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너무 놀랄 필요 없어.”연도진은 김시연을 달래줄 최고의 방법이 떠올랐다.“하랑 씨한테 물어봐봐. 부 대표가 자른 손가락이 나보다 훨씬 많을걸?”김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게 무슨 잘한 일이라고 비교하고 있어.”“아니,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거잖아.”“보고 싶지 않으니까 넣어줘.”김시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증거를 다 모아서 경찰에 제출하는 게 나은 것 같아. 법의 심판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분부 받들겠습니다.”“하여튼 말만 잘해.”김시연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왜 날 죽이려고 했던 거야? 설마 너 때문이야?”“우리가 정말 결혼한 줄 아나 봐. 이대로 포기하는 게 달갑지 않아서 너한테 손을 쓴 거지.”“뭐가 됐든 네가 밖에서 처신을 똑바로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그래서 이제는 결혼반지 꼭 끼고 다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김시연은 텅 빈 손가락을 바라보며 공허함을 느꼈다.“당연히 그래야지.”“난 아직 처리할 일이 조금 남아서 며칠 있다가 갈게. 갖고 싶은 건 없어?”“없어... 연도진. 우리 계약 파기하자.”핸드폰 너머로 2초간의 침묵이 흘렀고 곧이어 사뭇 진지해진 연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계약 파기하자고.”“왜?”“처음 계약했던 목적이 뭔지 기억나? 우리 회사로 들어와서 권력을 잡는 거였잖아. 그때는 네가 윌슨 가문의 아들인 줄 몰랐어. 이제는 알았으니까 너도 네 할 일 해야지. 나한테 발목 잡힌 채로 계속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까... 계약 파기하자.”핸드폰 너머의 목소리는 더욱 가라앉았다.“계약 파기? 그럼 우리 결혼은? 대외에 이혼했다고 말할 거야?”“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연도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뭐가? 그다음은 없어.”“그러니까 나랑 동거하면서 가짜 부부로 지내다가 관심 없을 때 언제든지 떠나겠다는 거네?”김시연은 죄책감에 입꼬리가 파르르 떨었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봐?”“그냥... 궁금해서. 자른 적 있어?”“나야 모르지.”“정말 몰라?”“응.”온하랑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도진 씨가 손가락 잘랐어?”김시연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손가락 세 개 잘랐어.”온하랑은 깜짝 놀랐다.“누굴?”“앨리스.”김시연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온하랑에게 설명해 줬다.“처음 사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아? 솔직히 포토샵인 줄 알았어. 그런데 보면 볼수록 너무 현실감이 넘치더라고.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병원에 누워있는 다운이를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벌받는 게 낫겠다 싶어.”“너무 힘들어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잊힐 거야.”“경험 있는 사람처럼 말하네?”“나도 학생 때 부승민이 누구랑 통화하는 걸 들었거든? 그때...”“뭐라고 했는데?”김시연은 잔뜩 흥분한 채로 물었다.“누구누구 다리를 부러뜨린다고 했어.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뭐.“육광태를 포함한 부승민의 부하 중에는 전과자가 여러 명 있다. 온하랑은 그들이 부승민의 일을 처리해 주며 사고를 쳤거나 부승민 대신 모든 죄를 뒤접어썼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그때는 무슨 생각이 들었어?”“알다시피 내가 그때 완전히 콩깍지가 씌었잖아. 그래서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부승민이 맞다고 생각했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 사람에게 100%의 잘못이 있다고 확신했지.”“아... 그랬구나...”“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런 잔인한 방법보다는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나을 거라고 설득했을 거야.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 앨리스는 살인 미수에 대한 대가를 치른 거야. 도진 씨가 아니었다면 너 정말 큰일 났을걸?”“손가락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잘라봤대.”온하랑은 할 말을 잃었다....쨍그랑.식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국과 반찬이 사방에 흩어졌고 곧이어 귀를 찌르는듯한 비명이 들려왔다.“일 똑바로 못해? 이렇게 뜨거운 국물을 마시라고 주신 거야? 할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만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앨리스는 곧장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하지만 앨리스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그녀의 손은 물건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그 순간, 휴대폰이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더니 그대로 국물 속으로 빠져 버렸다.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앨리스는 휴대폰을 꺼내 깨끗한 곳에 두기 위해 재빨리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두 엄지손가락을 잃은 그녀는 결국 두 손을 사용해 휴대폰을 집어 들어야 했다.아직 엄지손가락이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에 앨리스의 손가락 힘은 약하기 그지없었다. 국물 때문에 미끌미끌해진 휴대폰은 공중에서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바닥에 곤두박질쳐졌다.앨리스의 표정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 들어찬 가슴이 답답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다시 주워들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하필 국물로 얼룩져버린 바닥을 밟은 앨리스는 그대로 바닥에 미끌어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며 예기치 못하게 탁자 모서리에 손을 부딪친 그녀는 상처 부위에서 퍼져오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국물로 얼룩진 앨리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허벅지에는 깨진 도자기 컵의 파편이 박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몸을 일으키기 위해 바닥을 짚은 앨리스의 손바닥에는 찐득한 밥풀까지 붙어버렸다.잠시 침묵을 유지한 앨리스는 결국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테이블 위의 주전자를 바닥에 내던지고 과일이 담겨있는 접시도 엎어버렸다. 접시에서 쏟아진 과일들이 바닥에서 제멋대로 나뒹굴었다.병실은 또다시 소란스러워지더니 이것저것 깨지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앨리스는 병실 안에서 부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집어 던지며 소란을 피웠다. 바닥은 순식간에 다시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워졌다.겨우 아문 상처에서 다시 피가 새어
