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끝으로 한지훈의 손에 들려 있던 오릉군 가시가 사내의 숨통을 끊었다.“둘째 형!”“윤석아!”남은 네 사내는 죽어버린 동료를 보고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맨 먼저 공격했던 사내에게 다가갔다.“너는 어떻게 할래?”사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린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리자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버린 둘째 형이 보였다. 결국 그는 눈을 질끈 감고 한지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다 말씀드릴 테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김채호 이 멍청한 자식! 지금 고용주를 배신하겠다는 거냐!”“김채호, 네가 그러고도 우리 다섯 사제의 일원이야? 어떻게 고작 저런 놈한테 고개를 숙일 수 있어!”“김채호! 죽어서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한지훈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놈들 중 한 명의 목을 베어버렸다.털썩하며 그자가 눈을 부릅뜬 채로 목에서 피를 뿜으며 무너졌다.순식간에 현장이 조용해졌다.김채호는 겁에 질려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소리쳤다.“형님! 저는 죽이지 마세요! 말할게요! 저희도 칠사파 상부에서 내린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고용주가 누군지는 저희도 진짜 몰라요….”그 말에 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오릉군 가시를 꽉 잡았다.그 모습에 겁에 질린 김채호가 다급히 소리쳤다.“하지만 저희 두목은 아마 고용주와 아는 사이일 겁니다.”그 말에 한지훈은 입을 다물었다.주변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김채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형님, 저는 이제 살려주실 거죠?”한지훈은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머금었다.“내가 언제 살려준다고 했지?”“뭐라고? 아까는 분명….”조급해진 김채호가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목덜미에서 차가운 느낌이 느껴지더니 울컥하며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그는 그대로 목을 부여잡고 뒤로 쓰러졌다.한지훈은 남은 두 사람도 순식간에 처리해 버렸다.모든 일을 끝낸 뒤, 그는 이미 체력 저하로 기절한 고운이에게 달려갔다.그리고
청산.오군에서 2백 키로 떨어진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편벽한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주변 풍경이 수려해서 최근에는 관광지로 급부상했다.청산의 여행업이 발달하면서 현지 경제발전을 이끌었다.청산 근처에는 귀금속이나 광물 자원도 풍부해서 일각에서는 광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그리하여 생겨난 비밀 업체가 있었는데 바로 도박장이었다.주로 광석에 희귀 광물 함유량에 따라 돈을 벌거나 잃는 유형의 도박 방식이었다.수많은 암흑세력들이 도박장에 투자하면서 도박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갔다.청사파도 그들 중 한 개의 세력이었다. 그들은 청산에서 가장 큰 암흑 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청사파는 청산의 4대 광맥 중 두 곳을 점유하고 있었고 무려 5만의 조직원들이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었다.그 시각, 청산 근교의 한 산기슭에 위치한 호화 별장.거실에 청사파 핵심 인물들이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상석에는 체구가 건장한 중년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그가 바로 청사파의 수장 서청용이었다.서청용은 심기가 굉장히 불편한 얼굴로 부하들에게 질문했다.“오군에 애들 보낸 건 어떻게 잘 해결됐어?”깡마른 체구의 중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대답했다.“혈월과 다섯 사제를 보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그제야 서청용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도 연락해서 자세히 확인해 봐. 고용주가 성질이 급하신 분이라.”“알겠습니다.”말을 마친 사내는 다섯 사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중년 사내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무슨 일이야?”서청용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조직의 넷째인 신재훈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연락을 안 받습니다.”그 말에 서청용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조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형님, 밖에 누가 선물을 보내왔던데요?”“선물?”그 말을 들은 서청용이 좌중
시체의 얼굴을 확인한 신재훈은 분노에 치를 떨며 물건을 가져온 부하들에게 물었다.“이거 가져온 놈 지금 어디 있어?”“혀… 형님, 물건만 전해주고 바로 돌아갔습니다.”한 부하가 답했다.“당장 잡아와!”신재훈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아니야! 그럴 거 없어!”서청용이 굳은 목소리로 말하며 상자를 가리켰다.“산에 가져가서 묻어!”말을 마친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신재훈을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그렇게 믿던 녀석들이 고작 이 정도야?”신재훈이 다급히 변명했다.“형님, 혈월과 다섯 사제는 저희 조직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하는 애들입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요.”서청용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저쪽에서 시체를 돌려보냈다는 건 분명한 도발이야. 놈을 상대할 대책부터 마련해야 해!”“걱정 마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신재훈이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깨끗이 처리해! 