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이 떠난 후,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식탁은 온전히 온하랑과 부시아의 몫이 되었다.온하랑은 사실 민지훈이 떠나서 계속 마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부시아 역시 기뻐하며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히고 작은 손은 새우 껍질을 벗기느라 국물을 묻힌 채 고개를 젖히고 온하랑에게 말했다.“숙모, 지금 점심시간 아니에요? 많이 바쁜가 봐요.”“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지.”“그러면 숙모 곁에 있을 시간이 없는데 외롭지 않겠어요? 삼촌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온하랑은 새우를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먹으면서도 말이 참 많아.”“음음.” 부시아는 입에서 새우를 꺼내며 작게 말했다.“그렇잖아요.”“남이 사준 밥을 먹고 있으면서...”“내 마음은 삼촌한테 있어요.”부시아는 진지하게 말했다.“어떻게 한 끼로 날 매수할 수 있겠어요? 이 수육 너무 맛있다.”“...”약 20분 후, 온하랑이 휴대폰을 열어 민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회사 도착했어요? 일 끝나면 뭐라도 챙겨 먹어요. 부현승 씨 그렇게까지 매정한 사람 아니잖아요.]연기를 할 바엔 제대로 해야지.한참 후에야 민지훈은 답장을 보냈다.[문자 지금 봤어요. 고마워요, 누나. 오늘 정말 미안해요. 갑자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괜찮아요. 언제는 예기치 못할 상황이 생기잖아요. 시간 되면 언제 또 같이 밥 먹어요.][누나, 이번 주 토요일 시간 있어요?]온하랑은 대충 그의 뜻을 짐작했다.[시간 돼요.][그날 제가 점심 살게요. 어때요?][알겠어요.]민지훈은 행복해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네, 그럼 토요일에 봐요.]한창 음식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부시아는 온하랑이 핸드폰을 들여다보자 흘깃 쳐다보고는 갑자기 입을 삐죽거렸다.“흥.”온하랑이 그런 아이를 돌아보며 잔뜩 부푼 볼을 꼬집었다.“왜 그래?”“숙모, 토요일에 나랑 같이 밥 먹어요.”부시아는 조그만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구경꾼 하려고?”“흥, 상관없어요. 난 갈 거
세상에, 너무 무겁다.특히 지금은 겨울이라 옷도 두껍게 입고 있었다.온하랑은 부시아를 품에 안고 몇 발짝 못 가서 팔이 아프기 시작했고, 품에 안긴 아이는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온하랑은 부시아를 살짝 안아 올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아주머니, 잠깐만 나와주세요...”거실 문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아주머니가 재빨리 나와서 곧 품에서 떨어지려는 부시아를 받아 안았고 온시아는 밑을 받쳐주었다.부시아는 멍하니 눈을 비비며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아주머니라는 걸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하랑을 보자 아이는 손을 뻗으며 아직 잠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숙모.”온하랑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아주머니와 함께 올라갔다.“숙모 여기 있어.”부시아는 눈을 감고 계속 잠을 청했다.아주머니는 부시아를 침대에 눕히고 신발과 겉옷, 바지를 벗긴 다음 이불을 덮어주었다.부시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있는 온하랑이 보였다.“숙모, 가지 마세요, 알았죠?”온하랑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말했다.“숙모 안 가. 시아가 잠들면 갈게.”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아주머니, 제 차 뒷좌석에 시아 인형 세 개가 있는데 그거 가져다주세요.”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나갔고 부시아는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몇 분이 지나자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고, 온하랑은 몇 분 더 앉아서 부시아가 깊게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갔다.그런데 계단에 막 도착한 그녀가 자리에 멈춰 섰다. 부승민은 아래층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다.온하랑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말했다.“시아는 놀다가 지쳐서 잠들었어. 아직 저녁 안 먹었으니까 이따 깨워서 먹여. 너무 오래 자게 하지 말고.”“그래.”부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서 있었다.온하랑이 마지막 계단에 도착해도 부승민이 비켜주지 않자 옆에 있는 틈으로 지나쳤다.그 순간 부승민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
