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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만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앨리스는 곧장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앨리스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그녀의 손은 물건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순간, 휴대폰이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더니 그대로 국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앨리스는 휴대폰을 꺼내 깨끗한 곳에 두기 위해 재빨리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두 엄지손가락을 잃은 그녀는 결국 두 손을 사용해 휴대폰을 집어 들어야 했다.

아직 엄지손가락이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에 앨리스의 손가락 힘은 약하기 그지없었다. 국물 때문에 미끌미끌해진 휴대폰은 공중에서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

앨리스의 표정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들어찬 가슴이 답답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다시 주워들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필 국물로 얼룩져버린 바닥을 밟은 앨리스는 그대로 바닥에 미끌어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며 예기치 못하게 탁자 모서리에 손을 부딪친 그녀는 상처 부위에서 퍼져오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국물로 얼룩진 앨리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허벅지에는 깨진 도자기 컵의 파편이 박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바닥을 짚은 앨리스의 손바닥에는 찐득한 밥풀까지 붙어버렸다.

잠시 침묵을 유지한 앨리스는 결국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테이블 위의 주전자를 바닥에 내던지고 과일이 담겨있는 접시도 엎어버렸다. 접시에서 쏟아진 과일들이 바닥에서 제멋대로 나뒹굴었다.

병실은 또다시 소란스러워지더니 이것저것 깨지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앨리스는 병실 안에서 부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집어 던지며 소란을 피웠다. 바닥은 순식간에 다시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워졌다.

겨우 아문 상처에서 다시 피가 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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