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이 ‘우리 아버지’라는 말을 내뱉을 때 온하랑의 심장 박동이 반 박자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새우를 집어 와 천천히 껍질을 벗기고 입에 집어넣었다. 민지훈이 말을 마치자 온하랑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에 넣은 음식을 삼켰다.“지훈 씨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일부러 노린 것 같네요.”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요. 그 사람이 저한테 주는 느낌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온하랑은 민지훈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설령 자재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테리어 회사에 있지 않나요?”민지훈이 설명했다.“회사는 종속적인 관계일 뿐이고 자재 문제는 아버지가 책임지거든요.”온하랑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새우 한 마리를 집어 들고 민지훈의 눈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감쳐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지훈 씨 아버지가 사용하는 인테리어 재료는 정말 문제없어요? 내가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게 관건이거든요.”민성주는 유괴범이다. 도덕적이지 않고 법을 어기는 사람이 불합격 재료를 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민지훈의 눈에 민성주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였기 때문에 무조건 그를 신뢰했다.민성주는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미 체념했을 테지만 민지훈은 아무것도 모른 채 속고 있는 것 같았다. 민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문제없어요. 우리 아버지는 매우 성실한 분이에요. 오랜 세월 인테리어를 하며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요.”‘매우 성실하다’는 말을 들은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눈에는 설핏 비웃음이 비꼈다. 온하랑은 갈비찜을 집어다가 먹으며 말했다.“혹시 지훈 씨네 가족이 금방 귀국해서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급하게 일을 받다가 재료 공급업체에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민지훈은 멈칫하더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럴 가능성도 있어요.”온하랑은 뜨거운 물을 한 입 마셨다.“이러면 어때요. 제가 사람을
정말 단순했다. 민지훈은 자기 아버지가 거짓말할 거라고는 한 치의 의심도 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경험이 적은 젊은 사람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었다.보통 친구로 지내는 거라면 괜찮지만 미래의 반쪽으로 온하랑은 절대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해 줄 흥미 따위는 없었다. 만약 민지훈이 민성주의 아들만 아니라면 그녀는 이미 깔끔하게 선을 그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쇼핑센터에 있는 영화관으로 갔다. 아직 영화 상영 시간이 되지 않았다. 민지훈은 방금 산 팝콘을 온하랑에게 건넸다.“누나, 먼저 저기 앉아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온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훈은 영화관에서 나와 쇼핑몰의 표지판을 따라 화장실을 찾았다. 쇼핑몰의 화장실은 외진 곳에 있었다. 민지훈은 모퉁이를 돌다가 갑자기 누군가와 부딪혔다.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밀크티가 바닥에 떨어지며 그 충격으로 포장이 터져 밀크티가 사방으로 튀었다.민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엎질러진 밀크티를 보다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죄송합니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하얀 피부에 예쁘장한 얼굴의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바닥에 엎질러진 밀크티를 바라보며 눈가에는 심란한 기색이 비쳤지만 민지훈을 보며 옅게 웃었다.“괜찮아요. 그냥 밀크티 한 컵일 뿐인데요. 뭐.”그리고 그녀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밀크티 컵을 집어 들고 돌아서서 화장실로 걸어갔다.쇼핑몰의 남녀 화장실은 세면대를 공유했다. 세면대 옆에는 쓰레기통이 있었고 구석에는 사용하지 않은 걸레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민지훈은 여자가 금이 간 밀크티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구석에 있는 대걸레를 가지러 가는 것을 보았다. 이 모습을 본 민지훈은 다가가서 여자의 손에 있는 대걸레를 뺏으려다가 실수로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 귀는 서서히 빨개졌다. “미안해요. 이리 줘요. 제가 닦을게요.”여자가 말하려는 순간 대걸레를 씻던 청소부
영화관에서 나온 온하랑은 손을 뻗어 옆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불합격 판정을 받은 재료가 아직 집에 있어요?”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아직 한 묶음이 있어요. 원래는 그 집주인한테 보내려고 했는데 보내기 전에 신고 당했어요.”“그럼 집에 가서 좀 가져가요.”“네.”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온하랑은 운전석에 앉고, 민지훈은 조수석에 앉았다. 그는 안전벨트를 매고 온하랑이 시동을 거는 것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누나, 제가 운전할까요?”온하랑은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를 지었다.“내가 할게요. 해외 면허라 국내에서는 다시 신청해야 돼요.”“나중에 신청하러 갈게요.”민지훈이 말했다....반 시간 후, 온하랑은 민지훈의 집 앞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서 가져와요. 난 안 올라갈래요.”“그러면 여기서 기다리세요. 금방 갖고 올게요.”말을 마친 민지훈은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온하랑이 그를 불렀다.“부모님께는 내 얘기 하지 마요.”민지훈은 멈칫하며 반사적으로 물었다.“왜요? 누나가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우리 집에 초대해 식사하고 싶어요!”진짜 이유는 민성주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의심하고 경계하게 될까 봐서였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온하랑은 얼굴도 붉히지 않고 심장도 두근거리지 않은 채 그윽한 눈길로 빛을 뿜어내며 민지훈을 바라보았다.“내가 이혼했잖아요... 대부분 부모님들은 자녀가 나이 많고 이혼한 여자를 만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특히 민지훈처럼 비교적 우수한 사람일 경우.민지훈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마치 큰 강아지처럼 귀여운 덧니를 드러내며 웃었다.“알았어요, 누나!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그는 온하랑에게 손을 흔들고 유쾌한 마음으로 집으로 갔다.누나가 그렇게 말한 건 나한테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 혹시 나랑 만날 의향이 있는 게 아닐까?!민지훈은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다. 발걸음마저 가벼