고용주 쪽에도 우리 답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서청용은 싸늘한 말을 내뱉고는 거실을 나갔다.사람들이 다 떠난 뒤, 신재훈은 음침한 얼굴로 부하에게 명령했다.“당장 일을 벌인 놈이 누군지, 어느 가문인지 알아내! 내 직접 놈을 도륙할 거야!”“네, 형님!”부하가 공손히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처음에 상부에서 지시가 내렸을 때, 신재훈은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혈월에게 전권을 맡겼다.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부하들에게 각자 임무를 나눠준 뒤, 그는 광산으로 향했다.고찰이 끝난 뒤, 그는 광산 업계 사장들과 청산에 있는 유흥업소에서 모임을 가졌다.이 유흥업소 역시 신재훈이 관리하는 업소였는데 청산에서는 남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꽤 유명한 업소였다.업소의 VIP룸에는 고급 양주와 아슬아슬한 짧은 옷을 걸친 여자들이 즐비했다.신재훈은 여자들을 옆에 끼고 사장들과 술잔을 들며 고충을 토로했다.“젠장! 오늘은 정말 재수없었어!”“형님, 무슨 일인데 안색이 이리도 안 좋으신 겁니까?”몸집이 비대한 한 광산업계
그 말에 룸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입구를 바라봤다.그곳에는 뒷짐을 지고 싸늘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는 한지훈이 있었다.사람들은 진한 살기에 저도 모르게 가쁜 숨을 내쉬었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신재훈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쳤다.“넌 또 누구야? 여기가 어디라고 허락도 안 받고 들어와? 죽고 싶어?”곧이어 정신을 차린 다른 사람들도 한지훈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야, 너 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죽자고 작정했어?”“경비는 어디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저 놈을 내쫓지 않고!”“아주 간덩이가 부은 녀석이네!”사람들의 협박과 욕설에도 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와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고 태연하게 연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신재훈은 분을 참지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야! 너 죽고 싶어?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당장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어! 안 그러면 네 가족들까지 다 죽여버릴 거니까!”한지훈은 피식거리며 신재훈에게 말했다.“청사파의 넷째 신재훈이라고 했나?”“그래! 알면 당장 살려달라고 빌어! 나한테 무례를 저지른 놈치고 살아 남은 놈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신재훈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옆에 있던 광산 업계 사장들도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봤다.그들의 입장에서는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신재훈을 자극하는 한지훈이 가소롭기만 했다.한지훈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날 건드린 놈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줄까?”그 말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누군가가 청산파의 신재훈 앞에서 이토록 당당히 허세를 부린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야! 너 혹시 망상증 있어?”“여기 청산이야! 청사파의 세상이라고!”“네 앞에 있는 사람이 청사파의 수장 중 한 명인 신재훈 형님이야! 청용 형님의 심복이자 청사파의 2인자인 분이란 말이야!”신재훈마저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네가 무슨 소리를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찰칵!”순간, 방 안의 공기마저 부서지는 것 같았고 분위기도 이상하게 굳어졌다.다른 몇몇 사람들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지금 한지훈에게서는 더없이 강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이 녀석은 정말 복수를 하러 온 것이었다.“하하하!”신재훈은 이 말을 듣고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이놈아, 비록 내가 너를 좋게 봤지만 네 쪽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나를 무자비하다고 탓하지 마!”“여봐라!”신재훈은 크게 호통치며 덤덤하게 소파에 앉았다. 그는 자기 부하들이 뛰어 들어와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날뛰는 이놈을 잡아두면 자신이 다시 모질게 짓밟으려 했다.하지만 30초 넘게 기다려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신재훈의 표정이 굳어지며 다시 한번 크게 호통쳤다. “제기랄! 다들 들어와.”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그러자 신재훈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졌다.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네 호령이 먹히지 않나 보네. 내가 한번 불러볼까?”신재훈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곧이어 한지훈이 소리쳤다. “다들 들어와!”“타타타!”순간, 빽빽한 군화들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바깥 복도에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전신 무장한 수십 명의 병사들이 총을 들고 돌진해 들어왔다.그들은 모두 녹색 전투복에 카키색 철모를 썼고 얼굴에는 광채가 돌았다.그들이 뛰어 들어오는 순간, 신재훈과 광산업계 사장들은 모두 당황했다.헐!젠장, 대체 무슨 일이야?!병사?!신재훈은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일어서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는 공포에 질린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 “너 대체 무슨 놈이야?”