그 생각에 부승민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고, 손등은 핏줄로 불거졌으며, 눈은 점점 더 서늘해져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온하랑을 노려보았다.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함께 씁쓸한 감정과, 질식할 듯한 고통이 비 오는 날의 곰팡이처럼 천천히 피어올라 왔다.온하랑은 갈수록 잔인하게 변하는 부승민의 눈빛에 등골이 서늘해나며 힘껏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부승민, 뭐 하는 거야? 아파!”부승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불규칙한 호흡을 억누르며 온하랑의 손을 놓았다.“너 이주혁 안 좋아해. 처음부터 이주혁 안 좋아했지?”온하랑은 자신의 손목을 문지르며 부승민을 흘겨보고는 뒤돌아 가버렸다.“내가 누구를 좋아하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부승민은 가만히 서서 온하랑의 뒷모습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의 짐작이 맞았다.그녀가 좋아하는 건 이주혁이 아니었다!그렇다고 그녀가 민지훈을 좋아할 리도 없었다.10대 때 아버지를 여의고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그녀에게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심리 분석에 따르면, 온하랑은 대체로 자기보다 조금 나이가 많고 아빠처럼 보듬어 줄 수 있는 남자를 좋아할 가능성이 컸다.아주 잠깐 부승민은 그 남자가 온하랑의 대학 시절 선생님이 아닐까 의심했다. 아직 뭘 모르고 사랑이 고픈 온하랑을 꼬드겨 놓고 결국 그녀를 버렸다. 그래서 온하랑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아닐까?틀림없다!부승민은 바로 연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랑이 대학 생활, 특히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봐.”“네!”연민우는 깔끔하게 대답했다.대표님이 딱 짚어 선생님이라고 했다는 건 뭔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전화를 끊은 부승민은 스타 엔터테인먼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주혁을 포섭하라고 지시했다.온하랑은 이주혁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주혁은 온하랑을 좋아한다.이주혁을 데려와 띄우면 돈도 벌고 일하느라 바빠서 온하랑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스타 엔터테인먼트
저녁 식사 후 부시아는 백호 인형과 함께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부승민이 위층에서 휴대폰을 들고 내려오며 말했다.“시아야, 할머니한테서 전화 왔어.”부시아는 잔뜩 신나 휴대폰을 들고 화면 속 부선월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어 뽀뽀했다.“할머니, 굿 이브닝!”부선월은 기분이 좋아 보이는 부시아를 바라보며 안심했다.“시아야, 강남에 간 기분이 어때?”“강남 정말 좋아요!”“그래 보이네. 삼촌이 지난 이틀 동안 어디로 데려갔어?”부시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정했다.“삼촌 말고 숙모, 숙모가 여기저기 많이 데려다줬어요. 이거 봐요!”시아는 백호 인형을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이건 숙모가 동물원에서 사준 인형이에요. 세 개나 사줬어요! 엄청 귀여워요!”부선월의 표정이 굳어졌다.“숙모? 온하랑? 삼촌 이혼하지 않았니?”부시아는 부선월이 온하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설명했다.“삼촌 바빠서 숙모한테 날 맡겼어요. 할머니, 난 숙모랑 같이 노는 게 좋아요!”부선월의 눈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가며 더욱더 굳어진 표정과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부승민, 너 듣고 있어? 내가 시아를 너한테 맡겼는데 이런 식으로 돌보는 거야? 왜 시아를 남한테 맡겨, 그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부시아는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조용히 호랑이 인형을 내려놓고, 정말로 옆에 있던 부승민이 대답했다.“고모, 괜한 걱정이에요. 하랑이는 저랑 이혼했어도 여전히 부씨 가문의 양딸인데 그게 어떻게 남이예요?”“걔가 온씨지, 부씨야? 피를 나눈 형제도 확실히 따지는 마당에, 지금 그룹 대표가 누구인지 잊었어? 온하랑에게 다른 꿍꿍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부선월은 점점 더 흥분하며 날카로운 어투로 쏘아붙였다.“그리고 이미 너랑 이혼했는데 왜 아직도 그 애한테 집착하는 거야? 재혼하기 싫어서 이래? 하나같이 온하랑에게 홀려서 왜들 이러는지 정말. 네 할아버지나, 너나, 시아도 마찬가지야! 할머니 말 들어. 온
