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몸값을 요구하는 단순한 납치 사건이 아니라 뭔가 목표가 뚜렷해 보였다. 그 목표는 아마도 인질일 가능성이 높고, 인질과 원한이 있을지도 모른다.온하랑이 물었다.[인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없을까요?]서우현에게서 이내 회답이 왔다.[제가 그때 당시의 많은 게시물을 복구하고 그해의 신문을 찾아보았지만, 명확한 답이 없었어요. 이제 몇 년이나 지났으니 알아내기가 훨씬 어려울 겁니다.] [알겠어요. 잠시만요. 저 우선 민성주의 정보부터 살펴볼게요.]온하랑은 서우현이 보낸 파일을 열었다. 그 안에는 민성주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었다. 단숨에 훑어본 온하랑은 갑자기 멈추고 한 부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가족 관계 사항 아래에는 민성주의 아내와 아들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아들에 대한 내용에는 외아들 민지훈, 22세, 현재 보스틴 대학교 4학년 재학생...민지훈...그녀가 알고 있는 그 민지훈일까?22세, 보스틴 대학, 4학년 이 모든 항목은 모두 일치했다. 곰곰이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던 온하랑은 노르빈에 있을 때, 민지훈이 12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M국에 이민을 갔다던 말이 생각났다. 정확히 10년 전이었다.민성주에 관한 일을 민지훈도 알고 있을까?문득 원하랑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녀는 카카오톡을 열어 민지훈과의 대화를 눌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여전히 민지훈이 점심에 보낸 문자에 머물러 있었다.[누나한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요즘 시간 있어요? 이제 막 인턴십을 시작해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아서요. 누나가 전에 BX 그룹 직원이었으니까, 누나한테서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온하랑은 문자를 보냈다.[미안해요. 오늘 오후 일이 있어서 휴대폰을 보지 못했어요. 며칠 동안은 계속 시간이 비니까 지훈 씨가 편한 날로 정해요.]그녀의 손가락은 발송 버튼 위에서 몇 초간 머물러있다가 버튼을 눌렀다. 온하랑은 다시 서우현과의 대화창으로 돌아갔다.[납치 사건을 더 깊게 파고들 수는 없을 까요? 우선 다른 두
앞으로 민지훈을 속여야 할지도 모르는 다는 생각에 온하랑은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서 기필코 나아가야만 한다. 게다가 민지훈도 아무런 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그가 공부하는데 쓰고 있는 돈은 어쩌면 민성주가 부당하게 얻은 재산일지도 모른다....오전 9시가 되자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러 더윈파크힐로 갔다. 차를 별장 문 앞에 세우고 온하랑은 경적을 두 번 울렸다. 몇분이나 지났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온하랑은 운전석 등받이에 기대어 아주머니에게 전화해 부시아를 내보내라고 부탁하려 했지만, 문득 부승민이 오늘 일이 있다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부승민은 지금 집에 있지 않고, 아주머니와 부시아만 있을 거라 생각한 온하랑은 휴대폰을 꺼버렸다.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린 온하랑은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보니 거실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외쳤다.“시아야?”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아주머니?”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아주머니가 시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셨나?온하랑은 결국 아주머니한테 전화했다. 아주머니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주머니? 지금 집에 안 계세요? 시아는요?”“사모님... 하랑 씨, 저 지금 장보러 밖에 나왔어요. 시아를 데리러 가셨어요? 아마 위층에 있을 거예요. 올라가서 찾아 보세요...”“어느 방에 있는데요?”“어머, 저 지금 돈 물어야 하니까 일단 끊을게요.”뚜-아주머니는 말하자마자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전화 화면을 들여다본 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갔다.이층에는 안방을 제외하고 객실이 세 개 더 있었다. 부시아는 아마 안방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딱히 어느 방에 있는지 모르는 온하랑은 한 방씩 둘러보기로 했다. 그녀는 곧바로 왼손 편에 있는 객실 문을 열었다.“시아야?”안은 텅텅 비어 있었고,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두 번째 객실 앞
