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탐정은 워낙 다른 사람의 보복을 당하기 쉬운 직업이므로 서우현은 가족 관계를 깊숙이 숨겨왔지만, 결국 들통나버리고 말자 간담이 서늘해졌다.[미안해요, 하랑 씨. 제가 혼자의 몸이라면 두렵지 않았을 테지만, 제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요. 정말 미안합니다...]서우현은 간곡하게 설명했다. 온하랑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이해해요, 우현 씨. 그리고 그동안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저도 더 강요하지 않을게요. 나머지는 계약서대로 하세요.][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당신의 정보를 유출하지 않을 겁니다. 부디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내 아버님 원수를 꼭 갚으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답장을 보내고 휴대폰 화면을 꺼버린 온하랑은 멍하니 있었다. 그들이 서우현을 찾을 수 있다면 온하랑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그러나 그녀는 아직 아무런 협박도 받지 않았다. 하긴 그녀도 아버지의 죽음이 그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다른 사람들이 모르니 그들은 당연히 온하랑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녀는 떠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서우현이 다른 이유로 그 납치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터였다.다만 이제 서우현의 정보는 끊겨버리고 민지훈만 남았다. 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접근하기로 결심했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는 마음은 여전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밀어내고 있었고, 항상 민지훈이 주동적으로 다가왔었다.하지만 요즘 민지훈은 그녀에게 조금 마음이 식은 것 같았다. 계속 이렇게 내버려두면 안된다. 온하랑은 결심을 굳히고 주동적으로 민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한 주가 벌써 지나가네요. 요즘 회사 일은 어때요? 많이 바빠요?”휴대폰 화면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몇 분이 지났지만 민지훈에게서 계속 답장이 오지 않았다. 온하랑은 휴대폰을 꺼버리고 옆에 놓았다. 그녀는 돌아눕자마자 부시아의 크고 동그란 눈과 마주쳤다. 왠지 모르게 온하랑은 마음이 뜨끔해졌다.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부시아의 머리를
아침을 먹은 후 온하랑은 먼저 본가에 전화했다. 부승민이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부시아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혼자 선물을 사 들고 안문희의 손자 병문안을 다녀왔다.병실에서 나온 온하랑은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무심코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훤칠하게 쭉 뻗은 다리와 다부진 몸매를 보니 부승민과 닮아 있었다. 그녀가 다시 눈여겨보았을 때, 그 사람의 모습은 이미 모퉁이를 지나 사라졌다.부승민이 아픈가?온하랑은 시선을 거두고 자기 차로 걸어가 잠금을 해제했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은 그녀는 급하게 시동을 걸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보는데 민지훈에게서 마침 답장이 왔다.[누나, 미안해요. 요즘 좀 바쁜 건 맞지만 업무적인 일은 아니에요.]그러자 온하랑이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해요.]민지훈은 이모티콘을 보냈다. 화면 너머로 그의 기쁨이 느껴졌다.[고마워요, 누나.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힘내요. 혼자 해결하기 힘들면 사양하지 말고 말해요.]온하랑은 싸늘한 표정으로 따뜻한 말을 써 내려갔다.[네.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친구니까 당연한 거죠.]온하랑은 담담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상영하는 영화를 찾아본 후 아무 영화 포스터나 캡처했다.[이거 보고 싶은데 주말에 나랑 같이 볼 사람?]영화 포스터 사진을 첨부해서 스토리를 올린 온하랑은 휴대폰을 껐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드리웠다. 이 게시물은 오직 민지훈만 볼 수 있게 설정했다.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민지훈이 어떤 어려움에 부딪혔는지 알아내고 만약 그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두 사람 사이가 더 가까워 지기 마련이다. 서우현이 발을 빼며 온하랑은 몹시 초조해졌다.하지만 민지훈은 지금 그녀에게 알려줄 마음이 없었고, 그녀가 계속 캐묻는다면 오히려 너무 들이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민지훈이 지금 바쁜데 그녀가 ‘눈치 없이’ 그에게 같이 밥 먹자, 영화 보자 말하
그러나 민지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창 혈기 왕성하고 진취적인 청년으로서 억울함을 감수할 수 없었다. 집주인이 고의로 누명을 씌운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으며 다른 부서를 찾아가 재검사를 의뢰하려고 했다. 민성주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말렸다.“가봤자 소용없어. 아버지가 몇십 년 살면서 깨우친 사실이 있는데 돈이 없고 지위가 없으면 감수할 수밖에 없어! 우리 재료가 문제없어도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그들이야. 검은색을 흰색이라고 우겨도 그저 그러려니 해야 해. 반박해 봤자 애꿎은 시간과 정력만 낭비할 뿐이야.”“아버지가 처음부터 협상하면 안 됐어요. 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했어야죠. 지금 다시 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봐도 늦었을 거예요.”하지만 민지훈은 토요일 다시 관련 부서를 찾아가 사람을 교체해서 검사해달라고 했지만 직원은 검사 결과 보고서가 절대 틀릴 수 없다며 재검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민지훈이 입이 닳도록 말해보아도 이런 결과였다. 여기서 반나절을 허비한 민지훈은 로비를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앞에 길을 바라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머리 떨어진 파리처럼 근처에서 맴돌았다.걷고 걷던 민지훈은 갑자기 어젯밤 보았던 게시물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들어가서 찾아보았다. 게시물은 그대로 있는 걸 보아 온하랑이 아마도 같이 영화 볼 사람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온하랑의 대화창을 열었다.[누나도 ‘한 지붕아래 네 가족’가 보고 싶어요? 사실 나도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보러 갈 사람은 찾았어요? 아직이라면 우호에 같이 보러 갈래요?]이 문자를 본 온하랑은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좋아요.]그녀는 또 물었다.[점심은 먹었어요?]민지훈이 대답했다.[아직요. 아니면 같이 점심 먹고 영화 보러 갈까요?][그래요. 저 지금 금정광장에 있어요. 여기로 와요.][네!]답장을 보낸 민지훈은 얼른 택시를 잡고 금정광장으로 갔다. 온하랑은 음식점 주소와 메뉴를 보냈다.
