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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그러나 민지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창 혈기 왕성하고 진취적인 청년으로서 억울함을 감수할 수 없었다. 집주인이 고의로 누명을 씌운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으며 다른 부서를 찾아가 재검사를 의뢰하려고 했다. 민성주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말렸다.

“가봤자 소용없어. 아버지가 몇십 년 살면서 깨우친 사실이 있는데 돈이 없고 지위가 없으면 감수할 수밖에 없어! 우리 재료가 문제없어도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그들이야. 검은색을 흰색이라고 우겨도 그저 그러려니 해야 해. 반박해 봤자 애꿎은 시간과 정력만 낭비할 뿐이야.”

“아버지가 처음부터 협상하면 안 됐어요. 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했어야죠. 지금 다시 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봐도 늦었을 거예요.”

하지만 민지훈은 토요일 다시 관련 부서를 찾아가 사람을 교체해서 검사해달라고 했지만 직원은 검사 결과 보고서가 절대 틀릴 수 없다며 재검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민지훈이 입이 닳도록 말해보아도 이런 결과였다. 여기서 반나절을 허비한 민지훈은 로비를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앞에 길을 바라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머리 떨어진 파리처럼 근처에서 맴돌았다.

걷고 걷던 민지훈은 갑자기 어젯밤 보았던 게시물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들어가서 찾아보았다. 게시물은 그대로 있는 걸 보아 온하랑이 아마도 같이 영화 볼 사람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온하랑의 대화창을 열었다.

[누나도 ‘한 지붕아래 네 가족’가 보고 싶어요? 사실 나도 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보러 갈 사람은 찾았어요? 아직이라면 우호에 같이 보러 갈래요?]

이 문자를 본 온하랑은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좋아요.]

그녀는 또 물었다.

[점심은 먹었어요?]

민지훈이 대답했다.

[아직요. 아니면 같이 점심 먹고 영화 보러 갈까요?]

[그래요. 저 지금 금정광장에 있어요. 여기로 와요.]

[네!]

답장을 보낸 민지훈은 얼른 택시를 잡고 금정광장으로 갔다. 온하랑은 음식점 주소와 메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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