은 제가 유학 가길 바랐는데 걔 놓치기 싫어서, 제가 부모님 설득해서 남았거든요... 근데, 걔는 갑자기 가버렸어요... 일말의 여지도 안 남겨주고... 돌아오면 돌아왔지... 왜 굳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냐고...”김시연은 뒤에서 뭐라 중얼거렸지만 소리가 점점 더 작아져서 온하랑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그러다가 그녀는 뒷좌석에서 잠이 들었다. 얼굴에는 이미 마른 눈물자국만 남아 있었고 입은 여전히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집에 도착하자 온하랑은 조용히 내려서 부시아를 데려왔다.그는 미리 부시아에게 말했다.“시연 이모가 뒷좌석에서 자고 있으니까, 조수석에 앉아. 차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돼.”부시아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온하랑은 김시연을 깨웠다.“시연 씨, 일어나 봐요. 집에 도착했어요! 집에 가서 자요.”두 번을 불러서야 김시연은 한쪽 눈만 뜨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하품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을 보면서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집 도착했어요?”“네. 올라가서 자요.
온하랑은 부시아의 손을 잡고 김시연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온하랑이 문을 열 때, 김시연이 감탄하면서 말했다.“그거 봐요. 부지런이랑 연도진 같은 사람들은 다 조금만 성공하면 쓰레기가 된다니까. 아무래도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겠죠?”온하랑이 들어가면서 말했다.“맞아요.”“아, 민지훈 씨랑은 어떻게 됐어요? 둘이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만약 마음이 변하는 거 같으면 바로 차버려요.”김시연은 바로 소파에 누웠다.“아직 만나보고 있어요. 이번 주는 바쁘대요.”온하랑이 담담하게 말했다.옆의 부시아는 소파에 앉아있다가 두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제야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숙모, 부지런이 삼촌이에요?”“음...”온하랑은 약간 난감해졌다.“왜 삼촌이 지런인 거예요?”김시연이 말했다.“시아야, 내가 알려줄게. 네 삼촌이 다른 여자의 말에 쉽게 넘어가 지X을 해서 부지X이 될 뻔했는데 부지런으로 고쳐준 거야. 알겠어?”부시아는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승민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온하랑의 경고를 떠올리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김시연은 씻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다.온하랑은 부시아와 놀아준 후 누웠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품에 부시아를 안고 물었다.“아주머니의 손자는 다 나았대?”“아니요. 오늘 전화해봤는데 심하게 아프대요. 폐렴으로 된 것 같아요.”“그럼 확실히 심하네. 내일 본가에 데려가 줄게. 내가 가서 봐야겠어.”“나도 가고 싶어요.”“안돼, 넌 아직 어려. 옮으면 어떡해.”부시아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애교했다.“마스크 끼면 안 돼요? 숙모, 제발 가게 해줘요! 숙모가 최고인데...”부시아는 머리를 온하랑의 몸에 대로 비볐다.온하랑은 또 마음이 약해져 허락할 뻔했다.“안돼. 시아야. 네 할머니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셔. 그런데 나랑 있다가 병이라도 옮으면 네 할머니는 우리가 만나는 걸 반대할 거야. 알겠어?”부시아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입을 비죽 내밀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