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34화

”아... 그래?”

“너무 놀랄 필요 없어.”

연도진은 김시연을 달래줄 최고의 방법이 떠올랐다.

“하랑 씨한테 물어봐봐. 부 대표가 자른 손가락이 나보다 훨씬 많을걸?”

김시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잘한 일이라고 비교하고 있어.”

“아니,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거잖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넣어줘.”

김시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증거를 다 모아서 경찰에 제출하는 게 나은 것 같아. 법의 심판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분부 받들겠습니다.”

“하여튼 말만 잘해.”

김시연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설마 너 때문이야?”

“우리가 정말 결혼한 줄 아나 봐. 이대로 포기하는 게 달갑지 않아서 너한테 손을 쓴 거지.”

“뭐가 됐든 네가 밖에서 처신을 똑바로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

“그래서 이제는 결혼반지 꼭 끼고 다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김시연은 텅 빈 손가락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난 아직 처리할 일이 조금 남아서 며칠 있다가 갈게. 갖고 싶은 건 없어?”

“없어... 연도진. 우리 계약 파기하자.”

핸드폰 너머로 2초간의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사뭇 진지해진 연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계약 파기하자고.”

“왜?”

“처음 계약했던 목적이 뭔지 기억나? 우리 회사로 들어와서 권력을 잡는 거였잖아. 그때는 네가 윌슨 가문의 아들인 줄 몰랐어. 이제는 알았으니까 너도 네 할 일 해야지. 나한테 발목 잡힌 채로 계속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계약 파기하자.”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는 더욱 가라앉았다.

“계약 파기? 그럼 우리 결혼은? 대외에 이혼했다고 말할 거야?”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연도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뭐가? 그다음은 없어.”

“그러니까 나랑 동거하면서 가짜 부부로 지내다가 관심 없을 때 언제든지 떠나겠다는 거네?”

김시연은 죄책감에 입꼬리가 파르르 떨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