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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남자는 여유만만한 얼굴로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집어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이 너희들 제삿날이야.”

말을 마친 한지훈은 들고 있던 사과를 창문을 향해 던졌다.

커튼이 휘날리며 테이블에 있던 촛불에 닿아 불이 옮겨 붙었다.

“너 누구야!”

한 사내가 거칠게 고운이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불 달린 커튼을 노려보며 물었다.

불이 났으니 이 공간을 탈출하는 게 급선무였다.

지금 당장 불을 끄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낡은 집은 잿더미가 될 것이다.

남자의 거친 손이 고운이의 뒷덜미를 꽉 잡고 있었지만 고운이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아이는 한지훈만 빤히 바라보았다.

한지훈은 아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눈치 빠른 고운이는 끝까지 그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한테 물었어?”

한지훈이 앞으로 다가서며 날 선 미소를 지었다.

“너희를 염라대왕 곁으로 보내줄 사람.”

“너 혼자 왔어?”

사내가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하지.”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너희들 상대하는 거 나 혼자로 충분해. 시간낭비 하지 말자고.”

그 말을 들은 조폭들이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내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너처럼 주제 파악을 못하는 녀석은 처음이네. 오늘 얘 아빠가 와도 혼자서는 우리 다섯 명을 못 당해! 청사파 다섯 사자 앞에서 이딴 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다섯 사자?

어딘가 귀에 익은 이름에 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잔인하고 비열하기로 악명이 높은 단체였던 걸로 기억이 났다.

하지만 한지훈의 눈에는 그냥 벌레들일 뿐이었다.

“그래?”

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청사파 다섯 사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봐야겠는걸?”

말을 마친 그는 점점 불길이 거세지는 커튼 쪽을 힐끗 바라보고 커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상대는 한지훈의 연속된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고작 이거야?”

살짝 당황했던 사내가 생각보다 가벼운 공격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대단한 녀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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