문득 주위가 다소 조용해졌다.고개를 든 온하랑은 부승민의 짙은 눈빛을 마주하고 제꺽 반응하며 줄곧 기다리고 있던 사냥꾼에게 잡힌 토끼처럼 당황했다.“집에 있었어? 볼 일 있다며? 왜 객실에서, 그것도 지금 이 시간에 샤워를 해?”이상하다!정말 이상하다!그녀는 부승민이 자신에게 미남계를 쓰는 건 아닌지 의심했고 부승민은 아무렇지 않게 두 손을 펼쳐 보였다.“하나하나 대답하자면,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고, 시아가 안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어서 객실에서 샤워한 거고, 어젯밤 늦게까지 시아와 게임을 하느라 지금 샤워한 거야. 만족스러운 대답이야?”온하랑이 부승민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 안방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부승민이 온하랑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왜 이래?”온하랑이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데 부승민이 그런 그녀의 손을 끌어 자신의 복근에 가져다 댔다.“만지고 싶어 했잖아.”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갈라진 근육에 닿자 익숙한 체온이 느껴졌고, 온하랑은 화상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어 황급히 손을 떼고 부승민을 노려보았다. “부승민, 미쳤어?”온하랑은 미처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걸음을 재촉하며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작은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던 부시아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숙모, 왔어요!”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탄력 있는 촉감이 손끝에 여운이 남은 것 같아 온하랑은 손가락을 비틀며 마음을 다잡았다.“시아야 가자. 숙모랑 나가서 놀자.”“잠깐만요!”부시아는 재빨리 애니메이션을 껐다.“가요.”온하랑은 빠르게 부시아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을 나서는 순간 그녀는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느꼈다.애써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뿌리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부시아는 고개를 돌려 2층 테라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삼촌, 나 숙모랑 놀러 가요!”“그래, 숙모 말 잘 들어.”뒤에서 상대의 목소리가
게다가 이번 회식에서는 정말 민지훈과 일 얘기만 할 생각이었지 다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때론 천천히 해결해야 하는 일도 있으니까.부시아는 속상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내가 신경 쓰이는 건 날 데리고 오는지 마는지가 아니라, 어제 분명히 답장할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오늘 같이 밥 먹는 거예요. 날 속인 거잖아요... 아니, 날 놀리는 거예요. 어린아이라고 날 놀리는 거잖아요... 흑흑...”“시아야, 아니야. 정말 아니야...”온하랑은 계속해서 해명했다.“널 속인 게 아니야. 그냥... 그냥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서...”“무슨 예상치 못한 상황이요?”부시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을까?’온하랑은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시아야, 숙모가 솔직하게 말해줄게... 숙모가 그 삼촌을 좀 좋아해. 너는 분명 네 삼촌 편을 들 테니까 어제 네 앞에서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한 거야...”부시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큰 눈으로 온하랑을 똑바로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냈다.“숙모, 그 사람 좋아해요? 그럼 우리 삼촌은 어떡해요?”어린 소녀는 조바심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삼촌은 숙모를 엄청 좋아해요! 삼촌이 잘못해서 숙모를 잃어버렸으니까 되찾아 올 거라고 했어요. 그러지 못하면 평생 장가 안 가겠다고도 했어요. 숙모, 삼촌한테 한 번만 더 기회 주면 안 돼요?”“시아야, 미안해. 네가 숙모랑 삼촌이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은 알지만 이젠 안 돼. 숙모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삼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우린 함께할 수 없어...”앞서 이미 민지훈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 온하랑은 이제 마음의 짐을 완전히 내려놓고 다시 얘기했다.그래, 그녀는 이제부터 민지훈을 좋아하는 거다.부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이렇게 행동해야만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을 수 있었다.부시아는 눈물을 흘리며 솜사탕을