부승민은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부시아의 어깨를 다독였다.“시아야, 그만 울어, 울지마...”부시아는 부승민의 품에 쓰러져 엉엉 울며 흐느꼈다.부승민은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계속 등을 토닥이며 탁자에서 휴지 두 장을 꺼내 조심스레 건네주며 천천히 아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부시아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흐느낌을 멈추지 않았다.“착하지, 시아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놀면 돼. 알겠지? 할머니 말 안 들어도 돼.”부승민의 어깨에 기댄 부시아는 눈이 충혈되고 속눈썹에 눈물이 맺힌 채 여전히 감정에 북받쳐 다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할머니는 왜 숙모를 싫어해요?”부승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온하랑이 부씨 저택에 온 이후로 부선월은 온하랑을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처음엔 그저 공기로 여기며 무시하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온하랑과 부승민의 결혼을 발표하자 부선월은 격하게 반대했고, 굳이 귀국해서 할아버지를 찾아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따로 온하랑을 찾아온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두 사람을 이기지 못한 부선월이 이번엔 부승민을 찾아와 견결히 반대했다.그가 할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온하랑과 꼭 이혼하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겨우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처음부터 부선월이 내세운 이유는 온하랑이 불우한 집안 출신이라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다만 부시아에게는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부시아는 의아한 듯 부승민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부승민은 부시아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돌렸다.“시아, 앞으로 강남에서 지내면서 학교 다닐래? 삼촌이 잘 돌봐줄게.”“나는...”부시아가 작은 입술을 달싹이며 고개를 숙이자 부승민이 싱긋 웃었다.“그럼 일단 이 얘기는 그만하고 할머니 말씀은 신경 쓰지 마. 삼촌이랑 있으면 삼촌 말대로 어디서 누구랑 놀든 마음대로 해.”부승민은 망설이는 부시아의 마음을 잘 알았다.부선월은 어릴 적부터 그녀를 키워준 사람이었고, 비록 촌수가
전화가 연결되고 목소리가 차분해진 부선월이 물었다.“시아는 잠들었어?”“네.”부선월은 힘없는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승민아, 고모는 널 위해서 이러는 건데 왜 고집을 부려?”“온하랑 아니면 저 재혼 안 해요. 고모도 더 말씀하지 마세요. 시아 얘기하려고 다시 전화한 겁니다.”부선월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네가 온하랑한테 제대로 홀렸구나! 온하랑이 애를 못 낳는다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래서 시아를 거기에 두고 온하랑의 딸로 만들려는 거야? 난 절대 반대다!”눈을 매섭게 뜬 부승민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어떻게 알았어요?”“걔가...”부선월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애처 자제하는 것 같았다.“그날 너한테서 유산했다는 말 듣고 병원 가서 확인해 봤어. 걔가 애를 못 낳으니까 내가 재혼을 반대하는 거야. 너도 잘 생각해 봐. 정말 친자식도 없이 평생을 살 생각이야?”“네, 전 이번 생에 온하랑 말고는 누구도 원하지 않아요!”부승민이 단호하게 말했다.“고모, 시아 방학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아 스스로 선택하게 할 생각입니다. 돌아가고 싶으면 돌려보내고, 여기 남겠다고 하면 앞으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세요.”“너...”부선월은 격분했다.“걔가 왜 낙태 한번 한 걸로 다시 임신하지 못하는지 생각 안 해봤어? 그 배 속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알고 그러는 거야. 고작 그런 여자애 때문에...”“고모!”부승민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제가 고모를 고모라고 불러드리는 건 어른에 대한 존중이지, 고모가 마음대로 하랑이를 모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아 앞으로 여기 있을 겁니다. 고모처럼 빈부 차이 따지면서 옳고 그름을 모르는 사람 곁에 두는 건 애 성장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부승민, 너...”부선월이 말하기도 전에 부승민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다시 전화가 걸려 왔지만 단호히 거절했고, 계속해서 부선월이 전화를 걸자 부승민은 아예 소리를 끄고 탁자 위에 엎어놓았다....그 후 이틀 동