한지훈은 뒷짐을 지고 신재훈을 차가운 눈길로 쏘아봤다.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 내 뒷조사도 안 해봤어?”신재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조사한 데 의하면 한지훈은 단지 오군 강씨 집안의 데릴사위뿐이었다. 그가 이런 역량을 움직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순간, 신재훈은 당황했으나 이내 냉정을 되찾고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신재훈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상대방은 너무 오만방자했다. 이것은 분명히 자신은 신재훈 및 청사파와 잘 지낼 수 없다는 말이다.“이봐, 정말 이럴 건가? 청사파 체면은 하나도 안 봐주기야? 속된 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은 못 빼낸다고 청사파는 청산의 토박이야. 너는 어디서 굴러온 돌인 거야?”신재훈은 반문하며 눈에서는 냉기가 번뜩였다. “쓸데없은 일은 삼가는 게 낫다고. 내 충고를 잘 들어둬. 우리 청사파와 적대시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한지훈은 일어나서 한 걸음 한 걸음 신재훈 앞으로 다가가 발을 들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직접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신재훈은 한쪽에 있는 와인선반에 세게 부딪쳤다.바닥에 온통 와인이 흘러내렸다.“푸!”신재훈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했다. 그는 독살스럽게 한지훈을 노려봤다.한지훈은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돌인지 붙어보면 알게 될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넌 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이 말은 듣는 순간 신재훈은 온몸이 떨렸다. “너, 너 뭐 하려고? 여기는 청산이야. 만약 감히 나를 건드린다면 넌 여기서 나가지 못할 거야.”신재훈은 무서웠다. 그는 한지훈의 눈빛에서 매우 공포스러운 살의를 읽었기 때문이다.상대방은 정말 그의 목숨을 원했다!“그래? 그럼, 밖을 봐봐. 내가 이 클럽에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한지훈은 차갑게 대꾸했다.한지훈의 말을 듣자마자 광산업계 사장들은 재빨리 통유리창 앞에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놀라서 온몸을 떨었다.어떤 이는 심지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는데 얼굴이 겁에 질렸고 눈동자마저 떨고 있었다.또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아래를 내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검푸른색 인해였다. 그들은 모두 완전히 무장하고 강철 총을 들고 있었다.그들은 어둠 속의 서슬 퍼런 한 자루 칼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꿋꿋이 서 있었다.살벌했다.적어도 만 명의 병사였다.어머나!클럽은 만 명의 병
허허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난 오군 강씨 집안의 데릴사위에 불과해.”이 말을 들은 신재훈은 자기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는 것만 같았다.젠장! 이게 모두 이 데릴사위가 보여 준 역량과 수단이란 말인가.신재훈은 안색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이보게, 내가 잘못했어. 어떻게 하면 우리를 봐줄 수 있겠나?”인제 와서 잘못을 빌고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봐달라고? 안될 것도 없지. 내 딸을 공격한 배후를 말해.”신재훈의 낯빛이 급격하게 굳어졌다.그는 한지훈을 매우 엄숙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업계에서 고용주를 팔아버리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같아.”“그래? 지금 말하지 않으면 넌 죽어. 그리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알아낼 수도 있어. 그땐 너뿐만 아니라 청사파도 청산의 역사가 될 것이야.”한지훈은 싸늘하게 말했다. 얼굴에는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미간에 스며들었다.신재훈은 생각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배후에 있는 고용주가 누구인지 몰라. 이번 임무는 우리 형님이 맡기신 거야. 자세한 상황은 형님만 알 것이야.”그러자 한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얼굴빛이 변하자, 신재훈은 서둘러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용경의 어떤 큰 인물인데 신분이나 지위가 보통이 아니며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다는 것만 알아.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야. 전부 다 말했으니 이젠 좀 놔주지.”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신재훈을 쳐다보고는 바로 돌아섰다.그가 떠난 후, 룸 안에 있던 십여 명의 병사들이 직접 신재훈 등을 모두 억류했다.그 시각, 한지훈은 클럽 아래에 내려와 담담하게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출발해.”그의 말이 떨어지자 만 명의 병사들은 걸음을 재촉하여 옥정봉으로 향했다.옥정봉의 별장.서청용은 상석에 앉아 어두운 표정으로 부하에게 물었다. “넷째와는 아직도 연락이 안 돼?”그 부하는 공포에 질려 말했다. “…. 아직, 아직입니다.”펑!한 사람