12월에 접어들자 날씨가 점점 더 쌀쌀해졌다.임신한 온하랑의 배는 점점 더 불러오고 있었고 촬영 업무도 전보다는 줄어들어 이제는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했다.온하랑이 직접 출근하지 않자 스튜디오에서도 다른 사진기자들 여러 명을 고용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도록 했다.부승민이 이사 오자 안문희와 부시아도 함께 그 고급아파트로 이사했다.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온하랑의 집으로 뛰어와 저녁을 먹었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송이와 잠시 놀다가 위층으로 올라가 잠을 잤다.온하랑의 생활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임신으로 불편해진 거동을 도와줄 사람 한 명이 더 생겼을 뿐이었다.부승민이 이사 왔던 첫날 밤, 온하랑은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다.“배고파?”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부승민도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온하랑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조금.”“먹고 싶은 거 있어?”“아무거나.”“냉장고에 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밥 먹을래?”“좋아.“부승민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부승민이 문을 열고 나가자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온하랑 역시 따뜻한 이불 속에서 슬쩍 기어 나왔다.온하랑이 막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부승민이 물었다.“뭐 먹고 싶은… 왜 일어나 있어?”“화장실 가고 싶어서.”최근 들어 온하랑이 한밤중에 잠에서 깨 화장실로 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부승민은 빠르게 걸어와 그녀의 팔과 허리를 붙잡았다.“내가 화장실까지 데려다줄게.”그제야 부승민은 온하랑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화장실이 급해서 깼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승민은 금방 잠에서 깨어난 온하랑이 혹시라도 발을 헛디딜까 봐 걱정되었다.“나 혼자 갈 수 있어.”“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온하랑은 어쩔 수 없이 부승민의 품에 기대 화장실로 향했다.변기 앞에 도착한 그녀는 손을 바지 허리춤에 올리며 부승민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조금 전의 그 전화는 정신 병동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부선월이 부승민을 만나야겠다며 계속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였다.온하랑이 김밥 네 조각을 집어 먹었고 남은 네 조각은 부승민이 먹었다.이 모든 게 하룻밤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밤… 온하랑이 매일 밤 화장실을 갈 때마다 부승민은 늘 온하랑을 화장실까지 부축해 주었다가 다시 침대로 데려다주었다.매일 밤 두세 번씩 말이다.온하랑은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부승민이 밤에 제대로 쉬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녀는 언제든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날 수 있었지만 부승민은 매일 아침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하지만 그런 온하랑의 걱정에도 부승민은 아무 문제 없다며 오히려 그녀를 안심시켰다.“정말 괜찮아?”온하랑이 물었다.“어젯밤에도 나가서 전화 받는 소리 들은 것 같은데.”물론 그 시각, 온하랑은 이미 잠에 빠져있던 때라 말소리만 그저 희미하게 들었을 뿐이었다.“응, 괜찮아.”부승민이 고집을 부리자 온하랑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잠자리에 들기 전, 부승민은 또 간호사에게서 걸려온 국제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의 간호사는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찰스 씨, 사모님께서 또 소란을 피우고 계십니다. 찰스 씨가 전화를 받지 않으시면 죽어버리겠다고 난리를 치시네요. 아내 분 일도 언론에 폭로해서 이미지 추락시키고 찰스 씨한테는 어머니를 죽게 한 죄명까지 씌우겠다면서 협박 중이세요.”부승민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로 저한테 전화하지 마시죠…”“큰일 났어요, 찰스 씨! 사모님께서 정말로 손목을 그으셨어요! 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 빨리 아무나 좀… 찰스 씨, 그냥 전화 한 번만 받아보시는 게 어떨까요?”부승민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의 간호사가 당황하기 시작했다.방문을 닫고 나온 부승민은 노래방으로 들어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손목을 그었으면
“어떻게 된 겁니까?”부승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아직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지금 저희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CCTV 확인하러 가셨어요. 오늘 아침에 병실로 와보니까 사라졌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다른 곳도 찾아봤는데 안 보여요, 진짜 증발이라도 해버린 것처럼 사라졌어요!”“찾아내세요, 무조건 찾아내야 합니다!”“알겠습니다, 저희도 지금 노력하고 있어요…”수화기 너머로 복잡한 대화 소리가 오가더니 곧이어 간호사의 목소리가 다시 또렷하게 들려왔다.“찰스 씨, 경비님이 그러시는데… 병원 주변 CCTV가 고장 났다고 하시네요…”“…”전화를 끊은 부승민은 곧장 필라시에 있는 지사의 담당자에게 연락해 최대한 빨리 부선월을 찾아줄 것을 지시했다. 시간을 더 지체해봤자 상황만 악화될 것이 뻔했다.