민지훈의 기대에 찬 눈빛을 마주한 온하랑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근처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길가의 행인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고,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갑자기 민지훈의 팔이 흔들리면서 온하랑의 손에 닿았다. 온하랑은 반사적으로 뒤로 치우고 계속 앞으로 걸으며 중얼거렸다.“... 금정 근처에 있는 여러 케이크 가게에서 다 먹어봤는데...”눈을 내리깔고 있던 민지훈은 온하랑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귀가 살짝 빨개지고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용기를 내어 갑자기 온하랑의 부드럽고 가느다란 작은 손을 덥썩 잡았다.그의 손은 온하랑의 손보다 컸고 그녀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피부가 닿는 느낌이 들자 온하랑은 몸이 흠칫 굳으며 반사적으로 벗어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온하랑은 입술을 감쳐물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그녀는 가시방석 위에 앉은 것처럼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만 들었다. 머릿속에는 뜬금없이 부승민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왜 또 그를 생각하는 거야?그녀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민지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민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누나 손이 좀 차가워요. 다음부터는 나올 때 더 따뜻하게 입어요. 감기 걸리지 않게요.”“그냥 체질 탓이에요. 겨울이면 항상 차가워요.”“그럼 앞으로 겨울마다 제가 손을 따뜻하게 해줄게요.”민지훈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온하랑은 침묵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민지훈은 그저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이미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 딱히 상관없었다.두 사람은 케이크 가게에 도착했다. 진열장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케이크를 보던 민지훈은 온하랑의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어떤 거 좋아해요? 초콜릿케이크?”온하랑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틀 후, 온하랑은 민성주가 사용한 불합격 자재의 검사 보고서를 받았다. 하나는 개인 검사 기관에서 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부서에서 재검사한 것인데 두 보고서의 표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최종 결론은 모두 자재에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온하랑은 절대적인 악의를 품고 추측했다. 민성주는 분명 재료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했고, 심지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민지훈이 검사받는 것을 태연하게 내버려뒀다.전에 서우현이 준 정보에 따르면 민성주는 직업상의 이유로 온 가족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했다. 금방 해외로 간 몇 년간의 생활 수준은 아주 넉넉했다. 그의 월급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민씨 집안은 원래 부잣집도 아니었고, 예금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민씨 집안의 생활 수준은 귀국하기 전까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원래 국내에 있을 때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었다.민 씨 가족은 국내에 집까지 사놓고 직업 때문에 해외로 이주했다. 그러면 이치상으로 급여가 매우 높았을 테니 생활이 점점 좋아져야 하지만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온하랑은 민성주가 해외에 높은 임금의 직업 같은 건 없고 오로지 배후 세력이 건넨 부당한 돈으로 생활했을 거로 추측했다. 그리고 이제 그 돈을 다 써버리니 삶의 질도 떨어졌을 것이다.귀국 후 민성주는 다시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인맥과 재력은 부족하고 하루 빨리 돈을 벌고 싶어 불합격 자재를 사용하여 업주들의 재료비 일부를 횡령했을 것이다.하지만 온하랑의 목적은 민지훈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민지훈이 그녀를 더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민성주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었다.민성주는 계속 모르는 척하게 내버려두고 우선 불합격 자재를 제공하는 업체부터 처리해야 한다. 내버려두면 사람들에게 해만 입힐 뿐이다. 온하랑은 두 장의 보고서를 민지훈에게 보냈다.[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 재료가 불합격이네요. 아저씨는 아마 재료 공급업체에 속았을 거예요