쾅!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성난 파도가 언 것처럼 얼어붙었다.방 안에 있던 청사파의 모든 구성원들은 모두 분노했다.“건방진 놈! 너무 오만방자한데. 감히 이렇게 허풍을 떨다니.”“무식한 자식! 우리 청사파 본부에 쳐들어오다니 죽고 싶은가 보네.”“형님! 제가 백 명을 데리고 가서 그놈과 붙어보겠습니다.”서청용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손들 들며 말했다. “아니다. 같이 가! 감히 이곳으로 쳐들어오다니.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날뛰는 놈이 대체 누구냐?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거야? ”20년이 넘도록 청사파 문 앞에서 이렇게 난리를 치는 사람은 없었다.곧 서청용은 청사파 핵심 멤버 100여 명을 데리고 정문 앞으로 나갔다.모든 사람들이 앞을 바라보니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는데 뒷짐을 지고 문 앞에 서서 그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 있었다.“이 무식한 놈아, 너 누구야? 감히 우리 청사파에 뛰어들다니.”뚱뚱한 중년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뛰어들면 어떡할 건데?”“너 죽을래! 우리 청사파는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감히 혼자 오다니 죽고 싶어?”뚱보가 다시 한번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 청산에서 더 이상 청사파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난 시신을 거두러 왔다.” “너, 오만방자하구나.”“담도 크네. 감히 여기에 와서 시신을 거두겠다니. 간이 부었어?”“하하하! 웃기는 소리하네. 너 혼자서? 허풍도 심하네.”청사파의 핵심 멤버들은 지금 분노와 조롱을 쏟아내고 있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누가 나 혼자라고 했어?”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의 뒤로 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나타났는데 얼굴에는 엄숙함과 살기가 짙었다.이 광경을 보고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서청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신재훈을 잡아 청산 클럽을 평정했나?”“맞아.” 한지훈은 응수했다.“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서청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성대하게 나타나는 거요?!”좌항도는 아래쪽에 있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며 말했고, 심지어 공중에는 헬리콥터까지 따라다니며 경호를 맡고 있었다.경호원만 해도 백 명이 넘는 듯했으며, 산 정상으로 향하는 모습은 꽤 위압적이었다.“러셀로란 가문의 2순위 후계자이니, 저자는 결코 쉬운 인물이 아니오. 오륙 최대 암흑 조직의 수장이자, 그의 손아귀 안에는 몇 개의 다국적 기업도 있소!”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좌항도에게 설명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차량 행렬이 천천히 멈췄고, 차에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백인 남자가 나왔다. 그를 본 순간, 진우는 미간을 찌푸려지며 말했다.“저 사람은 왜 온 거지?!”“저 사람은…”좌항도도 중년 남자를 힐끗 보았다. “세계 최대 킬러 조직인 암전의 창립자이자 수장인 빅터가 아니오! 저 사람은 정말 전설적인 인물이오. 열 살에 몇 차례나 탈옥에 성공했고, 열다섯 살에는 천왕계 강자의 고수를 쓰러뜨렸소. 지금은 몇 안 되는 삼성 천왕계 경지의 암살자이기도 하오!”“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킬러 조직의 창립자이기도 하지요!”말을 마친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동방 가문의 인맥이 이렇게나 넓었다니!그때, 산을 걸어 올라오는 두 사람이 주변 강자들의 시선을 모두 끌었고 심지어 몇몇은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우천존! 사신!”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대단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화려하게 등장해도 이는 허울에 불과했지만, 진정한 강자는 격식을 차릴 필요 없이 등장만으로 엄청난 분위기를 내뿜었다! 우천존과 시신은 길을 따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마치 산책을 나온 듯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백일봉 근처에 다다랐을 때 우천존은 좌항도 일행 쪽을 한 번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잠시 후 상대방을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줄 거라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통복 차림의 부상 사람 무리도 산
진우는 자신의 신분이 특별하지만 않았다면, 진작에 동방 소를 처단할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어르신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그럼 저는 이만!”말을 마치자마자 진우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별장을 떠났다. 저 멀리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동방 오우의 얼굴에는 하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와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니, 정말 가소롭기 그지없네! 한지훈 이놈... 흥!”악에 받친 동방 소는 진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중얼거렸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다. 그날 밤, 이미 백일봉 부근에 도착하여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용경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역사적인 대전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계홍 또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는 강중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도착하였다. 족히 20여 명은 되는 나 씨 집안 친지들은 오직 한지훈을 응원하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나 씨 집안은 오늘날까지 줄곧 한마음 한뜻으로 한 씨 집안과 협력을 해왔기에, 그들은 이번 대전에 반드시 한지훈이 이기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도청 전인 또한, 한 씨 별장을 지켜야 하는 임무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그들과 함께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한편 천검종 역시 제자 수십 명과 함께 백일봉에 도착하여 벌써 아지트까지 만들었다. 낙구영 또한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긴 했지만, 일단 이번에는 백일봉으로 오게 됐다. 하지만 그는 한지훈을 응원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려 온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이 그동안 추앙해 온 용국 천교의 위엄 가득한 풍채를 보고 싶었다. 그 시각 용경에서는, 이른 아침에 위수군 무리를 데리고 백일봉에 도착한 좌항도는 역시나 아지트를 만들고는 조용히 앉아서 대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진우 일행도 선후로 도착하였고, 양 씨 어르신과 양령아의 좌항도의 초대를 받고는 관전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백일봉 주변에는 어느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물들이