주문을 마친 부시아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온하랑은 별생각 없이 아이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었다.칸막이로 된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부시아는 힘없이 워치를 열어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시아야. 지금 식당에 있어?”부승민의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들려왔다.“네.”우울한 부시아의 목소리에 부승민은 무언가를 감지했다. “시아야, 왜 그래? 왜 기분이 안 좋아?”“삼촌, 숙모가 오늘 민지훈이랑 밥 먹기로 했대요.”부승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다른 사람한테는 다정하게 대하면서 유독 그에게만 모질게 구는 그녀였다.부시아는 답답한 듯 말했다.“숙모가 어제 분명 답장하기 싫다고 했는데 그게 거짓말이었어요. 그리고 숙모 민지훈 좋아한대요. 앞으로는 그 사람이 내 삼촌이 될 것 같아요. 삼촌, 어떡해요? 숙모 도망가요!”부승민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렸다.“시아야, 숙모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온하랑은 분명 이주혁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민지훈을 좋아하게 된 거지?’민지훈을 안 지 얼마나 됐고 몇 번이나 만났다고?부승민은 그녀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정말이에요, 삼촌. 거짓말 아니에요.”“시아야, 걱정 마. 삼촌이 방법을 찾을 거야. 절대 숙모를 빼앗기지 않아.”“삼촌, 난 삼촌 믿으니까 최선을 다해야 해요.”부시아는 문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신나서 전화를 끊고 다시 룸으로 돌아오자 안에는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맞은편에 앉은 잘생긴 외모의 남자는 귀여운 덧니 두 개를 드러낸 채 웃으며 온하랑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지훈이었다.부시아는 입을 삐죽거렸다.‘대체 우리 삼촌보다 뭐가 나은 거지?’삼촌만큼 잘생기지도 않았고, 삼촌만큼 키 크지도 않았고, 마른 원숭이 같게 생겨서 삼촌만큼 돈이 많지도 않았다.‘그런데 숙모가 왜 이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에 민지훈의 말이 끊겼다.그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앙증맞은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미
“네, 이제 겨우 출근한 지 3일밖에 안 됐고 아직 정식으로 일 시작하지 않았어요. 요 며칠 팀장님께서 회사 규정 제도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제가 인턴으로 있을 프로젝트는 휴대폰 게임인데, 독특하고 창의적이라 인기가 많을 것 같아요.”민지훈이 온하랑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누나도 전에 마케팅 일 했다면서요, 이번 IP 담당할 생각 없어요?”온하랑이 싱긋 웃었다.“난 일단은 좀 쉬고 싶어서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아주 잘 지내요. 전 비록 인턴이지만 팀장님과 선배님들 다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예전에는 배달이나, 커피 심부름 같은 잡일만 시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아예 없어요. 동료들 학력, 이력에 대해 알아보니까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에요. 회사 분위기도 아주 좋고요.”민지훈은 어쩌다 보니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회사의 모든 면이 다 마음에 든다면서 왜 인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업무적으로 물어볼 게 있다는 거지?’온하랑은 굳이 들추지 않았다.“BX그룹이 꽤 마음에 드나 봐요.”민지훈이 말없이 웃었고 그때 직원이 음식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시아야, 뭐 먹고 싶어? 숙모가 집어줄게.”온하랑이 묻자 부시아는 작은 머리를 내밀어 두리번거리더니 통통한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나는 수육이요!”온하랑은 아이에게 수육 두 점을 집어주었다.“누나도 먹어요.”민지훈이 온하랑에게 갈비찜 한 조각을 건넸고 온하랑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그녀가 갈비찜을 들고 입에 넣자 옆에서 보던 부시아는 수육을 먹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졌다.“흥.”온하랑이 무시할 줄 알았던 민지훈은 뜻밖의 상황에 무척 기뻐했다.‘혹시 누나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건 아닐까?’그때 갑자기 민지훈의 휴대폰이 울리고, 힐끗 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굳은 표정으로 온하랑에게 말했다.“누나, 팀장님 전화라 잠깐만 통화 좀 하고 올게요.”온하랑도 상대를 배려하며 말했다.“그래요. 급한 일