김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섀도 팔레트와 브러시를 넣었다.“그래, 그럼 여기는 네가 맡아.”“어휴, 빨리 가봐요. 주혁 씨는 3번 분장실에 있어요.”“응.”김시연은 자신의 화장함을 정리하고 3번 분장실로 향했다. 3번 분장실은 공용 분장실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곳으로 두 배우가 함께 쓰고 있는데 한 명은 조수가 말한 이주혁이었고, 다른 한 명도 요즘 대세였다.분장실 문이 열려 있었다. 김시연은 노크를 하고 곧장 안으로 들어와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이주혁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이주혁의 매니저가 커피 한 잔을 건넸다.“시연 씨, 잘 부탁드려요. Cindy 언니가 갑자기 복통이 나서 병원에 갔어요.”“일단 테이블에 올려 둬요. 리허설은 언제 하나요?”김시연은 화장함을 거울 앞 화장대에 올려놓았다.“아직 한 시간 남았어요. 저기 시연 씨가 말한 사인이에요.”이주혁은 테이블 위의 엽서 몇 장을 가리켰다.“잊지 말고 가져가요.”“네, 고마워요.”김시연은 화장함을 열고 자주 쓰는 브러쉬 몇 세트를 꺼내면서 웃으며 말했다.“그날 정말 고마웠어요. 다행히 주혁 씨 룸으로 잘못 들어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큰 망신을 당했을 거예요.”“괜찮아요.”이주혁은 빙그레 웃었다.“스킨케어는 하셨나요?”“이미 했어요.”김시연은 이주혁의 피부결과 피부톤을 전체적으로 살펴본 뒤 화장함에서 프라이머를 골라 이주혁의 얼굴을 만졌다.“주혁 씨, 피부 정말 좋은데요. 메이크업을 안 해도 되겠어요.”김시연과 이주혁이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주혁의 매니저가 얼른 대꾸했다.“그렇죠, 시연 씨? 주혁 씨와 일했던 메이크업 아티스들은 모두 그런 말 했어요.”옆에 있던 요즘 대세 연예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거칠고 큰 모공과 거무스름한 피부를 보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프라이머를 바른 후 김시연은 이주혁에게 옅은 베이스 화장을 하고 눈썹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속으로 눈썹 모양을 정했다. 몸을 약간 숙인 채 한 손에는 이주혁의 원래 눈썹과
연도진의 시선이 김시연에게 머무르며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김시연은 시선을 거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연도진을 에돌아 계속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옆을 지나갈 때 연도진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그녀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시연아.”또 이주혁이었다. 그녀가 이주혁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연도진의 마음은 마치 바닷물이라도 쏟아부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괴로웠다. 더 이상 그녀의 곁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었다.김시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끝나고 나서 해. 지금은 일이 많아서 바빠.”연도진은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고서야 손을 놓았다.“먼저 가서 일 봐.”하지만 시상식이 정식으로 시작하고 연도진이 다시 무대 뒤로 갔을 때 김시연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옆에 있던 남자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던 이주혁을 가리켰다.“저 사람이야?”안색이 어두워진 연도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이주혁을 살펴보던 남자는 턱을 문지르며 평가했다.“뭔가 너랑 좀 닮았네.”그 사람이 말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였다. 사람한테 주는 느낌과 희고 깨끗하며 세련된 모습이 어딘가 조선 시대의 선비를 닮은 것 같았다.연도진은 무대 위에 이주혁을 유심히 쳐다보며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한편 민성주는 피해자 입장으로 민지훈과 방지혁 변호사와 함께 중재 회의에 나타났다. 온하랑은 민성주와 마주칠까 봐 가지 않고, 민지훈에게 자신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했다.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로 가서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다. 이때 민지훈에게서 협상 실패라는 문자가 왔다.공급업체는 민 씨 가족이 제안한 배상 조건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두 번째 중재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여 판사의 결정을 기다리는 거였다.방지혁 변호사는 민성주가 제시한 배상 조건이 모든 재료비 환불과 원금액의 10배를 배상하는 것이고 거기에 임금 손실, 명예 훼손, 정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몇 년 안에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민지훈의 대답은 온하랑의 예상 밖이었다. 혹시 그녀가 믿지 못할까 봐 민지훈은 녹음 파일까지 보냈다. 대화 뒷부분만 녹음 되었는데 정말 그런 뜻이었다.민지훈이 민성주를 제지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민지훈은 애초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온하랑은 녹음 파일을 다시 자세히 듣고 나서 바로 공급업체의 책임자와 지시자를 구분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이 지시자의 목소리가 왠지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상하군요. 저 남자의 정체를 조사하고 싶은 거죠?][집주인이 저 남자와 관계가 있는 것 같거든요. 사실 이 모든 것이 저 남자가 우리를 노리고 벌인 일 같아서요.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저들에게 몇 년 뒤까지 가만히 끌려다닐 수는 없잖아요. 저 두 사람의 약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어요.]설마 민성주는 정말 재료에 문제가 있는 줄 모르고 그저 저들의 표적이 된 것일까?[사설탐정은 나도 잘 몰라요. 잠시만요. 친구한테 물어 보고 있으면 알려 줄게요.][네. 고마워요, 누나.]온하랑은 서우현의 대화창을 열어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서우현더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민지훈을 도와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우현은 잠시 답장이 없었다. 온하랑은 부시아가 신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이며, 손이며, 옷이며 물감이 알록달록 묻어 있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서우현의 답장을 기다리며 스토리를 보고 있었다.인스타에는 새로운 스토리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좋아요’를 누를 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할 것은 댓글을 달았다. 이때 육광태가 올린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는 새끼 고양이 사진이었다.육광태같은 상남자가 고양이를 키운다고?그녀가 동영상을 열어보자 귀에 들어온 건 육광태의 목소리였다.“야옹아, 이리 와”온하랑은 흠칫 놀라며 얼굴에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