“국왕이 내린 명령에 대해서는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용경성 내에서 대군이 이동한 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알고 계시겠죠!”“그래서 말인데 가능만 하다면 내일 일전은 취소했으면 합니다. 제가 어르신께 충고를 하나 하자면, 굳이 동방 가문과 국왕 사이의 관계를 깨뜨리지 마시죠!”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동방 소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혹시 진 선생은 한지훈을 대신해서 사정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그런데 정작 한지훈이 우리 동방 자제를 죽일 때는, 왜 진 선생이 나서서 사정하지 않았지? 동방 자제가 백골이 되어 돌아왔는데, 내가 대체 왜 한지훈에게 살 길을 남겨줘야지?”“이제 와서야 우리 동방 가문까지 찾아와서 부탁하는 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담을 수는 없어. 그러니 진 선생은 이미 돌아가게!”어느새 동방 소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는 더 이상 진우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국왕은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4대 가문을 압박하고 있었기에, 동방 가문은 결코 한지훈의 일에 관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한지훈을 죽이기만 하면, 국왕은 신심을 잃게 되고 앞으로 4대 가문과의 관계가 다시 재정리될 거라 믿었다. 하물며 황약파 또한 한편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지훈만 죽이게 되면 국왕은 4대 가문에 무조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넓은 시야를 보는 것에 능통한 동방 소가 진작에 이런 이치를 알아채지 못할 리는 없었다. “어르신, 고작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우천존 게다가 광명파와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도 않고, 저희 용국의 군신을 말살하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만약 한지훈이 정말 죽게 되면 동방 가문이 여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지훈
동그랗게 뜬 창안백의 눈동자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선생님, 방금 말씀하신 무도에는 국경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저 아직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이내 동방 오우가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산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광명파와 비밀리에 무엇을 의논하고 있는지 동방 오우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여태 그는 줄곧 동양 가문과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화산에서 자라온 동방 오우,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친 부모에 대한 감정조차도 극히 옅었다. “자고로 세계에는 양극이 있어. 바로 서방의 교황청과 동방의 곤윤이지. 우리 명산들도 그리고 무종들도 결국 모두 이 양극에 복종해야 하는 거야!”“만약 서방이 협의를 체결하여 천신계의 강자가 세속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곤윤도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협의를 체결할 거야. 때가 되면 드디어 난 세속에 들어서서 내 진가를 발휘할 수가 있지.”“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출세야. 내 나라? 흥!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나라든 뭐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이 세상은 언제나 강자들이 움직이게 되는 거야!” “그러나 선견 지명이 확실한 사람만이 이 이치를 깨달을 수가 있지. 그래서 내가 너더러 하산하고 한지훈을 유인하여 죽이라고 한 거야! 그의 손에 있는 용심과 천생 서문, 우리 화산이 반드시 얻어야 되거든!”창안백은 그윽한 눈빛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며 한편으론 주먹을 꽉 쥐었다. 이는 또한 화산이 그에게 직접 맡긴 사명 중 하나였기에, 만약 명령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그는 자결하여 사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동방 오우든 동방 소든 누구든지 마찬가지였다. 비록 동방 가문은 줄곧 화산을 자신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여기고 있었지만, 사실 화산의 눈에 그들은 세상에 널린 수많은 바둑돌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 바둑 돌은 일단 효력을 잃게 되면 결국 모래알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음양존은...”동방 오우는 여전히