민지훈이 ‘우리 아버지’라는 말을 내뱉을 때 온하랑의 심장 박동이 반 박자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새우를 집어 와 천천히 껍질을 벗기고 입에 집어넣었다. 민지훈이 말을 마치자 온하랑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에 넣은 음식을 삼켰다.“지훈 씨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일부러 노린 것 같네요.”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요. 그 사람이 저한테 주는 느낌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온하랑은 민지훈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설령 자재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테리어 회사에 있지 않나요?”민지훈이 설명했다.“회사는 종속적인 관계일 뿐이고 자재 문제는 아버지가 책임지거든요.”온하랑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새우 한 마리를 집어 들고 민지훈의 눈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감쳐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지훈 씨 아버지가 사용하는 인테리어 재료는 정말 문제없어요? 내가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게 관건이거든요.”민성주는 유괴범이다. 도덕적이지 않고 법을 어기는 사람이 불합격 재료를 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민지훈의 눈에 민성주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였기 때문에 무조건 그를 신뢰했다.민성주는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미 체념했을 테지만 민지훈은 아무것도 모른 채 속고 있는 것 같았다. 민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문제없어요. 우리 아버지는 매우 성실한 분이에요. 오랜 세월 인테리어를 하며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요.”‘매우 성실하다’는 말을 들은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눈에는 설핏 비웃음이 비꼈다. 온하랑은 갈비찜을 집어다가 먹으며 말했다.“혹시 지훈 씨네 가족이 금방 귀국해서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급하게 일을 받다가 재료 공급업체에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민지훈은 멈칫하더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럴 가능성도 있어요.”온하랑은 뜨거운 물을 한 입 마셨다.“이러면 어때요. 제가 사람을
정말 단순했다. 민지훈은 자기 아버지가 거짓말할 거라고는 한 치의 의심도 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경험이 적은 젊은 사람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었다.보통 친구로 지내는 거라면 괜찮지만 미래의 반쪽으로 온하랑은 절대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해 줄 흥미 따위는 없었다. 만약 민지훈이 민성주의 아들만 아니라면 그녀는 이미 깔끔하게 선을 그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쇼핑센터에 있는 영화관으로 갔다. 아직 영화 상영 시간이 되지 않았다. 민지훈은 방금 산 팝콘을 온하랑에게 건넸다.“누나, 먼저 저기 앉아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훈은 영화관에서 나와 쇼핑몰의 표지판을 따라 화장실을 찾았다. 쇼핑몰의 화장실은 외진 곳에 있었다. 민지훈은 모퉁이를 돌다가 갑자기 누군가와 부딪혔다.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밀크티가 바닥에 떨어지며 그 충격으로 포장이 터져 밀크티가 사방으로 튀었다.민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엎질러진 밀크티를 보다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죄송합니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하얀 피부에 예쁘장한 얼굴의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바닥에 엎질러진 밀크티를 바라보며 눈가에는 심란한 기색이 비쳤지만 민지훈을 보며 옅게 웃었다.“괜찮아요. 그냥 밀크티 한 컵일 뿐인데요. 뭐.”그리고 그녀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밀크티 컵을 집어 들고 돌아서서 화장실로 걸어갔다.쇼핑몰의 남녀 화장실은 세면대를 공유했다. 세면대 옆에는 쓰레기통이 있었고 구석에는 사용하지 않은 걸레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민지훈은 여자가 금이 간 밀크티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구석에 있는 대걸레를 가지러 가는 것을 보았다. 이 모습을 본 민지훈은 다가가서 여자의 손에 있는 대걸레를 뺏으려다가 실수로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귀는 서서히 빨개졌다. “미안해요. 이리 줘요. 제가 닦을게요.”여자가 말하려는 순간 대걸레를 씻던 청소부
영화관에서 나온 온하랑은 손을 뻗어 옆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불합격 판정을 받은 재료가 아직 집에 있어요?”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아직 한 묶음이 있어요. 원래는 그 집주인한테 보내려고 했는데 보내기 전에 신고 당했어요.”“그럼 집에 가서 좀 가져가요.”“네.”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온하랑은 운전석에 앉고, 민지훈은 조수석에 앉았다. 그는 안전벨트를 매고 온하랑이 시동을 거는 것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누나, 제가 운전할까요?”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내가 할게요. 해외 면허라 국내에서는 다시 신청해야 돼요.”“나중에 신청하러 갈게요.”민지훈이 말했다....반 시간 후, 온하랑은 민지훈의 집 앞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서 가져와요. 난 안 올라갈래요.”“그러면 여기서 기다리세요. 금방 갖고 올게요.”말을 마친 민지훈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온하랑이 그를 불렀다.“부모님께는 내 얘기 하지 마요.”민지훈은 멈칫하며 반사적으로 물었다.“왜요? 누나가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우리 집에 초대해 식사하고 싶어요!”