민지훈이 떠난 후,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은 온전히 온하랑과 부시아의 몫이 되었다.온하랑은 사실 민지훈이 떠나서 계속 마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부시아 역시 기뻐하며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히고 작은 손은 새우 껍질을 벗기느라 국물을 묻힌 채 고개를 젖히고 온하랑에게 말했다.“숙모, 지금 점심시간 아니에요? 많이 바쁜가 봐요.”“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지.”“그러면 숙모 곁에 있을 시간이 없는데 외롭지 않겠어요? 삼촌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온하랑은 새우를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먹으면서도 말이 참 많아.”“음음.” 부시아는 입에서 새우를 꺼내며 작게 말했다.“그렇잖아요.”“남이 사준 밥을 먹고 있으면서...”“내 마음은 삼촌한테 있어요.”부시아는 진지하게 말했다.“어떻게 한 끼로 날 매수할 수 있겠어요? 이 수육 너무 맛있다.”“...”약 20분 후, 온하랑이 휴대폰을 열어 민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회사 도착했어요? 일 끝나면 뭐라도 챙겨 먹어요. 부현승 씨 그렇게까지 매정한 사람 아니잖아요.]연기를 할 바엔 제대로 해야지.한참 후에야 민지훈은 답장을 보냈다.[문자 지금 봤어요. 고마워요, 누나. 오늘 정말 미안해요. 갑자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괜찮아요. 언제는 예기치 못할 상황이 생기잖아요. 시간 되면 언제 또 같이 밥 먹어요.][누나, 이번 주 토요일 시간 있어요?]온하랑은 대충 그의 뜻을 짐작했다.[시간 돼요.][그날 제가 점심 살게요. 어때요?][알겠어요.]민지훈은 행복해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네, 그럼 토요일에 봐요.]한창 음식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부시아는 온하랑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흘깃 쳐다보고는 갑자기 입을 삐죽거렸다.“흥.”온하랑이 그런 아이를 돌아보며 잔뜩 부푼 볼을 꼬집었다.“왜 그래?”“숙모, 토요일에 나랑 같이 밥 먹어요.”부시아는 조그만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구경꾼 하려고?”“흥, 상관없어요. 난 갈 거
세상에, 너무 무겁다.특히 지금은 겨울이라 옷도 두껍게 입고 있었다.온하랑은 부시아를 품에 안고 몇 발짝 못 가서 팔이 아프기 시작했고, 품에 안긴 아이는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온하랑은 부시아를 살짝 안아 올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아주머니, 잠깐만 나와주세요...”거실 문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아주머니가 재빨리 나와서 곧 품에서 떨어지려는 부시아를 받아 안았고 온시아는 밑을 받쳐주었다.부시아는 멍하니 눈을 비비며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아주머니라는 걸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하랑을 보자 아이는 손을 뻗으며 아직 잠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숙모.”온하랑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아주머니와 함께 올라갔다.“숙모 여기 있어.”부시아는 눈을 감고 계속 잠을 청했다.아주머니는 부시아를 침대에 눕히고 신발과 겉옷, 바지를 벗긴 다음 이불을 덮어주었다.부시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있는 온하랑이 보였다.“숙모, 가지 마세요, 알았죠?”온하랑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말했다.“숙모 안 가. 시아가 잠들면 갈게.”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아주머니, 제 차 뒷좌석에 시아 인형 세 개가 있는데 그거 가져다주세요.”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나갔고 부시아는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몇 분이 지나자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고, 온하랑은 몇 분 더 앉아서 부시아가 깊게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갔다.그런데 계단에 막 도착한 그녀가 자리에 멈춰 섰다. 부승민은 아래층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다.온하랑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말했다.“시아는 놀다가 지쳐서 잠들었어. 아직 저녁 안 먹었으니까 이따 깨워서 먹여. 너무 오래 자게 하지 말고.”“그래.”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서 있었다.온하랑이 마지막 계단에 도착해도 부승민이 비켜주지 않자 옆에 있는 틈으로 지나쳤다.그 순간 부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