한편 그 시각, 동방 가문의 별장에서는 동방소와 동방 오우의 두 사람이 한 노인의 양 측에 서있었다. 그리고 노인의 맞은편에는, 우천존과 기모노를 입은 또 다른 중년 남자가 한 명 앉아있었다.그가 바로 사신이었다. 그는 부상국에서, 궁본 현일에 버금가는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게다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천신계를 돌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없는 높이에 이르기도 했다. “우천존, 우리 둘 사이의 약속, 혹은 화산과 광명파 사이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야겠지?”이내 가운데에 앉은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인은 바로 화산과 세속 사이를 지키는 장로로서, 화산과 세속의 모든 사무 결책권을 쥐고 있었다. 화산과 광명파 사이에 암암리에 체결된 계약 역시 바로 이 노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어르신, 저희 광명파가 화산을 도울 거라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겁니다. 하지만 여기 남은 반쪽의 흑룡심을 얻어내려면 여전히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합니다!”“게다가 저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피라미드에는 인왕급 강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하는데, 과연 화산이 정말 무사히 용심을 얻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우천존은 미소를 띤 얼굴로, 남은 반쪽 용심의 행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럼 한지훈 그 몸에 있는 두 개의 용심을, 대체 어떻게 나눌 생각인 건가?” 창안백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저희 광명파는 금룡심만 있으면 됩니다! 적룡심은 얼마든지 화산한테 넘겨줄 수 있습니다! 다만, 천생 서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저희가 서로 공유를 해야 합니다!”“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천생 서문 없이는, 설령 용심을 쥐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쓸모도 없고 스스로 융합의 방법을 깨달을 수도 없습니다!”우천존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동방 오우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천존 님 그리고 창 씨 어르신, 제가 듣기로는 무적천도 한창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차라리 그의 손에 있는 그 용심도...”그
명령을 받은 두 궁인은 곧바로 천자각을 빠져나갔다. “폐하, 이렇게까지 하는 게 타당하긴 할까요?”이내 종묘 장로들이 앞으로 나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부당하다는 거야? 흥!”국왕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나의 용국이 어찌 두 천신계 강자에 의해 흔들릴 수가 있겠어! 설령 동방 가문이든 동방 오우든 그 누구도 우릴 위협할 수는 없어!”“용국은 예로부터 대국으로서, 절대 외부의 압박과 협박을 받을 수는 없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나서려는 자들은 목숨 바칠 각오를 해야 할 거야! 난 절대 타협할 생각도 없거든! 그러니 얼른 내려가!”진우 일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잇달아 천자각에서 물러났다. 한편 용경 교외의 한 별장에서는, 동방 오우가 이루루의 다리에 비스듬히 기댄 채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천존과 사신이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한지훈도 이젠 간담이 서늘해졌겠지.”이루루가 얼굴을 가리고 간드러지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도 한때는 한지훈을 연모하고 있었지만, 당시 한지훈은 이미 최정상에 올라 그녀가 한지훈에게 접근할 자격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곁에 있는 동방 오우라는 남자는, 한지훈보다 천 배는 나아 보였다. 그녀는 내심, 내일 결전 당일이 바로 한지훈의 제삿날이라 확신했다. 동방 오우와도 같은 든든한 남자가 자신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한지훈은 이미 비할 데 없이 나약해 보였다. “그 정도는 아닐 거야. 한지훈이 며칠 전에 우천존과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러니 내가 예상하기로는, 한지훈은 진작에 우천존이 올 거라고 짐작했을 것이야!”동방 오우는 침착하게 말했다. “한지훈도, 우천존이 천생 서문을 탈취하기 위해 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야?”이루루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심지어 전에 광명존은은 직접 구걸한 적도 있어. 다만 아쉽게도 광명존 이 폐물 같은 놈은, 한지훈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자
다들 여전히 크게 놀라 난처해하고 있을 무렵, 흑병대의 한 병사가 재빠른 걸음으로 홀에 들어와 진우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큰일 났습니다!” 이내 보고서 하나를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보고서를 확인한 진우는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슨 일이야?”불안한 마음에 대장로가 앞으로 나아가 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우천존이 이미 용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상국의 사신도 이미 한 시간 전에 용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우천존은 광명파의 호천 육존 중 한 명인걸 알고 있는데, 사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아직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용국으로 달려온 건, 단지 관전을 위해서 일가요?”진우는 보고서를 손에 든 채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장로 여러분, 이번 일은 중대한 사항이니 제가 반드시 우선 국왕께 보고를 올릴 겁니다!”그러자 대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너를 따라 함께 갈게. 그리고 이번 한지훈과 동방 오우의 결전은 잠시 보류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형세는 한지훈에게 매우 불리하게 될 거야!”“그럽시다!”