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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한지훈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여자의 무명지에서 은반지를 빼냈다.

아까 봤던 반지랑은 조금 다르게, 뱀이 혀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세히 살펴봤더니 반지 안쪽에 혈월이라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 청사파에서 불리는 이름 같았다.

한지훈은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술집을 나와 대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하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서 무지개 클럽 청소 좀 해줘.”

말을 마친 그는 밟고 있는 간판을 내려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적당한 시기에 이 클럽 인수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차에 올랐다.

창운동 48번지.

한지훈은 길게 심호흡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고운아, 아빠 곧 가니까 조금만 버텨줘.”

아침 출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거리에 차들이 즐비하며 도로가 막혔다. 빠른 시간 안에 창운동까지 도착하기는 이미 그른 것 같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려 창운동이 있는 방향을 향해 뛰었다.

얼마 후, 한지훈은 창운동 단지에 도착했다.

곳곳에 골목이 있는 작은 단지였다.

주변 환경을 둘러보니 달동네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한지훈은 한집 한집 돌아다니며 53번지까지 도착했다.

건물 다섯 개만 지나면 48번지였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53번지의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세를 숙인 채, 조용히 48번지 옥상으로 진입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 나쁜 놈들아! 우리 아빠가 와서 너희들 다 혼내줄 거야!”

고운이의 목소리였다.

“아빠?”

남자의 거친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네 아빠 아마 지금쯤 시체가 되었을걸? 그러니까 넌 얌전히 입 다물고 있어! 자꾸 시끄럽게 하면 그 입 찢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겁에 질린 아이가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그가 애지중지 소중히 키운 딸을 이렇게 대하다니!

“혈월은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전에 이쪽으로 와서 모이기로 하지 않았어? 설마 한지훈 그 놈이랑 놀아난 건 아니겠지?”

이어서 남자들의 음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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