진짜 이유는 민성주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의심하고 경계하게 될까 봐서였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온하랑은 얼굴도 붉히지 않고 심장도 두근거리지 않은 채 그윽한 눈길로 빛을 뿜어내며 민지훈을 바라보았다.“내가 이혼했잖아요... 대부분 부모님들은 자녀가 나이 많고 이혼한 여자를 만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특히 민지훈처럼 비교적 우수한 사람일 경우.민지훈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마치 큰 강아지처럼 귀여운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알았어요, 누나!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그는 온하랑에게 손을 흔들고 유쾌한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누나가 그렇게 말한 건 나한테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혹시 나랑 만날 의향이 있는 게 아닐까?!민지훈은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 발걸음마저 가벼
민지훈의 기대에 찬 눈빛을 마주한 온하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근처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길가의 행인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고,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갑자기 민지훈의 팔이 흔들리면서 온하랑의 손에 닿았다. 온하랑은 반사적으로 뒤로 치우고 계속 앞으로 걸으며 중얼거렸다.“... 금정 근처에 있는 여러 케이크 가게에서 다 먹어봤는데...”눈을 내리깔고 있던 민지훈은 온하랑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귀가 살짝 빨개지고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용기를 내어 갑자기 온하랑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작은 손을 덥썩 잡았다.그의 손은 온하랑의 손보다 컸고 그녀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피부가 닿는 느낌이 들자 온하랑은 몸이 흠칫 굳으며 반사적으로 벗어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온하랑은 입술을 감쳐물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그녀는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만 들었다. 머릿속에는 뜬금없이 부승민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왜 또 그를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민지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민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누나 손이 좀 차가워요. 다음부터는 나올 때 더 따뜻하게 입어요. 감기 걸리지 않게요.”“그냥 체질 탓이에요. 겨울이면 항상 차가워요.”“그럼 앞으로 겨울마다 제가 손을 따뜻하게 해줄게요.”민지훈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온하랑은 침묵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민지훈은 그저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이미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 딱히 상관없었다.두 사람은 케이크 가게에 도착했다. 진열장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케이크를 보던 민지훈은 온하랑의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어떤 거 좋아해요? 초콜릿케이크?”온하랑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틀 후, 온하랑은 민성주가 사용한 불합격 자재의 검사 보고서를 받았다. 하나는 개인 검사 기관에서 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부서에서 재검사한 것인데 두 보고서의 표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최종 결론은 모두 자재에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온하랑은 절대적인 악의를 품고 추측했다. 민성주는 분명 재료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했고, 심지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민지훈이 검사받는 것을 태연하게 내버려뒀다.전에 서우현이 준 정보에 따르면 민성주는 직업상의 이유로 온 가족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했다. 금방 해외로 간 몇 년간의 생활 수준은 아주 넉넉했다. 그의 월급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민씨 집안은 원래 부잣집도 아니었고, 예금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민씨 집안의 생활 수준은 귀국하기 전까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원래 국내에 있을 때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었다.민 씨 가족은 국내에 집까지 사놓고 직업 때문에 해외로 이주했다. 그러면 이치상으로 급여가 매우 높았을 테니 생활이 점점 좋아져야 하지만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온하랑은 민성주가 해외에 높은 임금의 직업 같은 건 없고 오로지 배후 세력이 건넨 부당한 돈으로 생활했을 거로 추측했다. 그리고 이제 그 돈을 다 써버리니 삶의 질도 떨어졌을 것이다.귀국 후 민성주는 다시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인맥과 재력은 부족하고 하루 빨리 돈을 벌고 싶어 불합격 자재를 사용하여 업주들의 재료비 일부를 횡령했을 것이다.하지만 온하랑의 목적은 민지훈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민지훈이 그녀를 더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민성주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었다.민성주는 계속 모르는 척하게 내버려두고 우선 불합격 자재를 제공하는 업체부터 처리해야 한다. 내버려두면 사람들에게 해만 입힐 뿐이다. 온하랑은 두 장의 보고서를 민지훈에게 보냈다.[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재료가 불합격이네요. 아저씨는 아마 재료 공급업체에 속았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