토요일 아침 9시 30분, 온하랑은 더원파크힐로 가서 부시아를 데리고 쇼핑몰을 한 바퀴 돌았다.두 사람은 대충 시간 맞춰 식당으로 향하던 중 온하랑은 민지훈의 메시지를 받았다.[누나, 가는 길에 카페가 있어서요. 뭐 마실래요?]그리고 메뉴판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온하랑은 메뉴를 보면서 몸을 숙였다.“시아야, 뭐 마실래?”시선을 돌린 부시아가 검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가장 비싼 것을 주문하면서 손가락을 깨물며 말했다.“숙모, 저 세 잔 주세요. 저 한 잔, 삼촌 한 잔, 할머니 한 잔이요.”“...”꼬맹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민지훈의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그래, 세잔으로 하자.”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음료 이름을 알려주며 돈을 보냈다.[누나, 왜 또 돈 보내요. 오늘 제가 산다고 했잖아요.]그날 밤 집에 돌아온 온하랑은 민지훈에게 점심값을 건다. 부시아랑 같이 밥을 먹은 건 자신인데 민지훈이 계산을 하게 둘 수는 없었다.그때만 해도 민지훈은 받기 싫었지만 온하랑이 대신 토요일에 밥을 사라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았다.온하랑이 문자를 입력했다.[그냥 받아아요. 점심도 사는데 이것까지 살 필요는 없어요.]그러다 고민끝에 뒤에 있는 말을 고치고 답장을 보냈다.[그냥 받아요. 막 인턴 시작해서 아직 월급도 못 받았는데, 한창 돈이 필요할 때잖아요.]이윽고 민지훈은 돈을 받고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받을게요. 누나 고마워요.][뭘요. 참, 시아 데려가도 괜찮죠?]민지훈은 1분 동안 고민하는 걸로 내키지 않는다는 마음을 드러내며 이렇게 대답했다.[괜찮죠.]온하랑은 말과는 다른 민지훈의 표정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흥.”부시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 시아야?”온하랑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숙모는 채팅만 하면서 날 무시해요.”“숙모는 널 무시하지 않았어.”“숙모는 지금 나를 무시하고 있어요. 다음에는 나랑 놀러 가지 않을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아예 안 볼지도 모르고요.”부시아의
“누나, 시아야. 사양 말고 얼른 먹어요.”부시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젓가락을 집어들었다.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그리고 여덟 번째 음식까지 올라오고 나서야 온하랑은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더 없는 거죠? 왜 이렇게 많이 시켰어요? 우리 이거 다 못 먹을 텐데.”민지훈이 고개를 들어 놀랍다는 눈으로 온하랑을 바라보았다“아직 더 있는데요? 누나가 주문해달라는 메뉴대로 시킨 거예요, 저희는.”“뭐?”온하랑은 잠시 멍해 있더니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듯 민지훈과 대화를 나눴던 카톡방을 들어가 보았다. 카톡 내용을 확인은 온하랑은 순간적으로 지금 자리에 있는 부시아를 당장이라도 내쫓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조용히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차가운 눈빛으로 부시아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켕기는 것이라도 있는지 부시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식지 손가락을 맞접이었다. 온하랑은 미안한 듯한 기색을 보이며 민지훈에게 말했다.“미안해요.”“누나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제가 쏘기로 한 거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요.”민지훈이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음식을 시킨 사람은 온하랑이 아닌 부시아였다.어쩐지! 민지훈도 온하랑이 자신을 아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민지훈에게 이렇게나 많은 음식의 금액을 지불하게 할 리가 없다.온하랑이 살살 웃으며 속으로는 식사를 마친 후 나온 금액은 민지훈에게 따로 돌려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부시아는 본인도 잘못한 걸 아는지 다른 수작 없이 묵묵히 식사에만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그녀의 배는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식사를 하는 동안 민지훈은 세심하게 온하랑이 좋아하는 음식들만 골라 그녀의 앞접시에 담아주었다.처음에는 온하랑도 묵묵히 받아먹었지만 몇 분 후, 민지훈이 두 번째로 음식을 그녀의 앞접시에 덜어주던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