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87화

서수현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치 다시 그 어두운 밤으로 돌아간 듯 고통을 꾸역꾸역 억눌렀다. 마치 거대한 손이 그녀를 잡고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수현은 진실을 얘기해야만 했다. 만약 그녀가 민지훈의 아이를 뱄다고 인정해버리면 준서의 정체는 그대로 확정되어 버릴 것이다.

“...”

차라리 민지훈의 아이인 편이 낫겠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은 보통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사생활이 문란한 경우라고 다른 하나는 성폭행을 당한 경우이다.

서수현의 지금 모습과 성격으로 봤을 때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운전기사도 그 둘의 대화를 들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부현승이 말을 꺼냈다.

“앞쪽 교차로에서 우회전했다가 길가에 차 좀 세워주세요.”

“아... 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운전기사가 부현승이 얘기한 구역에 차를 세우고는 눈치껏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밖에서 대기했다.

깜짝 놀란 서수현이 말했다.

“잠깐만요, 어디 가시는 거예요?”

운전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는 밖에서 대기해야죠.”

어떤 일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법이다.

서수현은 입술을 달싹이다 두려운 눈빛으로 부현승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머릿속에서는 부현승이 그날 밤 자신을 강간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순간부터 서수현은 부현승과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부현승과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운전기사와 부현승 모두 서수현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눈치였다.

“서수현 씨?”

“이사님, 제가 나중에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말을 마친 서수현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지금 장난하는 건가?

“뒤쫓아갈까요?”

“... 아뇨, 괜찮습니다.”

운전기사는 부현승의 말에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럼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할까요?”

“집에 가자.”

운전기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