부선월은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벗어났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완벽하게 병원을 탈출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부선월은 이미 해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주로 활동하던 지역은 로스앤이었던 탓에 필라에는 아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그녀를 정신 병동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만만하게 볼 존재는 아닐 것이다. 도대체 누구일까?다시 말해, 이미 자유를 얻은 부선월이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다면 온하랑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그렇다면 지금 온하랑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이엘리아?부승민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이엘리아였다. 그는 곧바로 사람을 보내 이엘리아의 근황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모든 상황을 정리한 부승민은 조용히 침실로 돌아왔다. 온하랑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부승민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자리에 누워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는 자신이 너무 방심한 것 같았다. 부선월을 감시할 인원을 더 많이 배치했어야 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하랑은 이제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출한다고 해도 활동 장소는 기껏해야 아파트 단지, 병원, 작업실
임연지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형사 처분을 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아직 안 늦었어. 네 인생은 아직 4분의 1밖에 안 지났으니까. 앞으로 많은 게 좋은 날들이야!”임가희가 말했다.임연지는 그 말에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마음속에서는 그녀를 삼킬 듯한 거대한 증오심이 피어올랐다.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매일 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계속해서 물었다.“내 인생은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걸까?”앞이 보이지 않았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연지야, 나도 네가 온하랑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 하지만 지금은 형기를 무사히 잘 넘기는 게 제일 중요해. 절대 쓸데없이 허튼짓하려고 들면 안 된다.”임가희가 임연지를 달래며 말했다.“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서는 절대 안 돼. 이 시간이 지나 결국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야!”“알겠어요.”임연지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 순간, 임연지의 머릿속에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였다.“맞다, 고모. 온하랑도 임신 7개월 차 아니에요? 아이가 태어나도 살아가는 데는 문제 없는 시기잖아요?”그녀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린 임가희가 말했다.“가능하긴 하지만 너무 위험해. 만에 하나 들키기라도 한다면…”“고모가 방금 가르쳐 주셨잖아요. 권력을 빌려서 권력을 대항하라고. 부선월을 조금만 더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 가능한 제 출산 예정일에 맞춰서요.”…아침이 밝았다. 온하랑은 아침을 먹으며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부승민을 바라보며 무심코 물었다.“짐은 다 챙겼어?”“짐 챙길 필요 없어. 안 갈 거니까.”부승민이 차분하게 말했다.온하랑은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예 파기된 거야?”“응.”“그래, 알겠어.”부승민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휴지로 입을 닦았다.
온하랑 역시 기사를 통해 부현승과 서혜민의 “이혼” 소식을 알게 되었다.서혜민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남편인 부현승이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자신의 사촌과 바람이 났다고 폭로했다.서혜민의 눈물 어린 고발은 많은 네티즌의 동정과 격려를 받았다. 이후, 네티즌 중 누군가가 부현승이 바로 부승민의 사촌 동생이며 부씨 가문의 셋째 아들이라는 사실까지 폭로했다.기사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인기 검색어 순위에까지 올랐다.온하랑 역시 이 사건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판을 제대로 뒤엎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한순간에 모든 기사가 인터넷에서 사라졌고 인기검색어 올라갔던 검색어도 금방 내려갔다.아마 BX 그룹의 홍보부가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한 모양이었다.이런 기사는 절대 BX 그룹에 좋은 영향을 주는 기사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 한구석에서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부현승이 서혜민의 사촌과 바람이 났다고?그게 사실일까?온하랑이 하는 부현승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서혜민의 눈물 어린 폭로를 보면 그녀의 말이 딱히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온하랑이 정보를 더 알아보기 위해 검색창을 누르려던 순간, 도우미가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갔다.오전 휴대폰 사용 시간이 끝나버린 것이다.…부현승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던 그때, 서수현은 마침 컴퓨터 코드와 씨름하느라 애먹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팀의 두 친구도 대회 준비로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전화벨 소리를 들은 서수현은 몇 번 더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아쉬운 듯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부현승 이사님?잠시 망설인 서수현은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고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이사님? 무슨 일이세요?”부현승이 학교를 떠난 이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서수현도 부승민과 서혜민의 일에는 신경 쓰지 않고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에만 몰두했다.그런 지금, 부현승에게서 전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