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대장로와 함께 용각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한편 국왕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사사건건에 관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전체 맥락을 훑어보면, 유럽이 아마도 한 가지 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 보고서의 표면상 만으로는 전혀 실마리를 알 수가 없었다. “폐하, 진우 및 무종 대장로 그리고 세 명의 종묘 장로께서 만나 뵙고 싶다고 합니다!”그 말에 국왕은 손에 든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손을 흔들었다. “얼른 들어오라고 해!”얼마 지나지 않아 진우 일행은 잇달아 천자각으로 들어섰다. “폐하, 방금 흑병대에서 얻어낸 정보인데 우천존과 사신이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여 용국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금 저희끼리 상의
그 어떤 위협적인 말을 들어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어르신, 지금 저희를 위협하는 겁니까?”어느새 진우의 눈빛에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협?”그러자 정지룡은 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이 어린놈아, 내가 널 죽이는 건 짐승을 죽이는 거랑 같은 도리인데, 내가 왜 너를 굳이 위협하겠어?”“당신들, 동방 오우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 한지훈이든 장로든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는 못해. 그러니 괜히 줄을 잘못 서서 나중에 후회해도 날 탓하지는 마!”“요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난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아. 당신들 나보다 더 잘 알거라 생각해. 앞으로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동방 도련님한테 의지해야 돼. 당신들이 그렇게 모시는 한지훈은 전혀 실력이 안된다고.” 정지룡의 말을 들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빛은 순간 어두워졌다. “어르신, 그렇게 독단적으로 구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진우가 차갑게 맞받아쳤다. 바로 그때, 정지룡이 온몸의 기세를 펼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5성 용급 천왕계의 기운이 만장을 덮어 심지어 진우까지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압박을 받게 되었다. 이는 매우 어마무시한 위압이다. 이제 갓 5성 용급 천왕계에 진입한 강자들과 달리 정지룡은 이 경지에서 머무른 지 수십 년도 되었다. 다만 줄곧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않아 천신계에 발을 못 들여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그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무적천과도 같은 강자뿐이었다. “어쩌라고?”정지룡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5성 용급 천왕계에 발을 들여놓은 나조차도 기꺼이 동방 도련님 곁에 남아 종이 되었는데, 왜 당신들은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지?”“한지훈의 손에는 대체 뭐가 있는데, 혹시 신룡전? 그깟 신룡전, 나 혼자의 힘만으로도 절반은 아작 낼 수 있어.” 미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노인이 로비로 들어섰다. 그는 바로 동방 오우의 곁을 지키던 그 노인이었다. 노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장로가 일어서려는 순간,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앉으시죠!”지금의 노인은 더 이상 동방 오우 곁에 있을 때의 그런 겸손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한껏 교만한 태도를 보이며 대장로를 마주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 선생!”이내 대장로가 일어나 노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뒤이어 나머지 몇 명의 장로들도 잇달아 일어나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진우는 공손한 장로들의 태도에, 머릿속으로 이 노인의 내력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무종 대장로들마저 이렇게 예우하는 이상, 노인의 신분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다들 아직도 나를 잊지 않았군. 정말 감격스럽네!”정지룡 역시 장로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찾아 앉았다. “정 선생, 확실히 이건 좀 예상 밖이야. 어떻게 정 선생의 신분으로 동방 오우 편을 들다니. 이건...”대장로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정지룡을 살펴보았다. 장로들은 비록 한지훈이 동방 오우를 격살하는 걸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절대적으로 동방 가문을 지지하고, 동방 오우의 편에 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전반적인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동안 장로들은 유럽 몇 대 가문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정보는, 무도 학원은 필연적으로 용국의 국운을 겨냥하여 궐기하게 되는데 때가 되면 용국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장로들은 당연히 동방 오우와 한지훈 두 사람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한 편으로는 몇 대가문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무도 학원이 독재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지룡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대장로들이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동방오우는 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